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약
정부, 육·해·공 ‘사관학교 통합’ 추진에 거세지는 반발지난 2월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임관식에서 기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국방부가 각 군 사관학교 통합 및 육군사관학교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군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사관학교 출신 인사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군 일각에서는 전장 환경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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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육·해·공 사관학교 통합’ 추진에 거세지는 반발
지난 2월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임관식에서 기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자원 감소·달라진 전장 환경 등
군 안팎선 변화 맞춰 개편 요구
졸업생들 “각 군 특수성 존중을”
역대 학교장 “군사강국에 역행”
국방부가 각 군 사관학교 통합 및 육군사관학교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군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사관학교 출신 인사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군 일각에서는 전장 환경 변화에 따른 통합 교육의 필요성과 병력 자원 감소, 입학 성적 저하 등 위기 속에서 사관학교 개편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방부가 공론화를 통해 군 안팎의 우려를 불식하고 반대론자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5일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 등에 따르면 육·해·공군 사관학교 출신 인사들은 오는 8일 국회와 국방부 등에서 사관학교 통합 반대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육사 출신 전직 육군교육사령관들은 국방부의 사관학교 통합과 서울 노원구 태릉에 있는 육사가 지방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거론되자 지난 3일 이를 비판하는 취지의 성명을 냈다.
국방부는 국군사관학교를 창설해 육·해·공군 사관생도들을 통합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2학년은 국군사관학교에서 공통 교육을 한 뒤 3·4학년에는 군을 선택해 현행 각 군 사관학교에서 특화 교육을 하는 구상이다. 국군사관학교를 대전에 신설하고, 육사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는 청주, 해사는 진해에 있다.
군 안팎에서는 인구 감소와 사관학교 입학 성적 하락을 고려하면 사관학교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300점 만점(국어·영어·수학 각 100점)인 1차 필기시험에서 2018년까지만 해도 230~240점 수준이던 합격선은 2026학년도 입시에선 육사 212점, 공사 196점, 해사 161점에 그치는 등 대부분 사관학교에서 하락세가 이어졌다. 또 지난해 임관한 육사 81기는 입학생 330명 중 77명(23.3%)이 자퇴해 직전 기수보다 자퇴자가 2배 이상 늘었다.
정부 일각에서는 사관학교를 통합 운영해 사관생도의 전과·편입 등 선택권을 확대하면 자퇴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분산된 교육·연구 역량을 결집해 교수진 처우를 개선하고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일부 사관학교 출신 인사들은 입학 성적 하락의 원인은 군 처우와 복무 여건 악화에 있으며, 사관학교 통합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육사 출신 전직 교육사령관들은 지난 3일 성명에서 “입학 성적이 낮아져서 통합한다고 하는데, 지금의 군 인사(진급 체계)에 희망이 없으며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했다.
사관학교 교육 방향을 둘러싼 군 안팎의 시각차는 뚜렷하다. 정부는 드론과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미래 전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각 군이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전 영역 작전’ 수행 능력을 갖춰야 하며, 이를 위해 통합 교육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전군 지휘서신에서 “각 군의 전문성이 칸막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합동성은 강화해나가야 하는 게 아니라 체질화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일부 사관학교 출신 인사들은 통합이 각 군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약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역대 육군사관학교장들은 지난달 17일 입장을 내고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우방국들은 물론 주변 군사 강국 대부분이 독립된 사관학교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진정한 합동성은 획일적 통합이 아닌 각 군이 고유한 정체성과 전문성을 갖춘 토대 위에서 완성된다”고 했다.
육사 이전 방침을 두고는 교수진 유치에 어려움이 생기는 등 교육의 질이 하락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육사 출신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월17일 국회정책포럼에서 “12·3 비상계엄을 빌미로 국군 정예 장교 양성의 요람인 사관학교들에 대한 해체 수준의 징벌적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군 소식통은 “육사의 지방 이전 방침은 윤석열 정부 때부터 거론돼왔던 사안”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육사를 충남 논산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당시에도 군 지휘부 반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정부가 논란의 여지가 큰 사관학교 통합안을 공개하지 않은 채 추진하며 잡음이 더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군 소식통은 “각 사관학교의 반발을 지나치게 의식하다가 오히려 방향성이 모호한 개혁안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