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약
10월 30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올해 하반기 들어 가장 거친 하루를 보냈습니다. 나스닥은 장중 3% 넘게 밀렸고, 대형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은 3.46% 하락으로 마감했으며, US Tech 100 선물은 장 마감 이후에도 밀리면서 낙폭이 4% 안팎까지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한국 경제면을 채운 것은 샘 올트먼의 방한, 코덱스 키보드 선물, 그리고 '삼전닉스엔 기회'라는 제목이었습니다. 시장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그리고 한국 언론이 무엇을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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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 날아온 AI 청구서가 한국 증시에 주는 경고
T.B 2026. 10. 31. 23:2010월 30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올해 하반기 들어 가장 거친 하루를 보냈습니다. 나스닥은 장중 3% 넘게 밀렸고, 대형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은 3.46% 하락으로 마감했으며, US Tech 100 선물은 장 마감 이후에도 밀리면서 낙폭이 4% 안팎까지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한국 경제면을 채운 것은 샘 올트먼의 방한, 코덱스 키보드 선물, 그리고 '삼전닉스엔 기회'라는 제목이었습니다. 시장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그리고 한국 언론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부터 정리하겠습니다.
1. 뉴욕: "AI에 쓴 돈, 이제 증명하라"
동아일보는 이날을 최악의 하루로 표현하며 월요일 개장이 두렵다고 썼습니다. 숫자로 보면 과장이 아닙니다. 다우는 1.09%, S&P500은 1.82%, 나스닥은 2.86% 하락했고, 나스닥은 6월 5일 이후 가장 큰 일일 낙폭을 기록하며 10월 6일 사상 최고치 대비 7.8% 후퇴했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7.20% 폭락해 10월 한 달 손실이 15%를 넘었습니다.
블룸버그는 이날 나스닥100이 10월 고점 대비 10% 넘게 빠지며 기술적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속보를 냈고, 저녁 브리핑에서 이 장세를 한 단어로 정리했습니다. 기대와 꿈으로 오르던 AI 장세가 끝나고 '쇼 미(Show me)' 단계로 넘어갔다는 것입니다. 하루 전 알파벳은 상장 이후 최대 낙폭인 13% 급락으로 시가총액 5,000억 달러를 날렸고, 공포지수 VIX는 장중 4월 이후 최고까지 치솟았습니다. 올해 빅테크의 AI 지출은 7,500억 달러에 달하고, 앞으로 집행이 약속된 금액만 3조 달러입니다.
그 돈을 대주던 광고·커머스 본업이 둔화 신호를 보내자, 시장은 이를 역사상 최대의 자본 오배분일 수 있다는 의심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와중에 애플이 엔비디아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선 것은 상징적입니다. 돈이 'AI를 파는 쪽'에서 'AI에 덜 쓰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로이터는 나스닥100이 10월 한 달에만 시가총액 2조 달러 이상을 잃을 것으로 봤습니다. 더 뼈아픈 숫자도 있습니다.
미국 빅테크는 지금 역사상 가장 많은 현금을 벌고 있지만, 그 돈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비중은 15년 만에 최저입니다. 번 돈이 배당과 자사주 매입 대신 데이터센터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구글이 하루에 날린 670조 원은 'AI로 흥한 자, AI로 흔들린다'는 경고 그 자체입니다. 블룸버그는 구글 'AI 모드'의 수익 구조가 아직 불안하다고 짚었습니다. 검색 광고를 AI 답변이 대신할수록 본업 매출이 깎이는 역설입니다. 블룸버그 기술 담당 마이크 셰퍼드 선임 에디터도 실망스러운 빅테크 실적이 "이 막대한 AI 지출이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느냐"는 질문을 키우고 있고, 그 압력이 알파벳과 인텔에 집중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진앙은 인텔이었습니다. 3분기 매출은 165억 달러로 시장 예상을 웃돌았지만, 4분기 매출 전망(150억~160억 달러)과 주당순이익 전망(0.25달러)이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주가는 92.07달러에서 65.76달러로 하루 만에 28.58% 폭락해 1974년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고, 시가총액 1,400억 달러 이상이 사라졌습니다. 지분 약 10%를 들고 있는 미국 정부도 120억 달러를 앉아서 잃었습니다. 트럼프의 반도체 베팅이 처음으로 크게 흔들린 셈입니다.

여기서 한국 투자자가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립부 탄 인텔 CEO는 실적 발표에서 "메모리 공급과 가격이 정상화되기 시작할 때까지" 현재의 어려운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PC·서버 고객 입장에서 메모리 값이 너무 비싸서 물건이 덜 팔린다는 뜻입니다. 메모리 가격 급등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이지만, 동시에 그 메모리를 사는 쪽의 비용입니다. 고객이 버티지 못하는 순간 '슈퍼사이클'은 수요 위축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아마존도 시장을 흔들었습니다. 3분기 설비투자(Capex)만 773억 달러였고, 최근 12개월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424억 달러로 1년 새 386% 악화됐습니다. 그런데도 올해 설비투자 가이던스는 약 2,200억 달러를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하루 전 알파벳이 분기 잉여현금흐름 마이너스 90억 달러를 내놓으며 급락한 직후라, 시장은 이를 아마존 쇼크로 받아들였습니다. AMD 10.9%, 델 10.8%, HP 9.6%, 엔비디아 4.2%가 함께 빠졌고, SK하이닉스 ADR도 동반 하락했습니다.
