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약
기준·방향 없는 조언은 그만상대를 기대려주는 것, 다정의 기본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구성원 간 건강한 소통 문화를 중요한 경쟁력으로 보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역시 함께 일할 사람의 조건으로 ‘베풀 줄 아는 사람’을 꼽았다. 유채(@happy_yuche)·테라코타 제공한때 상사의 질책은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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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경쟁력이 된 ‘진짜 다정함’에 관하여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구성원 간 건강한 소통 문화를 중요한 경쟁력으로 보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역시 함께 일할 사람의 조건으로 ‘베풀 줄 아는 사람’을 꼽았다. 유채(@happy_yuche)·테라코타 제공
한때 상사의 질책은 애정이었고, 불편한 충고는 성장의 과정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구성원 간 건강한 소통 문화를 중요한 경쟁력으로 보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역시 함께 일할 사람의 조건으로 ‘베풀 줄 아는 사람’을 꼽았다. 뛰어난 능력만큼이나 타인을 존중하고 협력하는 태도가 조직의 성과를 좌우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직장 내 괴롭힘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다정한 말 도감>의 저자인 강은하 새봄커뮤니케이션 대표는 그 해답으로 ‘다정함’을 들었다. 이는 단순히 친절하게 말하는 기술이 아닌, 상대를 존중하고 성장을 돕는 소통 역량이다.
괴롭힘은 왜 선의에서 시작되는가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욕설이나 폭언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 조직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훨씬 일상적인 언어 속에서 시작된다. 직장 내 괴롭힘 상담 현장에서도 가장 자주 등장하는 말 중 하나는 “그런 뜻이 아니었다”다. 말한 사람은 ‘조언’이었다고 설명하지만, 들은 사람은 ‘상처’를 기억한다. 강 대표는 조언과 괴롭힘의 차이를 ‘말의 목적’에서 찾는다.
“우리는 흔히 좋은 내용을 담고 있으면 좋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듣는 사람이 괴롭다면 그 말의 목적은 상대의 성장이 아니라 내 감정의 배설이나 내 권위의 증명이 됩니다.”
실제로 조직 안에는 선의로 포장된 압박이 적지 않다. “네 능력을 믿으니 알아서 잘해봐”라는 말은 신뢰처럼 들리지만, 누군가에게는 기준도 방향도 알려주지 않은 채 책임만 떠넘기는 말로 들릴 수 있다.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역시 마찬가지다. 애정 어린 충고처럼 보이지만, 듣는 이에게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 따라올 실망과 평가까지 함께 전달되기도 한다.
강 대표는 조언과 비난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기준으로 ‘주어’와 ‘시제’를 꼽는다. 비난은 대개 ‘너’를 주어로 삼고 과거를 향한다. “원래 그랬잖아” “내가 그럴 줄 알았다”는 말들이 대표적이다. 현재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상대를 규정하고 평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건강한 피드백은 사람보다 문제를 바라본다. ‘우리’와 ‘일’을 주어로 삼고 앞으로 무엇을 보완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둔다. 과거의 잘못을 심판하기보다 미래의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다정한 말은 상대의 비위를 맞추는 감정노동이 아닙니다. 상대를 존중하고 성장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가장 현실적인 소통 방식입니다.”
효율과 속도가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면서 사람들은 점점 결과 중심으로 사고한다. 쇼츠 영상으로 몇초 만에 완성된 결과를 소비하고, 생성형 인공지능(AI)은 몇줄의 명령어만으로 보고서와 발표문을 만들어낸다. 기다림보다 즉각적인 성과가 익숙한 시대다. 문제는 이런 문화가 인간관계에도 스며들고 있다는 점이다. 유채(@happy_yuche)·테라코타 제공
다정함은 직장인의 새로운 경쟁력
왜 사람들은 이전보다 조언에 더 민감해졌을까. 강 대표는 그 배경으로 ‘다정함의 과정이 사라진 시대’를 든다.
예전에는 누군가 실수를 하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 사람의 사정과 과정을 들여다보려는 여유가 있었다. 업무 이야기 외에도 “밥은 먹었어?” “요즘 힘든 일은 없니?” 같은 안부가 자연스럽게 오갔다. 특별한 의미 없는 대화처럼 보였지만,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관심이자 관계를 이어주는 안전망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효율과 속도가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면서 사람들은 점점 결과 중심으로 사고한다. 쇼츠 영상으로 몇초 만에 완성된 결과를 소비하고, 생성형 인공지능(AI)은 몇줄의 명령어만으로 보고서와 발표문을 만들어낸다. 기다림보다 즉각적인 성과가 익숙한 시대다.
문제는 이런 문화가 인간관계에도 스며들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묻기 전에 결과부터 평가한다. 충분히 설명을 듣기 전에 조언을 건네고, 상황을 이해하기 전에 충고부터 시작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직장에서 듣는 말에 더 민감해졌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오래 남고, 짧은 표현 하나가 하루 종일 마음에 걸린다. 욕설과 폭언 같은 노골적인 언어폭력뿐 아니라 조언이라고 생각했던 말, 격려라고 믿었던 표현, 관심이라고 여겼던 행동까지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세대 갈등을 상징하는 이른바 ‘라떼는’ 화법도 피해야 할 대목이다. 지금의 직장 환경은 과거와 크게 다르다. 평생직장 개념은 희미해졌고 업무는 더욱 세분화됐다. 생성형 AI는 신입사원이 맡던 업무 일부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선배가 경험하지 못한 문제를 후배들은 매일 마주한다. 유채(@happy_yuche)·테라코타 제공
‘라떼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그렇다면 직장 내 괴롭힘을 줄이는 ‘다정함’은 무엇에서부터 출발해야 할까. 우선 ‘답정너’식 대화를 경계해야 한다. 대다수의 상사가 “내 생각은 이런데, 당신 생각은 어때?”를 소통이라고 여기지만 답이 먼저 제시되는 순간 토론은 사실상 끝난다. 회의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디어를 평가하기 전에 사람을 평가하기 시작하면 구성원들은 입을 닫는다.
“좋은 조직은 가장 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많은 목소리를 끌어낼 수 있는 사람으로 채워질 때 완성됩니다. 사람을 이기려 하지 말고 질문을 통해 생각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대 갈등을 상징하는 이른바 ‘라떼는’ 화법도 피해야 할 대목이다. 지금의 직장 환경은 과거와 크게 다르다. 평생직장 개념은 희미해졌고 업무는 더욱 세분화됐다. 생성형 AI는 신입사원이 맡던 업무 일부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선배가 경험하지 못한 문제를 후배들은 매일 마주한다.
“과거 고성장 시대에는 선배들의 성공 방정식이 정답이었기에 다소 거친 잔소리도 삶의 지혜로 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해 기성세대의 경험이 현실 감각 없는 강요가 되기 쉽습니다.”
그가 말하는 다정함은 무조건 좋은 말만 하는 태도가 아니다. 상대를 함부로 단정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정답처럼 강요하지 않으며, 평가보다 질문을 먼저 건네는 태도에 가깝다. 상대를 바꾸려 하기보다 이해하려는 노력 하나가 갈등을 줄이고 조직을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간혹 다정함을 우유부단함으로 오해하는데요. 다정함과 단호함은 반대말이 아닙니다. 업무 기준은 분명하게 세워야 하고, 잘못된 부분도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다만 태도에는 존중을 담는 것, 그것이 건강한 소통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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