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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환상적 합의', 세계무역은 정말 안전해질 수 있을까

트럼프의 '환상적 합의', 세계무역은 정말 안전해질 수 있을까

요약

사진은 늘 먼저 온다. 15일 베이징 중난하이 정원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나란히 걸었다. 트럼프는 장미를 칭찬했고, 시진핑은 씨앗을 보내주겠다고 답했다. 취재진 앞에서 트럼프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차담 자리에서는 "중국과 환상적인 무역 합의를 이뤘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핵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서도 중국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 장면만 보면 세계가 한숨 돌려도 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봐야 할 곳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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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5월 15일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 지도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6년 5월 15일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 지도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AP/연합뉴스

사진은 늘 먼저 온다. 15일 베이징 중난하이 정원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나란히 걸었다. 트럼프는 장미를 칭찬했고, 시진핑은 씨앗을 보내주겠다고 답했다. 취재진 앞에서 트럼프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차담 자리에서는 "중국과 환상적인 무역 합의를 이뤘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핵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서도 중국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 장면만 보면 세계가 한숨 돌려도 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봐야 할 곳은 장면의 뒤쪽이다. 무엇이 합의됐는가. 누가 검증하는가. 한국과 일본 같은 제3국은 그 합의 안에 들어가 있는가.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만 보면 이번 회담은 거대한 평화협정이라기보다 관세, 희토류, 농산물 구매, 에너지 협력을 둘러싼 '휴전 관리'에 가깝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중국이 향후 3년간 매년 수백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는 합의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지만, 어떤 품목이 얼마나 포함되는지, 기존 대두 구매 약속과 무엇이 다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그래서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미중이 손을 잡았으니 세계 무역은 안정된 것인가. 아니면 아직 안정되어야 하는가. 나는 후자라고 본다. 장미는 피었지만, 규칙은 아직 피지 않았다.

중난하이가 상징하는 것: 장미 뒤에 숨은 숫자 무역

AD 중난하이는 중국 권력의 심장부다. 과거 황실 정원이었던 이곳은 지금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의 핵심 집무 공간이다. 외국 정상이 이곳에서 중국 최고지도자와 정원을 걷는 장면은 흔치 않다. 시진핑은 나무의 나이를 설명했고, 트럼프는 놀라워했다. 의전은 외교의 언어다. 베이징은 트럼프에게 '특별한 손님'이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트럼프는 그 특별대우를 성과의 언어로 바꿔 말했다.

문제는 의전이 제도를 대신할 때 생긴다. 트럼프식 외교는 장면과 숫자에 강하다. 대두 몇 톤, 항공기 몇 대, 관세 몇 퍼센트, 카메라 앞의 악수. 이런 방식은 시장을 잠시 진정시킬 수 있다. 그러나 세계 무역의 예측 가능성은 두 정상의 친분보다 오래 버틸 장치에서 나온다.

2020년 미중 1단계 무역합의의 교훈도 여기에 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채드 보운은 중국이 당시 약속한 미국산 상품·서비스 구매 목표의 58%만 이행했다고 분석했다. 추가 2000억 달러 구매 약속은 크게 들렸지만, 구조적 불공정, 보조금, 기술통제, 공급망 의존이라는 더 깊은 문제는 남았다.

이번 회담이 그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얼마나 사겠다"는 말보다 "어떤 규칙을 따르겠다"는 문장이 먼저 나와야 한다. 숫자는 발표하기 쉽다. 규칙은 지키기 어렵다. 그러나 어려운 쪽이 세계 무역을 살린다.

일본이 먼저 읽은 것: 희토류 기대와 대만 불안

이번 회담을 일본은 냉정하게 봤다. 일본 정부 안에는 두 가지 시선이 동시에 있었다. 하나는 기대다. 미중 관계가 풀리면 중국의 희토류 수출규제가 완화되고, 일본 제조업도 숨통을 틔울 수 있다는 기대다. 다른 하나는 불안이다. 미중이 대만 문제에서 예상 밖으로 가까워질 경우, 일본의 안보 환경은 오히려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희토류 문제는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로이터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미국 반도체와 항공우주 기업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트럼프가 베이징을 떠날 때도 이 문제의 공식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대목에서 일본 실패학의 교훈을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다. 강대국의 합의가 언제나 주변국에 좋은 결과를 주는 것은 아니다. 1985년 플라자합의를 일본 장기침체의 유일한 원인으로 말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국내 금융완화, 자산가격 상승, 정책 대응 실패가 함께 작용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국제 합의가 국내 경제 구조와 맞물리면, 충격은 회의장 밖의 기업과 가계로 오래 흘러간다.

이번 미중 합의도 다르지 않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게 유리한 물량과 예외를 맞춰가는 동안, 한국과 일본 기업은 테이블 밖에서 결과표를 받아들 수 있다. 희토류는 일부 풀리는데 대만 리스크는 커질 수 있다. 농산물 거래는 안정되는데 반도체 규제는 계속될 수 있다. 일본이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읽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패의 교훈은 겁먹으라는 말이 아니다. 남의 합의를 내 안전망으로 착각하지 말라는 말이다.

WTO(세계무역기구)는 왜 아직도 중요한가

그렇다면 해법은 어디에 있는가. 세계무역기구 체제, 곧 WTO 레짐은 낡았지만 버릴 수 없는 안전망이다. WTO 상소기구는 공석 문제로 상소 심리를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 최종심 법정에 판사가 없는 셈이다.