월가에 AI 투자 청구서가 '날아온 것'입니다. 돈은 안전자산으로 숨었습니다. 주가지수 선물이 급락하자 미 국채 가격은 강세를 이어갔습니다. 반면 금은 유가 상승과 기술주 투매가 겹치며 3% 하락해 4,000달러 밑으로 내려왔습니다. 손실을 메우기 위해 금까지 팔아 현금을 만드는 전형적인 투매 장면입니다. 같은 이유로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 투매'를 할 가능성이 높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주식들을 매도 중입니다.
집 한 채를 살 때는 입지와 금리, 대출을 따지고, 옷 한 벌이나 스마트폰 하나를 살 때도 꼼꼼히 비교합니다. 그런데 정작 내 돈이 걸린 주식은 기사 몇 줄, 리포트 한 장, 유튜버의 말 한마디에 사고팝니다. 선행매매가 의심되는 기사도, 근거가 빈약한 목표주가도, 남의 전망도 내 계좌를 지켜 주지 '않습니다'. 계좌를 지키는 것은 결국 본인 스스로 매크로를 공부하고, 기업을 직접 분석하고, AI로 다시 '검증하는 습관'입니다. ChatGPT가 밝혔다는 '부자의 독서법' 같은 콘텐츠도 그럴듯해 보이지만 성공 비밀의 함정이 숨어 있다는 지적처럼, AI의 답 역시 그대로 믿지 말고 원자료로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2. 같은 날 한국 언론: 올트먼, 키보드, 그리고 '기회'
같은 시각 한국 경제면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삼성 사장단이 올트먼과 AI 다음 10년을 논의했다는 기사, 올트먼이 1박 2일 깜짝 방한해 코덱스 키보드를 선물했다는 기사, 최태원 회장과 오찬을 했다는 기사가 줄줄이 올라왔습니다. 엔비디아의 모듈형 데이터센터를 다룬 기사는 "삼전닉스엔 기회"라는 제목을 달았고, '삼전닉스'가 3분기 실적 호재로 반등 기대감이 커졌다는 기사도 나왔습니다. 심지어 2030세대가 이건희에 열광한다는 기사까지 같은 날 경제면에 걸렸습니다. 문제는 이 기사들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가장 중요한 맥락을 통째로 빼놓았다는 데 있습니다. 세 가지만 짚겠습니다.
첫째, 올트먼의 '선물'과 오픈AI의 '지갑'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올트먼이 서울에서 키보드를 나눠주던 바로 그날, 오픈AI가 외부 자금 유치 목표를 100억 달러 축소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오픈AI는 스타게이트 메모리 공급 계약의 핵심 고객입니다. 고객의 자금 조달 목표가 줄어드는 시점에 "협력 논의"만 부각하는 것은 절반만 전하는 보도입니다.
둘째, '실적 호재'는 이미 수요일에 반영됐습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매출 104조 6천억 원, 영업이익 83조 3천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과 약 100조 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발표했고, 코스피는 그날 6% 넘게 뛰어 6,000선을 회복했습니다. 그런데도 SK하이닉스 종가는 149만 원으로, 6월 고점 291만 9천 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반토막 수준입니다. 역대 최대 실적에도 주가가 고점의 절반이라는 사실 자체가 시장이 '지금 이익'이 아니라 '고객의 지불 능력'을 의심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리고 금요일 뉴욕의 폭락은 아직 한국 시장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셋째, 위협은 가격만이 아닙니다. 중국 GPU가 엔비디아 H200과 성능 대등을 주장하고 나섰고, 구글 검색 사업이 정말 흔들리는지를 묻는 기사도 나왔습니다. 앤스로픽이 새 분야 진출에 나서며 AI 경쟁 구도는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애플은 중국 AI 시장을 뚫기 위해 알리바바와 손을 잡았고, 스마트폰 AI 경쟁에서 삼성의 생존 싸움도 한층 거칠어졌습니다. 빅테크가 잉여현금흐름 마이너스를 감수하며 버티는 경쟁에서, 누가 먼저 지갑을 닫느냐가 메모리 업체에는 가장 큰 변수입니다.
개인 투자자의 체력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빚투 열기가 식으면서 개인 신용대출이 뚝 떨어졌다는 보도는, 다음 급락 때 받쳐줄 개인 매수 여력이 줄었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3. 연준: 매파의 합창이 다시 커졌습니다
기술주가 무너지는 와중에도 연준 인사들의 목소리는 오히려 더 매서워졌습니다. 댈러스 연은 총재는 FOMC가 최소 두 차례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했고,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추가 긴축이 조만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리치먼드 연은 바킨 총재도 정책 방향은 명확하고 관건은 속도라며 추가 인상을 시사했습니다. 대서양 건너에서는 '비둘기'로 분류되던 ECB 정책위원마저 인플레 위험이 상방으로 기울었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연 5%대 미 국채가 매력적 투자 구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무위험 자산이 5%를 주는 상황에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성장주에 높은 값을 쳐줄 이유는 줄어듭니다. 미국 물가연동채권 금리도 5.51%로 올라 한국의 환율과 금리에 부담을 더하고 있습니다. 한편 백악관은 리사 쿡 연준 이사 청문회를 12월로 연기했고, 중간선거 이후 분점 정부가 유력해지면서 재정 동력은 더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연준은 조이고, 정부는 돈을 풀기 어려워지는 조합입니다.
