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1.4만불 시대…땅 파는 아마존, 도시 뒤지는 한국, 무슨 일이?[산업이지]](https://img.khan.co.kr/news/2026/05/15/news-p.v1.20260514.a758d1d060014276a91d4fe3b6292642_P1.png)
요약
전쟁 공포 이긴 ‘AI·전력망’ 수요…구리값 사상 최고‘광산’ 선점 사활 나선 아마존국내 기업은 ‘ESG·순환 소재’로 승부LS전선이 개발한 동박용 신소재 큐플레이크. LS전선 제공구릿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귀해진 구리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도 다양해지고 있다. 구리를 ‘산업의 쌀’로 사용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구리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건 한편,···
본문
전쟁 공포 이긴 ‘AI·전력망’ 수요…구리값 사상 최고
‘광산’ 선점 사활 나선 아마존
국내 기업은 ‘ESG·순환 소재’로 승부
LS전선이 개발한 동박용 신소재 큐플레이크. LS전선 제공
구릿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귀해진 구리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도 다양해지고 있다. 구리를 ‘산업의 쌀’로 사용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구리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건 한편, 국내 구리 관련 업계는 재활용을 통해 고부가가치 창출을 꾀하고 있다.
14일 런던금속거래소(LME) 통계를 보면, 구리 가격은 1t당 지난 13일 기준 1만4000달러(약 2070만원) 선을 돌파하며 역대급 ‘불장’을 이어가고 있다. 중동전쟁 리스크 등이 실물 경기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공포가 크지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글로벌 전력망 확충이라는 거대한 수요의 파도를 탄 결과다.
아마존, 왜 광산으로 갔나?
가장 파격적인 움직임은 세계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아마존에서 나왔다. 아마존은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10년 만에 가동을 재개한 구리 광산의 생산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며 광산 단계까지 직접 개입하기 시작했다.
정보기술(IT) 기업이 난데없이 삽을 들고 광산으로 향한 이유는 명확하다. 생성형 AI 시대 핵심인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데 엄청난 양의 구리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대형 AI 데이터센터 한 곳을 짓는 데 소요되는 구리만 약 2000t 이상이라고 한다. 이는 일반 데이터센터와 비교하면 수십 배에 달하는 규모다. 구리 가격이 오르면 AI 인프라 구축 비용 자체가 폭등하는 구조다. 아마존 입장에선 구리를 시장에서 ‘비싸게 사는 것’보다 리오틴토 같은 광산업체와 손잡고 직접 삽을 들고 ‘캐내는 것’이 장기적인 비용 통제 측면에서 이득이라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아마존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한국, 광산 대신 ‘도시광산’으로 승부
아마존이 막대한 구리를 필요로 하는 ‘큰 손’이라면, 국내 대표 기업인 LS전선은 고부가 상품을 만들어 ‘많이 팔아야’ 하는 기회를 잡은 상황이다. LS전선은 해외 광산 지분을 사는 ‘업스트림’ 투자 대신, 구리 재활용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웠다. LS전선은 지난 12일 전북 군산에 자회사 한국미래소재를 통해 ‘도시광산’이라 불리는 리사이클링 공장을 본격 가동시키면서 소재 자립화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재활용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탄소 국경’ 문제가 꼽힌다.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은 전력망 입찰 시 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꼼꼼히 따진다. 폐전선 등을 녹여 만든 재생 구리는 광산에서 직접 캔 구리보다 탄소 배출량이 최대 80%가량 적다고 한다. 단순히 구리 물량을 구하는 것을 넘어, ‘저탄소 성적표’를 받아야만 전 세계 전력망 시장에서 낙찰을 받을 수 있다는 현실적 계산이 깔려 있다.
둘째는 고부가가치 소재로의 진화를 꾀하는 전략이다. LS전선 군산공장에서 양산에 들어간 ‘큐플레이크’가 대표적이다. 이는 구리 조각을 얇게 만든 신소재로, 배터리의 핵심 부품인 동박을 만드는 원료가 된다. 광산에서 구리를 수입해오는 수수료를 내는 대신, 버려진 구리를 첨단 소재로 바꿔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구릿값 상승이 오히려 기회인 이유
일반적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은 제조 기업에 악재다. 하지만 국내 전선업계는 오히려 이를 수익 개선의 기회로 삼고 있다. 전선업계 특유의 ‘에스컬레이션(원가 연동)’ 조항 덕분이다. 구리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제품 가격도 자동으로 높아지는 구조여서, 구릿값이 뛸수록 매출액과 이익 규모가 동반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실제로 LS전선은 지난해 매출 7조5882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구릿값 상승 등의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리는 이제 단순한 원자재를 넘어 반도체, 배터리와 같은 안보 자산의 반열에 올랐다”며 “재생 구리 밸류체인을 선점한 기업이 향후 10년의 에너지 패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