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약
"진짜 졸린데 잠을 안 자야 할 때 마셨어요. 시험 일주일 전 같은 때요. 살아남기 위해서 마시는 느낌이에요." 지난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고등학교 3학년 전아무개씨는 "지난해까지 고카페인 음료를 자주 마시다가 최근엔 커피로 바꿨다"며 이 같이 말했다. 고카페인 음료를 마신 직후 심장이 뛰던 순간을 떠올리며 "수명을 담보로 마시는 것처럼 느껴졌다"라고도 덧붙였다. 중·고등학생이 밀집한 주요 학원가에서 시험을 앞두고 고카페인 음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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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졸린데 잠을 안 자야 할 때 마셨어요. 시험 일주일 전 같은 때요. 살아남기 위해서 마시는 느낌이에요."
지난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고등학교 3학년 전아무개씨는 "지난해까지 고카페인 음료를 자주 마시다가 최근엔 커피로 바꿨다"며 이 같이 말했다. 고카페인 음료를 마신 직후 심장이 뛰던 순간을 떠올리며 "수명을 담보로 마시는 것처럼 느껴졌다"라고도 덧붙였다.
중·고등학생이 밀집한 주요 학원가에서 시험을 앞두고 고카페인 음료 판매량이 증가하는 현상이 편의점 실제 판매자료를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편의점 4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로부터 확보한 대치동·목동·중계동 학원가 일대 점포의 2026년 3월부터 7월까지의 일자별 판매 자료를 <오마이뉴스>가 분석한 결과다.
AD 이에 따르면 분석 대상 편의점 4사 점포의 고카페인 음료 하루 평균 판매량은 3월 2445개에서 1학기 중간고사를 앞둔 4월 2887개로 약 18% 늘었다. 어린이날 등 연휴가 있는 5월은 2533개로 감소했다가 기말고사를 앞둔 6월엔 3154개로 다시 25% 급증했다. 판매수량을 직접 제출한 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만 따로 분석해도 세 회사 모두 3월보다 4월, 5월보다 6월의 하루 평균 판매량이 증가했다.
특히 중간고사 직전인 4월 13~19일 기간엔 2만 2491개, 기말고사 직전인 6월 22~28일 기간엔 2만 2418개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시험을 앞두지 않은 기간엔 통상 일주일에 1만 5000~2만 개가 판매된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 어떻게 분석했나 : 편의점 4사가 제출한 대치동·목동·중계동 학원가 일대 55개 점포 자료 가운데 일부 기간 자료가 빠졌거나 중간부터 집계된 7곳을 제외한 48곳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CU는 판매량 대신 매출액을 제출해 상품별·월별 판매가(행사가 포함)로 나눠 판매량을 추정했다.
중학생도 "일주일에 세 번"... 줄일 생각 묻자 "딱히"
2026학년도 2학기 중간고사 철을 맞은 학원가도 다르지 않았다. 9월 22일 대치동의 한 편의점에서 고카페인 음료인 '몬OO 에너지 울트라' 두 캔을 꺼내던 중학교 2학년 편아무개씨는 "오늘 시험을 보고 왔고, 내일도 시험이 있다"며 "시험 기간이 아닐 때도 공부해야 해서 평소에도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사 먹는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줄일 생각이 있는지' 묻자 "딱히 없다"고 답했다.
같은 점포에서 몇 달째 아르바이트 중인 진아무개(40대)씨는 "학원가라서 학생들이 고카페인 음료를 계속 사 간다. 몬OO 음료가 집중적으로 팔린다"라고 설명했다. 냉장고 앞으로 이동한 진씨는 고카페인 음료를 한 캔을 들어 보이며 "평소에도 1+1 행사를 자주 하는 제품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그런데 겉면 포장만 봐서는 카페인이 얼마나 들었다는 건지 알기가 쉽지 않다. 알아도 얼마나 위험하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편의점 인근에서 만난 고등학교 2학년 A, B씨는 "핫OO가 몇 달 전부터 1+1으로 판매하고 있다. 몬OO보다 핫OO가 더 싸서 핫OO를 자주 먹는다"고 전했다. 이들은 "부모님은 저희가 고카페인 음료를 마시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막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편의점에 들어선 한 남학생이 핫OO를 사 가는 장면도 목격할 수 있었다.