4. 유가와 전쟁: 호르무즈가 다시 불붙었습니다
금리 부담을 키우는 또 하나의 축은 유가입니다. 이란군은 하루에만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3척이 폭발했다고 밝혔고, 브렌트유는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습니다. 이 공격으로 이란 평화 협상도 난항에 빠졌습니다. 유가 급등 덕에 엑슨모빌은 사상 최대 정제마진을 거뒀고, 미국 석유회사들의 연간 이익은 이란 전쟁 덕에 거의 세 배로 불었습니다.
소비자에게는 기름값 청구서이고, 연준 입장에서는 물가를 다시 밀어 올리는 악재입니다. '기름값 반값'을 외쳤던 트럼프의 공약은 주유소에서 허풍의 청구서로 돌아왔습니다. 금요일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17.64달러까지 올랐고, 같은 날 호르무즈에서는 쾌속정이 유조선을 공격해 기관실에 불이 붙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러시아도 경유 수출 금지 연장을 검토하고 있어 에너지 가격을 누를 재료가 보이지 않습니다.
더 큰 위험은 11월 3일 중간선거 이후입니다. 카타르 대표단이 급히 테헤란에 도착한 것도 트럼프가 선거 직후 이란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카타르는 전쟁 재개를 막기 위해 12시간 중재에 매달렸지만 핵 협상과 호르무즈 봉쇄가 최대 걸림돌로 남았습니다. 이란 최고지도자는 미국·이스라엘이 공격하면 지리적 제한 없이 즉각 대응하겠다며 전군에 목표물 확대를 명령했고, 아락치 외무장관은 "레드라인은 끝났다"며 맞받았습니다. 이란은 밴스가 보낸 서한을 받았지만 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시나리오를 "매우 높은 위험"으로 평가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 선거 모델은 민주당의 하원 장악을 매우 유력하게, 상원까지 가져갈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습니다. 미국 역사에는 국내에서 힘을 잃은 레임덕 대통령이 외교·안보로 권위를 과시한 사례가 많고, 선거에서 참패한 트럼프가 같은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의회 권력을 잃은 트럼프에게 남는 가장 손쉬운 무대는 의회 승인이 필요 없는 전쟁입니다. 선거 결과가 곧바로 유가와 금리, 그리고 한국 증시로 이어지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선도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은 패트리어트 500기 판매, 금액으로는 21억 달러 규모를 승인했지만 젤렌스키는 인도 시점이 수년 뒤라며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호소했고, 러시아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협상 입장 불변을 재확인했습니다. 러시아군 사상자는 최대 210만 명으로 추정되지만 소모전은 멈추지 않고 있고, 12년째 점령 중인 크림반도에는 러시아인 100만 명이 이주해 주민·학교·토지까지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 전쟁은 한국과도 얽혀 있습니다. 젤렌스키가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을 비공개 합의와 달리 공개해 외교 갈등이 커지자, 우크라이나는 "단교는 없다"며 수습에 나섰습니다. 무역 전선에서는 캐나다와 EU가 트럼프의 미국에 맞서 무역·AI·방산을 묶는 미래동맹을 맺었습니다. 몬트리올 정상회의는 마크롱과 카니의 구상이 실제 동맹이 될 수 있는지 시험하는 자리입니다. EU-중국 무역 갈등도 진행형이고, 중국은 미국의 자국 시험·인증기관 제재에 보복을 경고했습니다. 블룸버그의 GCC 전망이 걸프 산유국의 2030년까지 경로를 다시 짚은 것도, 중동 리스크가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5. 유럽: 생활비 분노가 거리로 나왔습니다
유가와 물가의 청구서는 유럽에서 먼저 거리로 터져 나왔습니다. 이번 주말 프랑스·독일·이탈리아에서 대규모 시위가 예고됐습니다. 이미 폭력 사태를 겪은 프랑스는 경찰 7만 명을 배치하고, 이탈리아 노조는 생활비·임금 정체·국방비 증액에 항의하는 총파업을 선언했습니다. 독일에서는 'Gen Z Regelt'라는 그룹이 SNS로 32개 도시 동시 집회를 조직하자 명품 매장들이 미리 판자를 덧댔습니다. 로이터는 할로윈 당일 독일 집회에 16만 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내다봤고, 프랑스 정부는 강경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학생과 노동자 수만 명이 거리로 나와 임금 인상과 공공서비스 강화를 요구하며, 치솟는 생활비와 군비 증액을 함께 규탄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폭력 사태가 길어지면서 중도파 유력 총리 후보 에두아르 필리프의 지지가 빠지고, 극우와 극좌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이 생활비 분노가 내년 주요 선거를 앞두고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블룸버그 그린은 이 생활비 분노의 뿌리 중 하나로 비싼 화석연료 수입을 꼽았습니다. 유럽의 산업·건물·교통이 쓰는 에너지의 60% 이상이 석유와 가스인데, 정작 전기 생산에서 화석연료 비중은 3분의 1 미만입니다. 그래서 나온 해법이 전기화입니다. 전기차는 같은 에너지로 휘발유차보다 세 배를 달리고, 히트펌프는 가스보일러의 네 배 열을 냅니다. EU가 2040년까지 에너지 사용 중 전기 비중을 두 배로 늘리면 화석연료 수입을 매년 최대 2,600억 유로 아낄 수 있다는 추산입니다.
문제는 돈이 먼저 든다는 점입니다. EU 집행위원회는 기후 목표를 맞추려면 이번 10년 말까지 송전망에만 5,840억 유로가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절감은 수십 년에 걸쳐 오고, 청구서는 지금 옵니다. 거리로 나온 유럽 가계가 체감하는 것은 미래의 절감이 아니라 오늘의 고지서입니다.
