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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래서 반도체 특별과외구나

아, 이래서 반도체 특별과외구나

요약

20년 이상 알고 지내는 형님이 하나 있다. 이 분이 30년 이상 반도체 회사에 다녔는데, 언젠가부터 종종 큼직한 유튜브 채널에도 출연하고 공중파 방송에도 나오더니 여러 정치인들의 행사에도 초청되는 유명인사가 됐다. 심지어 AI 열풍을 타고 반도체 산업에 국운이 걸리고 인류의 생존이 달린 듯 여겨지는 요즘에는 거의 연예인급 지명도를 자랑하기에 이르렀다. 가끔 생맥주나 얻어먹었을 뿐 정확히 어떤 일을 얼마나 하는지 알 길이 없던 나로서는, 그런 모습이 흐뭇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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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반도체 특별과외 빠르게 한 번 읽고, 1부를 두어 번 더 읽고, 2,3,4부 중 중요한 부분에는 표시를 해두었다가 필요할 때 다시 들춰보기로 한다.
▲모두를 위한 반도체 특별과외빠르게 한 번 읽고, 1부를 두어 번 더 읽고, 2,3,4부 중 중요한 부분에는 표시를 해두었다가 필요할 때 다시 들춰보기로 한다. ⓒ 김은식

20년 이상 알고 지내는 형님이 하나 있다. 이 분이 30년 이상 반도체 회사에 다녔는데, 언젠가부터 종종 큼직한 유튜브 채널에도 출연하고 공중파 방송에도 나오더니 여러 정치인들의 행사에도 초청되는 유명인사가 됐다. 심지어 AI 열풍을 타고 반도체 산업에 국운이 걸리고 인류의 생존이 달린 듯 여겨지는 요즘에는 거의 연예인급 지명도를 자랑하기에 이르렀다.

가끔 생맥주나 얻어먹었을 뿐 정확히 어떤 일을 얼마나 하는지 알 길이 없던 나로서는, 그런 모습이 흐뭇하면서도 은근한 걱정거리가 하나 있었다. 저 형님이 저 정도로 유명할 만큼 정말 대단한 전문가일까? 과연 저 형님이 저렇게까지 뜨거운 쟁점들을 별다른 스트레스 없이 소화하실 수 있는 걸까? 차마 본인에게도 물을 수 없는 그런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형님의 평소 지론대로 호남권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한 초대형 국가 정책이 현실화되면서 나만의 그런 걱정은 더욱 깊어졌다. 그 형님을 향하던 찬반의 시선은 더욱 날카로워졌고, 특히 그 반대편에 이해관계를 가진 이들의 비난은 극심한 혐오로 발전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형님이 책을 한 권 냈고, 나도 나름의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 기회를 얻었다. <모두를 위한 반도체 특별과외>. 오마이뉴스와 역사를 함께해 온, 오마이뉴스가 자랑하는 '시민기자'의 상징적 존재이기도 한 최고참 이봉렬 작가의 첫 책이다.

최고참 시민기자의 내공을 담다

AD 전체 4부로 구성된, 400여 쪽에 가까운 두툼한 책이다. 이 책을 쓸 수 있었던, 쓰고 싶었던, 써야 했던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1부에 담았고 반도체 역사에 관한 이야기가 2부에 담겼다. 그리고 반도체 산업의 여러 부분과 짚어봐야 할 여러 측면들에 관한 이야기는 3부에, 호남에 조성될 반도체 산업단지의 필요성, 당위성, 가능성, 그 성공을 위해 보완되어야 할 것들은 4부에 펼쳐진다.

그런 광범위한 주제가 이렇게 자세히 서술되어 있는데도 책장은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넘어갔다. 내 경우에는 지하철 장거리 코스를 한 번 왕복하는 동안 읽고 돌아왔을 때 책갈피 뒤쪽으로 30쪽 정도가 남았을 정도였다. 무슨 조화였을까?

25년째 시민기자로서 사는이야기와 정치평론으로부터 해외 문화 체험, 반도체 산업 등에 관해 천 꼭지 가까운 '오름' 기사를 쏟아내며 다듬어진 매끄러운 문체와 대중적인 시선이 그 중요한 비결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라는 뜨거운 주제에 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영역을 꼭 필요한 만큼만 담겠다는 명료한 집필 동기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도 싶다.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을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철저히 독자들이 최소한의 이해를 얻고 그것을 기반으로 어떤 형태로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하기 위해 써내려간 의지가 읽혔다. 이 책의 제목에 '특별과외'가 들어간 이유였으리라.

