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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 포기한 미·중, G2의 ‘냉전적 평화’ 단계 접어들었나

‘빅딜’ 포기한 미·중, G2의 ‘냉전적 평화’ 단계 접어들었나

요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 정원을 둘러본 뒤 대화를 나누며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미·중 정상회담은 말뿐인 잔치로 끝났다. 두 초강대국은 이란·대만 등 산적한 지정학적 갈등을 해결하긴커녕 인공지능(AI) 규범을 마련하기 위한 토대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대신 가장 많이 강조된 것은 ‘안정’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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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 정원을 둘러본 뒤 대화를 나누며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 정원을 둘러본 뒤 대화를 나누며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중 정상회담은 말뿐인 잔치로 끝났다. 두 초강대국은 이란·대만 등 산적한 지정학적 갈등을 해결하긴커녕 인공지능(AI) 규범 마련의 토대조차 만들지 못했다. 대신 가장 많이 강조된 것은 ‘안정’이란 단어였다. 이번 회담은 경제적으로 너무 긴밀히 연결된 두 나라가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불가능함을 깨닫고 ‘냉랭한 평화’란 목표를 재확인한 자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미국은 지난 수십 년간 추구해 온 중국의 정치·경제적 체제 변화를 포기하고,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중은 지난 14~15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이렇다 할만한 결과물을 도출해내지 못했다. 공동선언문은 애초 기대하기 어려웠고, 첨예한 쟁점인 대만과 이란 문제는 양측이 각각 낸 보도자료에서 매우 큰 온도 차를 보였다. 중국 측 자료는 대만에 치중한 반면 이란에 대해선 원론적인 언급에 그쳤고, 미국 측 자료는 반대로 대만에 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각자 자신의 주장만 늘어놓았을 뿐, 구체적 합의를 끌어내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풀이된다.

백악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동의했다고 밝혔지만, 푸충 주유엔 중국대사는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미국이 유엔에서 주도하는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 규탄 결의안에 대해 “내용과 시기 모두 적절하지 않다”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앞으로도 호르무즈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을 크게 기대하기 어려움을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젠슨 황(엔비디아)·일론 머스크(테슬라)·팀 쿡(애플) 등 10여 명의 최고경영자를 끌고 갈 정도로 공을 들인 경제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는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에너지 수입을 확대하고 보잉사 항공기 200대를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중국 측 발표에는 구체적인 수치가 담기지 않았다. 게다가 200대는 애초 기대했던 500대에 크게 못 미치는 물량이다. 무역 휴전 연장도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빅딜’ 포기한 미·중, G2의 ‘냉랭한 평화’ 단계 접어들었나

대신 이번 정상회담은 양측이 ‘안정’을 추구하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미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의 윤선 중국 프로그램 국장은 온라인 세미나에서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성과는 ‘건설적 전략 안정’ 선언”이라면서 “양측 모두 상대의 주요 이익에 심대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이번 회담은 단순히 누가 이기는가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냉랭한 평화’(cold peace)의 공존을 모색하려 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역시 지난 수십 년간 추구해 온 대중 관여정책을 포기하고, 중국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등 강력한 보복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미·중 간 ‘힘의 균형’을 어느 정도 증명해낸 것과 무관치 않다.

스콧 케네디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국 담당 선임 고문은 온라인 세미나에서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은 1984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방중 이후 시작된 대중 관여 정책의 끝을 알리는 장면으로, 미국이 더 이상 그런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강경한 반공주의자인 레이건 전 대통령은 당시 중국을 세계 자본주의 진영에 편입시키면 공산주의 노선을 포기할 것이란 믿음 하에 중국의 시장 진출 발판을 마련했고, 이는 미국의 대중 접근 방식에 중대한 전환점으로 기록됐다.

스팀슨센터의 로버트 매닝 수석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 등 구조적 불균형에 대해 더는 언급하지 않고, 미국 기업의 이익에만 초점을 맞췄다”면서 “이는 현실 인식의 변화, 즉 중국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란 새로운 ‘현실주의’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조짐은 정상회담 이전부터 나타났다. 미국은 지난 1월 발표한 새 국방전략에서 중국과 ‘괜찮은 평화’를 추구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올해 최대 네 차례의 정상회담이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첫 만남에 불과하다. 시 주석은 오는 9월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미국을 답방할 예정이다. 이어 11월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12월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양 정상이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

정상 간 만남과 상호작용이 빈번해지면 양국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다만 양측이 대만·이란, 관세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한 논의를 사실상 다음 회담으로 미룬 만큼, 작은 변수와 갈등에도 양국 간 관계가 언제든 급속히 경색될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중난하이 관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중난하이 관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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