숫자만 보면 유로존 경제는 버티고 있습니다. 3분기 GDP는 0.4% 늘어 예상치의 두 배였지만, 프랑스는 0.1% 역성장했고 이탈리아는 정체했습니다. 문제는 물가입니다. ECB는 이번 주 동결했지만 12월 세 번째 인상을 열어 뒀고, 독일 분데스방크 나겔 총재도 필요하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했습니다. 라가르드 총재의 후임 찾기까지 겹치며, 유럽 통화정책도 당분간 매파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영국은 반대로 채권시장의 신뢰를 일부 되찾았습니다. 앤디 버넘 총리의 첫 예산안이 절제된 재정으로 평가받으며 10년물 길트 금리는 5.25%까지 내려와 5주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버넘 스스로도 이상적인 예산은 아니라고 인정했고, 구조 개혁은 뒤로 미뤄졌습니다. 국채 금리가 5%를 넘는 나라에서 '돈을 덜 쓰겠다'는 약속만으로 시장이 안도한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 글로벌 채권시장이 얼마나 예민한지를 보여줍니다.
스페인에서는 인프라가 정치 문제로 번졌습니다. 수요일 톨레도 인근 고속철 충돌로 69명이 숨졌는데, 올해 1월 46명이 숨진 사고에 이은 두 번째 대형 참사입니다. 1992년부터 쓰던 관제 컴퓨터가 멈춘 뒤 수동 관제가 잘못된 지시를 내린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고, 정부는 관제 오류를 조사하는 한편 마드리드-바르셀로나 노선을 최대 2년간 운행 중단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인구는 이번 세기 25% 늘고 관광객은 연 1억 명으로 두 배가 됐으며 철도 승객은 5년 새 77% 늘었는데, 유지보수는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11월 29일 총선을 앞둔 산체스 총리에게는 최악의 악재입니다. 리본을 자를 수 없는 '유지보수'에는 아무도 돈을 쓰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교훈은, AI 데이터센터에 수천억 달러를 쏟는 지금의 투자 흐름에도 그대로 겹쳐 보입니다.
6. 중간선거 D-3: 부정선거 주장, 돈, 그리고 2028
트럼프는 공화당이 이기면 5,000달러를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관세 수입 7년치가 필요한 규모라는 분석이 붙었습니다. 재정 동력이 약해진다는 전망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공약입니다. 동시에 트럼프는 브라질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며, 미국 중간선거 불복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키웠습니다. 선거 결과 하나에 시장이 얼마나 크게 흔들릴 수 있는지는, '확률이 매우 높다'며 대선 결과에 베팅했던 헤지펀드가 하루 만에 30% 폭락한 사례가 잘 보여줍니다.
미국은 미군 협력자 가족과 성소수자를 포함한 아프간인 150여 명 추방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불복의 밑작업은 이미 진행 중입니다. 뉴욕타임스 집계에 따르면 트럼프는 2기 취임 이후 460일, 전체 날짜의 70% 이상에서 선거의 공정성을 공격했습니다. 법무부는 시민권 확인을 이유로 캘리포니아 우편투표 최대 2만 장을 보류시키려 했지만, 연방항소법원은 2대 1로 이를 기각하며 "헌법의 명문 규정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사건은 보수 우위의 대법원으로 갈 가능성이 큽니다.
법원은 세금으로 만든 친트럼프 광고에 대한 금지 범위도 넓혔습니다. 뜻밖의 격전지는 알래스카입니다. 상원 선거에 '스포일러' 후보를 끼워 넣으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메리 펠톨라 후보는 아는 바가 없다고 해명했고, 공화당은 이 알래스카 논란을 고리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행정부는 민주당이 스포일러 후보를 모의했는지 조사까지 시작했습니다. 반면 법원은 시민권 문제를 이유로 주·지방 선거 관리들을 기소하겠다고 위협하는 일을 즉시 멈추라고 법무부에 명령했습니다.
트럼프가 부정선거라고 규정한 브라질 대선은 룰라가 보우소나루를 꺾는 이변으로 끝났습니다. 패배한 진영의 플라비우 보우소나루가 자신을 '당선인'이라고 부른 글을 두고는 측근이 ChatGPT 탓을 하는 촌극까지 벌어졌습니다. 플라비우 보우소나루는 끝내 룰라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은 채 마이애미로 떠나 미국에서 야권을 이끌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브라질에서 여러 수사를 받고 있는 처지입니다.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정치는 결국 금융시장 불안으로 돌아옵니다.
유권자들의 반응은 투표율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선거 나흘 전에 이미 4,850만 명이 사전투표를 마쳐 2022년 기록을 넘어섰고, 사전투표에서 민주당은 12%포인트 앞서 있습니다. 2020년 바이든 승리 직전과 비슷한 격차입니다. 쿡 폴리티컬 리포트는 네브래스카와 플로리다를 민주당 쪽으로 한 칸씩 옮겼습니다.
트럼프 견제의 진짜 승부처는 워싱턴 밖에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민주당은 미시간·애리조나·미네소타·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5개 경합주에서 주의회 의석을 22석만 순증하면 주지사와 주 상·하원을 모두 쥐는 '트리펙타'를 노릴 수 있습니다. 현재 트리펙타는 공화당 23개 주, 민주당 16개 주입니다. 연방의회를 가져가도 트럼프의 거부권을 넘기 어렵지만, 주정부는 최저임금·보육비·주택·의료비, 그리고 데이터센터의 전력·수도 요금 같은 생활비 정책을 바로 바꿀 수 있습니다. 선거 관리와 투표 제도 역시 주정부 권한이라, 불복 논란이 커질수록 이 22석의 무게도 커집니다.