 오마이뉴스 '반도체 특별과외' 연재면
▲오마이뉴스 '반도체 특별과외' 연재면 ⓒ 오마이뉴스

저자의 의도는 나름 성공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 한 번, 두어 시간의 독서만으로도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에 있는 반도체라는 물건의 이론적 개념부터 시작해 메모리와 비메모리는 무엇이고, CPU와 GPU는 무엇인지, 펩은 뭐고 파운드리는 무엇인지 등에 관해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단어들로 뒤범벅된 경제기사들 대부분을 '아~ 이게 그러니까 이런 이야기였구나' 하면서 다시 읽어낼 수 있게 됐다. 또한 일본 반도체가 몰락했다는 건 무슨 말이고 그런데도 여전히 불가결한 위상을 가진다는 이유가 무엇인지, 대만이 반도체 강국이라는 건 무슨 말인지, 반도체 산업의 연결망에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무시할 수 없다는 건 무슨 뜻인지도 알 수 있고 미국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지으라는 압박의 허실은 무엇이고 거기에 밀려 짓고 있는 현실의 의미는 무엇인지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기까지는 2주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했고, 그 사이에 세 번쯤 되짚어 읽어야 했던 대목이 있었다. '어쩌다 반도체만 36년'이라는 제목이 붙은 1부였다. 저자 이봉렬이 반도체 업종에 발을 들이게 된 사연으로 시작해 반도체 산업의 구성 요소들을 지칭하는 영어 단어들과 온갖 숫자들 뒤에서 실제로 그것을 움직이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산업은 숫자로 표현되지만, 사람이 만들어간다

한순간도 멈출 수 없는 웨이퍼 생산 공정을 돌리느라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교대 투입되어 독성 화학물질 속에 손을 담가야 하고, 그 와중에 급성 백혈병을 얻은 노동자 황유미의 사연은 어떻게 고립되고 배제되어야 했는지, 하지만 그녀와 그 가족이 도저히 거부하기 어려웠을 위로금과 침묵의 제안을 뿌리치고 그 사실을 알렸을 때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모여들었는지가 그녀의 옆 라인에서 일했던 저자의 목소리를 통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생산공정 과정에서 고졸과 대졸의 운명이 어떻게 멀찍이 나뉘어있는지 그리고 그 자리에서 정부의 정책과 대기업의 행태에 대한 글을 썼다는 이유로 세 번의 이직이 강요됐던 경험이 비쳐 보여주는 우리 정치와 경제의 어두운 그늘 그리고 그렇게 강요된 이직을 통해 접한 반도체 산업의 여러 영역이 우리의 삶으로 연결되는 현실적인 의미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매끄러운 문체에 따라 그저 미끄러져 지나치기에는 마음이 무겁다.

 반도체 팹 내부의 모습. 생산을 담당하는 오퍼레이터와 장비를 점검하는 엔지니어의 모습도 보인다.
▲반도체 팹 내부의 모습. 생산을 담당하는 오퍼레이터와 장비를 점검하는 엔지니어의 모습도 보인다. ⓒ 이봉렬

저자 이봉렬은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고졸생산직 사원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 입사했고, 고졸사원에게 강요된 한계를 넘기 위해 야간전문대학을 다니며 '스펙'을 쌓으려 몸부림치기도 했다. 또 한국이라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해야 할 말과 행동을 주저하지 않은 탓에 여러 차례의 이직을 강요당했으며, 오히려 그런 과정에서 여러 나라와 부문을 섭렵하며 반도체 산업의 여러 부문에서 여러 측면을 경험했다. 그래서 교수나 연구자들이 강의실과 연구실에서 얻는 심층적인 지식 혹은 대기업 임원의 자리에서 갖추는 경영적 안목 대신 산업 전체의 흐름과 연결 관계에 대한 통찰 그리고 그런 모든 과정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끌어가고 있는 사람의 온기를 감지하는 드문 능력을 얻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걱정스러운 의문을 품은 채 읽기 시작한 책을 덮으며, 책 표지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수고 많았다. 이봉렬 작가 이전에, 온갖 위험하고 유독한 반도체 산업의 그늘진 곳에 몸으로 징검다리를 놓아 한국 반도체 산업의 역사를 이끌어온 수많은 이름 없는 노동자들께 전하는 위로와 감사의 마음이다. 그 산업이 낳고 있는 어마어마한 과실을 두고 누가 무엇을 얼마만큼 가지는 것이 정의인지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오늘날의 한국인들을 대신해, 그 마음을 전하고 싶다.

모두를 위한 반도체 특별 과외

이봉렬 (지은이), 메디치미디어(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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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렬#시민기자#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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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은식 (punctum) 내방

사람에 관한 여러가지 글을 쓰고 있다.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던 '맛있는 추억'을 책으로 엮은 <맛있는 추억>(자인)을 비롯해서 청소년용 전기인 <장기려, 우리 곁에 살다 간 성자>, 80,90년대 프로야구 스타들의 이야기 <야구의 추억>등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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