미국은 중국의 국가주도 산업정책과 보조금 문제가 기존 WTO 규칙으로 충분히 통제되지 않는다고 본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와 수출통제를 일방주의라고 비판한다. 양쪽 모두 WTO의 한계를 말한다. 그러나 서로 불리할 때는 다시 WTO 규범을 부른다.

이 모순을 직시해야 한다. WTO가 완전해서 필요한 것은 아니다. 불완전하지만, 강대국의 변덕을 줄이는 공통 언어이기 때문에 필요하다. WTO의 기본 기능도 무역이 가능한 한 원활하고 예측 가능하게 흐르도록 하는 데 있다.

WTO는 2026년 세계 상품무역 증가율이 2025년 4.6%에서 2026년 1.9%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 분쟁과 에너지 가격, 관세 불확실성이 겹치면 무역 규칙의 예측 가능성은 더 이상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입물가, 일자리, 부품 조달, 전기요금이 모두 여기에 묶인다.

이번 미중 회담이 WTO 복귀의 신호탄이 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합의 내용이 투명해야 한다. 둘째, 특정국끼리 물량을 나누며 제3국을 밀어내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셋째, 보조금·과잉생산·기술통제 같은 구조 문제를 다자 규칙의 언어로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한다. 양자 담판이 다자 규칙으로 이어질 때만 안정은 제도가 된다.

안전혁명의 눈으로 보면 무역은 '생활안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참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참석했다. ⓒ AP/연합뉴스

무역은 숫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안전의 문제다. 희토류가 막히면 전기차, 방산, 반도체 장비가 흔들린다. 호르무즈 해협이 불안해지면 주유소 가격표와 전기요금이 바뀐다. 대만해협 긴장이 높아지면 보험료, 운임, 납기, 환율이 동시에 출렁인다.

위험은 하나씩 오지 않는다. 통상, 안보, 에너지, 기술이 한꺼번에 묶여 시민의 식탁과 기업의 작업장으로 들어온다. 이것이 미래리스크 관리의 출발점이다.

안전사회는 사고가 난 뒤 수습을 잘하는 사회가 아니다. 위험이 오기 전에 연결망을 보고, 한 곳이 끊겨도 전체가 무너지지 않게 설계하는 사회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미중 회담은 한국에 분명한 숙제를 던진다.

미국과 중국의 사이가 좋아지면 안심하고, 나빠지면 긴장하는 식의 외교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한국은 미중 사이의 관객이 아니다. 공급망과 국제규칙을 함께 설계해야 하는 당사자다.

반도체만 봐도 그렇다. 한국 기업은 미국 시장, 중국 생산기지, 대만해협 리스크, 일본 소재·장비 생태계에 동시에 묶여 있다. 자동차와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한쪽의 관세 완화가 다른 쪽의 수출통제로 되돌아올 수 있다. 그래서 필요한 질문은 "어느 편이냐"가 아니다. "어떤 규칙이 우리를 지키는가"다.

장미가 아니라 규칙의 귀환을 기대한다

트럼프의 '환상적 합의'가 세계 무역 안정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그러나 바람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번 합의는 WTO 레짐 복귀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고, 또 하나의 관리무역 기록으로 남을 수도 있다. 갈림길은 분명하다. 합의가 숫자 구매와 사진 의전에 머물면 다음 위기까지 시간을 버는 데 그친다. 반대로 합의가 투명한 규칙, 다자 검증, 제3국 참여로 이어진다면 제도전환의 입구가 될 수 있다.

한국이 할 일도 분명하다. 미중 합의문을 기다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공급망 취약 품목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희토류, 에너지, 반도체 장비, 해상물류를 하나의 미래리스크 지도로 묶어야 한다. 미국·중국과의 양자 채널은 유지하되, WTO 개혁, CPTPP, 역내 공급망 협력 같은 다자 틀도 동시에 키워야 한다.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강대국 정상의 미소가 아니다. 가격과 일자리와 생활의 안전을 지켜줄 제도다.

중난하이의 장미는 아름다웠을 것이다. 그러나 장미 씨앗이 무역 질서를 지켜주지는 않는다. 이번 회담이 진짜 뉴스가 되려면, 두 정상이 정원 안에서 나눈 약속을 세계의 공통 규칙으로 꺼내야 한다. 그 약속이 WTO의 언어로 번역되고, 한국과 일본 같은 제3국도 예측가능한 규칙 안에 들어갈 때, 우리는 비로소 말할 수 있다.

'환상적 합의'가 아니라, '필요한 합의'가 시작됐다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파인에도 실립니다. 글쓴이 김영근은 현재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겸 인문학과동아시아문화산업과정 교수이다. 도쿄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박사를 취득한 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및 계명대 일본학과 조교수를 역임하였다. "AI시대의 안전경제학: 글로벌 불확실성 및 위기관리" (단역) (단역) (공저) (공저) 등 다수의 논문과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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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교수의 안전혁명

글 김영근 (ikimyg) 내방

현재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교수로 있으며, 사회재난안전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주된 관심분야는 글로벌 위기관리 및 재난·안전학, 일본의 정치경제, 동아시아 국제관계, 국제기구론, 국경학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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