하지만 시장이 봐야 할 것은 의석 숫자가 아니라 그 다음입니다. 민주당은 하원을 되찾으면 첫날부터 엡스타인 청문회를 열고 블랜치 법무장관 대행 등에게 소환장을 보내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하원 감독위원장 1순위인 로버트 가르시아 의원은 엡스타인과 함께 '트럼프 일가 부패'를 핵심 조사 과제로 꼽았습니다. 중동 국부펀드 돈을 받은 쿠슈너의 투자 펀드, 트럼프 자녀가 지분을 가진 기업의 정부 계약, 트럼프 일가의 암호화폐 사업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이 표적입니다. 이미 엡스타인 전담팀과 일가 부패 전담팀이 가동 중이라고 합니다.
이 조사는 트럼프가 베팅해 온 산업과 그대로 겹칩니다. 반도체에서는 정부가 지분 약 10%를 쥔 인텔이 하루 만에 28% 폭락해 납세자 돈 120억 달러가 사라졌습니다. 정부 지분 투자의 손익과 결정 과정은 청문회의 손쉬운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에너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독일 에너지 기업에 해상풍력 임대권 포기 대가로 12억 달러를 제시하면서, 그 돈 대부분을 트럼프 후원자가 소유한 루이지애나 LNG 사업에 재투자하게 하려 했다는 워싱턴포스트 보도가 이미 나와 있습니다. 'Drill Baby Drill'이 정책이 아니라 이해충돌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권력 구도'를 보면 트럼프에게 나쁘지 않은 판인 전쟁과 원유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원 정보위 민주당 의원들은 하원을 되찾으면 이란 조사를 하겠다고 예고했고, 마두로를 붙잡은 베네수엘라 작전도 트럼프 탄핵 사유로 거론됩니다. 트럼프 스스로 하원을 잃으면 민주당이 탄핵할 이유를 찾을 것이라고 경고했을 정도입니다. 이란 공습과 베네수엘라 작전, 알래스카·러시아로 이어지는 '에너지 패권' 구상은 결국 전쟁 권한과 예산을 쥔 의회의 견제를 받게 됩니다. 방산과 조선은 하원이 쥔 예산권에 직접 걸립니다. 국내 증권가가 공화당이 양원을 지킬 때의 수혜주로 방산·원전, 그리고 미 해군 함정 정비(MRO)를 맡아온 한화오션 같은 조선주를 꼽는 이유입니다.
한국에는 더 직접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미국 로펌 킹앤스폴딩은 관세를 피하거나 줄이려고 행정부와 협상한 기업들이 민주당 의회에서 합의 조건에 대한 질의를 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한국이 관세 협상에서 내건 대미 투자와 마스가(MASGA) 조선 협력, 알래스카 LNG 참여 압박이 모두 그 범위 안에 있습니다. 민주당 하원은 청문회로 관세 폐지를 압박하고 대통령의 관세 권한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바로 약해진다는 데 베팅해서는 안 됩니다. 트럼프는 의회를 건너뛰고 행정명령으로 정책을 밀어붙여 왔기 때문에 기존 노선이 급격히 꺾이기는 어렵고, 조사에 필요한 은행 기록은 몇 년이 걸리며 백악관은 소환에 버틸 가능성이 큽니다. 오히려 의회에서 막힌 트럼프는 의회 승인 없이 꺼낼 수 있는 카드, 즉 관세와 이란 공습 쪽으로 더 기울 수 있습니다. 앞서 본 이코노미스트가 선거 직후 이란 공격 시나리오를 '매우 높은 위험'으로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선거 다음 날 시장이 받는 것은 '정책 종료'가 아니라 '불확실성의 연장'입니다. 트럼프 정책 수혜주로 묶였던 반도체·방산·조선·에너지가 청문회 뉴스 하나에 흔들릴 수 있는 구간이 시작된다는 뜻입니다.
다만 핵심 상원 격전지에는 공화당에 유리한 신호도 섞여 있어, 결과를 장담하기는 이릅니다. 트럼프는 취소했던 아이오와·캔자스 유세를 다시 잡았고, 선거 뒤에는 헤그세스 국방장관 경질 압박이 초당적으로 거세질 전망입니다. 이 선거가 워싱턴의 권력 지형 자체를 뒤집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중간선거는 트럼프 권력에 대한 시험대입니다.
백악관 안의 공기도 무겁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잦은 인사 교체와 중간선거 불안 속에 백악관이 침울하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는 측근 범위를 좁히고 비판자를 공격하며, 한 보좌관의 표현대로 뉴스 클립과 'AI 슬롭'을 소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 개인 변호사 알리나 하바가 사면을 원하는 부호 가족과 5,0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사실을 알고 격분해, 그 돈 일부를 자신의 대통령 도서관으로 돌리길 원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스스로를 29세 억만장자라 소개해 온 하바 남편의 이력에도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대면 유세를 취소하고 전화 유세로 돌렸다가 일요일 아이오와·캔자스 일정을 되살린 것도 이런 혼선의 단면입니다.