인근에서 만난 또 다른 고등학교 2학년 C씨의 손엔 '얼OO' 두 캔이 들려 있었다. 그는 "하루에 두 캔씩 먹는다. 주로 학교 끝나고 스터디카페에 가는 길에 사 먹는다"면서 "처음 마실 땐 심장이 빨리 뛰고 잠이 안 왔는데 지금은 괜찮다. 부모님도 시험기간이라 어쩔 수 없는 걸 이해하신다"고 말했다.
목동의 편의점에서 만난 직원은 "시험 기간엔 교복 입은 학생들이 고카페인 음료를 사러 많이 온다. (학생들이 한참 졸음을 느낄) 밤 10시엔 (학생 손님이 너무 많아서) 말도 못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편의점이 24시간 열려 있고, 고카페인 음료 가격도 안 비싸니까 많이 사 가는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매점에서 못 사자 등굣길 편의점으로... "학습 효율 떨어질 수도"
전문가들은 학습 효율을 높이려고 마신 고카페인 음료가 오히려 학습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지난 18일 통화에서 "처음에는 집중력을 높이는 것 같지만 오히려 신경과민이나 구토 등 신체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계속 카페인을 섭취하다 줄이면 무기력하거나 졸리는 등의 금단 현상이 있어 점점 더 많은 카페인을 먹게 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고카페인 음료를 접근이 쉽고 섭취에도 제한이 없는 사실상 '무제한 상품'으로 봤다. 이 교수는 "학생들이 고카페인 성분으로 자신의 정신·생리적 기능을 증강시킬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면서 "그런데 응급실을 찾아오는 학생 중 고카페인 오남용 이력이 있는 경우도 종종 있더라"라고 전했다.
서미화 민주당 의원실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청소년건강행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 3회 이상 고카페인 음료를 마신 중·고등학생의 비율은 21.5%였다. 범위를 고등학생으로 좁히면 29.2%로 3명 중 1명꼴이었다. 하지만 현행 어린이식생활법상 고카페인 음료의 판매 제한은 학교와 어린이 기호식품 우수판매업소 등에 국한돼 있다.
교문만 나가면 접근이 쉬운 탓에 학교에선 여전히 고카페인 음료를 섭취하는 학생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고등학교 교사인 서부원씨는 "지난해부터 교내 매점에서 고카페인 음료를 팔지 않자, 학생들이 아침 등굣길에 편의점을 들러 구매한 뒤 가방에 넣어 등교한다"며 "오후 청소 시간에 분리수거함을 보면 캔이 수북하다"고 전했다.
해외는 판매·명칭까지 규제... 김윤 "제도 개선 필요"
해외에선 청소년 보호를 위해 고카페인 음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영국은 2027년 4월부터 잉글랜드에서 16세 미만에게 고카페인 음료 판매를 금지하는 규정안을 발표했다. 카페인 함량이 1L당 150mg을 초과하는 음료(차·커피 제외)가 대상으로, 한국의 '고카페인 함유' 표시 기준(1mL당 0.15mg 이상)과 같은 수준이다.
인도 식품당국은 고카페인 음료에 '에너지 드링크'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인도 식품안전기준청(FSSAI)은 "고카페인 음료가 '몸과 마음을 활력 있게 해준다'거나 '전반적인 허약함을 개선해 준다'는 주장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에너지 드링크' 또는 이와 유사한 표현을 더 이상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각 회사에 발송했다"라고 설명했다.
이해국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고카페인 음료의 청소년 판매를 금지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면서도 "영국 등 해외 사례는 좋은 참고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제품 외관에 부작용 경고 문구를 기재하고 보건교육 표준 콘텐츠 등을 만들어서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재헌 교수는 "1회 분량에 카페인이 너무 많이 든 제품은 청소년에게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수준이 맞지 않겠나"라고 진단했다. 의사와 한의사 복수 면허를 보유한 엄두영씨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데에는 찬성하지만 아이들이 시험 때 공부하겠다는 것까지 모두 제한하는 건 현실과 안 맞는다"면서 "중요한 건 남용을 경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윤 의원은 "시험기간 학원가에서 고카페인 음료 판매가 뚜렷하게 늘고 있지만, 학교 중심의 현행 관리 체계만으로는 청소년의 실제 생활공간에서 이뤄지는 소비를 충분히 관리하기 어렵다"며 "과도한 카페인 섭취가 청소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어 "고카페인 음료의 판매·판촉·광고 관리 등 비가격 정책을 강화하고, 어린이식생활법 개정을 포함한 실효성 있는 청소년 건강 보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고카페인#몬스터#핫식스#김윤#대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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