이번 선거는 사상 가장 비싼 선거이기도 합니다. 사모펀드와 자산운용사는 2016년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보다 공화당에 더 많은 돈을 냈고, 아폴로와 블랙스톤의 억만장자들도 지갑을 열었습니다. 민주당이 이기면 주택·의료·요양·언론까지 뻗은 사모펀드에 대한 감시가 강해질 것을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반대편에서는 마이클 블룸버그가 민주당에 3,600만 달러를 추가로 넣었습니다.
그런데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네이선 딘은 더 흥미로운 지점을 짚었습니다. 민주당이 이겨서 의회가 교착 상태에 빠지더라도 시장 리스크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양당 모두에 경제 포퓰리즘이 자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회는 올해 이미 단독주택 350채 이상을 가진 기관투자자의 추가 매입을 금지했습니다. 진보의 상징 버니 샌더스와 보수 강경파 조시 홀리가 함께 낸 신용카드 금리 10% 상한제도 언제든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사모펀드, 소비자금융, AI가 다음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딘은 블룸버그 방송에서 투자자가 선거 뒤 챙겨야 할 그림을 더 구체적으로 풀었습니다.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의회의 감시 강도는 달라지겠지만, 은행·암호화폐 등에 대한 행정부의 규제 완화는 계속될 것이라는 진단입니다. 에너지, AI, 은행, 무역을 지켜봐야 하고, 추가 관세 가능성과 지역은행 통합을 부추길 제도 변화도 변수로 꼽았습니다. 유권자는 이미 그 비용을 치르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관세와 이란 전쟁이 가계에 얼마의 비용을 지우는지가 이번 선거의 숨은 쟁점인 이유입니다.
AI 투자도 선거 쟁점이 됐습니다. 미시간·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 같은 격전지에서는 데이터센터가 늘면서 일부 지역 전기요금이 물가 상승률의 세 배 속도로 뛰었습니다. 그 결과 전기요금과 데이터센터가 주요 정치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월가가 AI 지출의 수익률을 묻는 사이, 유권자는 AI가 올린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고 있는 셈입니다.
조지아에서는 이 분노가 잘 알려지지 않은 공공서비스위원회 선거로 번졌습니다. 주민의 전기·가스요금을 최종 결정하는 기관인데, 제인 폰다까지 나서 민주당 후보 두 명을 찍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민주당이 두 자리를 가져가면 20년 동안 공화당 일색이던 위원회가 민주당 다수로 바뀝니다. 새 위원들은 2030년까지 조지아파워의 540억 달러 규모 설비투자를 감독하고, 그 비용은 결국 요금으로 넘어갑니다. 올해 9개 주 15곳의 위원 선거에서 현직이 다시 나온 곳은 5곳뿐입니다.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사도 데이터센터 수요를 위해 내년 3월 특별 전력 경매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AI는 선거 광고도 바꾸고 있습니다. BBC는 수백만 달러가 투입된 AI 선거 광고가 유권자를 겨냥하고 있다며, 누가 돈을 대는지, 합법인지, 민주주의가 그 결과에 준비됐는지를 물었습니다. 정작 생활비를 외치는 후보들의 지갑은 유권자와 거리가 멉니다. 뉴욕타임스가 상원 후보 63명의 재산 신고서를 분석해 보니 최소 절반이 순자산 100만 달러 이상이었습니다.
미국 가구 순자산 중간값 21만 5,900달러와 비교하면 차이가 큽니다. 공화당 피트 리케츠, 민주당 마크 워너는 9자리 숫자의 자산가이고, 백만장자로 확인된 32명 가운데 약 4분의 3이 공화당 후보입니다. 학자금 대출이 남아 있는 후보는 단 두 명뿐이었습니다. 텍사스 민주당 후보 탈라리코가 공화당 팩스턴의 부동산을 겨냥해 "그는 집이 한 채뿐"이라는 광고를 낸 이유입니다.
유권자의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2025년 미국 가구 지출에서 주거비와 식비가 차지한 비중은 거의 절반으로 15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임대료와 주택 보유 비용, 소고기 값이 함께 오른 결과입니다. 여기에 오바마케어 보험료가 내년 평균 13% 또 오릅니다. 2024년 공화당을 의회 다수당으로 만든 고물가 반발이 이번에는 공화당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선거가 끝나기도 전에 2028년 대선 레이스는 사실상 시작됐습니다. 개빈 뉴섬, 밴스, 오카시오코르테스 등은 중간선거 유세를 대선 예행연습으로 쓰고 있고, 내년 초 양당에서 20명 넘게 출마 탐색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그중 조용히 주목받는 인물이 조지아의 존 오소프 상원의원입니다. 대선 도전설이 무성하지만 먼저 넘어야 할 산이 셋 있습니다. 본인의 재선, 같은 날 치러지는 주지사 선거 승리, 그리고 같은 조지아 출신 동료 상원의원과의 관계 관리입니다.
조지아는 미시간·텍사스와 함께 최근 1년 새 다른 주에서 이사 온 주민이 가장 적은 주에 속합니다. '토박이' 비중이 높은 표밭이라 외부 유입 효과보다 기존 유권자의 민심이 승부를 가릅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이 조지아 풀턴카운티 모금 행사에 직접 나선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오소프를 민주당의 떠오르는 스타로 소개하면서도, 그가 조지아의 복잡한 정치 지형에서 아직 끝내지 못한 숙제가 많다고 짚었습니다.
결국 이번 선거는 예측 자체가 하나의 시장입니다. 예측시장 베팅 사이트들은 이번 중간선거를 최대의 정확도 시험으로 맞이하고 있습니다. 앞서 본 헤지펀드처럼 '확률이 높다'는 말만 믿고 베팅하면, 선거 다음 날 계좌가 먼저 답을 알려줄 수 있습니다. 유세장의 공방은 점점 디저트 싸움이 되고 있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트럼프의 백악관 리모델링을 두고 사담 후세인이 디자인한 치즈케이크 팩토리 같다고 꼬집자 트럼프가 발끈했고, 양측의 음식 공방이 선거 막판을 장식했습니다.
정작 치즈케이크 팩토리는 "화려한 인테리어가 바로 핵심"이라고 받아쳤습니다. 할로윈 대목에는 스피릿 할로윈이 역대 최고의 해를 보냈고, 미국인들은 초대형 해골 장식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가 '스푸크플레이션'이라고 부른 할로윈 물가에도 지갑이 열리는 장면은, 생활비 불만과 소비가 동시에 존재하는 지금 미국 경제의 묘한 단면입니다.
7. 코인 시장: 63억 달러 해킹, 그리고 북한
위험자산 투매에 기름을 부은 또 하나의 사건은 바이낸스 해킹입니다. 피해 규모는 63억 달러로, 트럼프는 북한 소행 여부에 대해 "모른다"며 살펴보는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북한은 올해에만 가상자산을 18조 원 넘게 털었고, 올해 가상자산 해킹의 89%가 북한 소행으로 추정됩니다. 해킹 의심 자금이 이더리움으로 이동하면서 디파이 시장까지 멈춰 섰습니다. 해킹을 조롱한 머스크에게 자오창펑이 "그만하라"고 응수하는 장면까지 나오며 시장 분위기는 더 어수선해졌습니다.
블룸버그는 이번 사건을 기록상 최대 사이버 절도로 규정했고, FBI와 트럼프 행정부도 추적에 나섰습니다. 바이낸스는 고객 손실을 보전하겠다고 밝혔지만, 블룸버그 칼럼은 "모든 게 괜찮다"는 거래소의 메시지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공격자들이 AI까지 동원해 훔치고 세탁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이번 해킹을 위험한 새 시대의 시작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한때 암호화폐의 최대 장점이던 탈중앙화가 이제는 약점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디지털 자산 탈취 사상 최대 규모인 이번 해킹은 단 20분 만에 끝났고, 분석가들은 북한을 배후로 지목했습니다. 코인을 들고 있는 투자자라면 거래소 해킹 때 보험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할 시점입니다. 조선일보도 8조 원대 해킹의 배후로 북한이 지목됐다고 전했습니다. 바이낸스는 피해액의 90%를 회삿돈 등으로 메우고 출금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나머지 10%와 신뢰 회복은 숙제로 남았습니다.
8. 서울 부동산: 매물은 쌓이는데 가격은 사상 최고
주식시장과 대조적으로 서울 부동산은 이상한 신호를 동시에 보내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3개월 새 30% 늘어 8만 건 턱밑까지 쌓였는데, 올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이미 지난해를 넘어 통계 집계 이래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전세가격 상승률은 서초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아파트값을 추월했고, 6개월 새 2억 원이 뛴 강남 빌라촌은 6,000세대 이주를 앞두고 긴장하고 있습니다. 매물 증가는 '팔고 싶은 사람'이 늘었다는 뜻이고, 전세 급등은 '사지 못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뜻입니다.
고금리가 길어지면 이 두 신호가 어느 쪽으로 정리될지가 관건입니다. 장기적으로는 고령화 영향으로 서울의 글로벌 도시 순위가 하락했다는 조사도 함께 봐야 합니다. 정부의 메시지는 '버티라'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집값 하락 전망을 공유하며 "인내의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서울 집값은 이미 90주 연속 올랐고, 대통령 스스로도 자산시장 정상화가 힘든 길이라고 인정했습니다. 문제는 인내를 요구받는 쪽이 이미 전세와 대출 이자를 감당하고 있는 무주택자라는 점입니다.
미국 고금리와 유가가 쉽게 꺾이지 않는다면, 그 인내의 시간은 정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습니다. 여당 내부의 시선은 벌써 다른 곳을 향하고 있습니다. 정청래 대표는 김민석 총리에 대해 취임 100일이면 판가름이 날 것이라며, 이후 어떤 깃발을 들지 생각 중이라고 했습니다. 이를 김민석 총리를 흔들고 조국혁신당과의 합당까지 염두에 둔 '100일 최후통첩'으로 읽는 해석도 나옵니다. 유시민 작가의 발언을 두고는 독립운동에도 노선이 여럿이었다며 고개를 끄덕여 줘야 한다고 감쌌습니다. 집값과 증시가 흔들리는 시점에 여권의 관심이 다음 권력 구도로 옮겨 가는 모습은 시장에 좋은 신호가 아닙니다. 정치권이 대중의 불안을 읽고 갈등을 키우기 시작하면, 그 비용은 정책의 일관성과 시장 심리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집값이 오르는 도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는 멕시코시티가 극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멕시코시티에서는 하루 평균 11건의 '주택 강탈'이 일어납니다. 주인이 휴가를 갔거나 세상을 떠나 빈집이 되면, 범죄 조직이 들어와 소유권을 주장하고 등기를 위조합니다. 공무원이 공모한 경우도 있습니다. 올해 8월까지 2,676건, 최근 10년간 약 4만 1,000건에 이릅니다. 젠트리피케이션과 외국인 수요로 집값이 뛰자 빈집 자체가 범죄의 수익 모델이 된 것입니다. 셰인바움 정부에서 살인은 크게 줄었지만 갈취 신고는 10여 년 만에 최고치이고, 강제 퇴거와 외국인 수요에 항의하는 시위도 잦습니다. 치안과 생활비, 두 문제가 집 한 채에서 동시에 터지고 있습니다.
9. 짧게 보는 사회 이슈
뉴질랜드와 네덜란드는 AI로 공무원 대체 실험에 나섰고, 뉴질랜드에서는 여성 과반 의회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Z세대는 명품 대신 대체품(듀프)을 찾아 SNS에 자랑하는 소비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도 비슷한 장면을 전했습니다. 라민 야말이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단 대형 꽃 브로치가 유행하자, 1,350달러짜리 디자이너 제품 대신 뉴욕 원단 꽃 가게의 150달러짜리 꽃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입니다.
미국 Z세대가 스타벅스 대신 7 Brew의 에너지 음료로 몰리는 것도 같은 흐름입니다. 비싼 정품보다 '싸게 비슷한 기분'을 사는 소비는 생활비 압박의 다른 얼굴입니다. 대신 돈이 몰리는 곳도 있습니다. 미국 Z세대와 X세대는 하이록스·아이언맨 대회와 동호회 리그에서 공동체를 찾고 있고, 볼로 스포츠 등록은 1년 새 34% 늘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데이터에서도 젊은 층의 피트니스 지출이 술집 지출보다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딥페이크 피해가 일상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호소가 이어졌고, 박원순 피해자 신원을 노출한 정철승 변호사는 법정구속됐습니다. 천안 일본 여성 살해 사건은 주식 실패가 범행 동기로 거론되면서, 투자 손실이 개인의 삶을 얼마나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씁쓸하게 보여줬습니다.
콩고에서는 백신이 없는 변종 에볼라로 사망자가 5,000명을 넘었고 아프리카 4개국으로 번졌습니다. 미국 남서부는 엘니뇨 폭풍으로 홍수와 우박 피해를 입었고, 아르메니아 예레반의 COP17에서는 각국이 생물다양성 목표 달성 노력을 배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재원 부족이 여전히 걸림돌입니다. 인도에서는 9,000억 달러 규모 자산운용업계 대부분이 포트폴리오의 기후 위험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연구가 나왔습니다. 기후와 감염병은 보험료와 공급망을 거쳐 결국 시장 가격으로 돌아오는 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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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oomberg (@business) October 31, 2026
생활비 압박은 배달 앱 시장도 바꾸고 있습니다. 미국 1위 음식 배달 앱 도어대시가 인스타카트를 17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주주들은 박수를 쳤지만,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등 민주당 인사들과 소비자 단체는 수수료와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인플레이션, 긱 노동자 임금 인상 압력, 수익을 내라는 투자자 요구가 겹친 결과입니다.
기술 소비에서는 '가격'이 화두입니다. 애플은 20년을 버티던 고집을 꺾고 터치스크린 맥북 프로를 내놨지만, OLED와 가벼운 설계만큼이나 비싼 가격이 화제입니다. 아이폰 듀오는 화면 균열 보고가 이어지는데 물량이 부족해 교체조차 어렵다는 이른바 '크랙게이트'에 휩싸였습니다. 메모리 값이 오를수록 완제품 가격과 공급이 동시에 압박받는다는 점에서, 앞서 본 인텔 CEO의 발언과 같은 맥락입니다.
반대로 아무리 비싸도 팔릴 상품도 있습니다. 11월 19일 출시되는 GTA6입니다. 13년 만의 신작이고 두 차례 연기됐으며, 사흘 만에 10억 달러를 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대작 출시를 내년으로 미룰 정도로, 게임 하나가 남의 달력까지 바꾸고 있습니다. 블룸버그가 GTA6의 큰 베팅이 성공할지를 다룬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AI 투자는 수익을 증명하라는 압박을 받는 반면, 확실한 수요가 있는 콘텐츠에는 돈이 망설임 없이 몰립니다. 지금 시장이 무엇에 값을 쳐주는지 보여주는 대조입니다.
정리: 월요일, 한국 시장이 받아야 할 청구서
금요일 뉴욕이 보낸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AI에 돈을 쏟아붓는 단계는 끝났고, 이제는 그 돈이 언제 돌아오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단계라는 것입니다. 빅테크는 잉여현금흐름 마이너스를 감수하고 있고, 인텔은 비싼 메모리 값을 실적 부진의 이유로 꼽았으며, 오픈AI는 자금 유치 목표를 줄였습니다. 여기에 연준의 추가 인상 신호, 6개월 최고치의 유가, 63억 달러 코인 해킹이 한꺼번에 겹쳤습니다. 그리고 사흘 뒤에는 중간선거가 있습니다.
트럼프가 패배하면 불복 논란과 이란 확전이라는 두 개의 꼬리 위험이 동시에 열립니다. 선거 결과는 워싱턴의 일이 아니라 유가와 금리를 거쳐 우리 계좌로 오는 문제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이 사상 최대라는 사실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 이익을 지불하는 고객들이 지금 시장에서 두들겨 맞고 있다는 사실도 똑같이 맞습니다. 올트먼의 키보드 선물보다, 오픈AI가 줄인 100억 달러와 인텔 CEO의 한 문장이 월요일 코스피에는 훨씬 더 큰 숫자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 본 글은 공개 보도와 통계를 바탕으로 99% 클로드로 작성했으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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