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약
단 사흘, 고양시 일산 번화가인 라페스타 공실 두 칸을 빌려 치러지는 작은 영화제였다. 명색이 3회라고는 하지만 1회는 무려 2017년, 2회는 지난해, 그리고 4회는 아마도 없지 않겠느냐 말하는 이들이 많으니, 영화제라고 하기도 민망한 구석이 있다. 그래도 대단한 발전이다. 앞의 두 차례 마침 내 극장엔 아예 영화제라는 말도, 몇 회라는 수식어 또한 없었던 게 사실이다. 나는 '제3회' 마침 내 극장 '영화제'라 앞뒤로 나붙은 문구를 어떤 포부랄까,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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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사흘, 고양시 일산 번화가인 라페스타 공실 두 칸을 빌려 치러지는 작은 영화제였다. 명색이 3회라고는 하지만 1회는 무려 2017년, 2회는 지난해, 그리고 4회는 아마도 없지 않겠느냐 말하는 이들이 많으니, 영화제라고 하기도 민망한 구석이 있다.그래도 대단한 발전이다. 앞의 두 차례 마침 내 극장엔 아예 영화제라는 말도, 몇 회라는 수식어 또한 없었던 게 사실이다. 나는 '제3회' 마침 내 극장 '영화제'라 앞뒤로 나붙은 문구를 어떤 포부랄까, 앞으로도 이어가겠다는 의지처럼 여겼다. 영화제가 끝나고 자정이 넘은 시각이 되어 이 행사를 기획한 김다영 기획자와 남편인 조이예환 DMZ국제다큐멘터리 프로그래머의 차를 얻어 타고 집으로 가며 신이 나서 이런저런 질문을 던진 것도 그래서였다.
이어진 대화는 뭐랄까, 완전히 기대와 어긋나는 것이었다. 조이예환 프로그래머가 말하기를, 저는 앞으로 영화제가 지속되지 않는 편이 낫겠다는 것이다. 재정적 부담도 부담이거니와 임신 9개월 차인 만삭의 아내가 아침부터 밤늦은 시각까지 여기저기를 챙기는 모습도, 영화제를 준비한답시고 여기저기 지원서를 내고, 공실을 알아보고, 작품 수급부터 심사와 평가작업, 행사 준비 등을 두루 하는 걸 지켜보기가 힘들었다는 이야기였다.
저 또한 독립영화판에서 잔뼈가 굵은 그가 이처럼 모질게 말하는 걸 듣고 있자니 차도 얻어 탄 주제에 뒷자리에서 "그래도 이런 행사는 계속 있어야 해요"라고 말하는 게 민망해졌달까. 물론 나는 민망함을 꽤나 잘 견디는 편이다.
반드시 세상에 보이고픈 신진 감독들
제3회 마침 내 극장 '마침 내 발견' 섹션은 김다영 기획자가 공 들여 준비한 기획이다. 제 작품을 다른 어디에 내걸고 관객과 만나기 어려운 신진 창작자, 그것도 다큐 창작자들에게 단 한 번이라도 기회를 주려는 수고로운 노력이다. 마음이 가는 작품을 선정하고 그를 내보이는 건 그저 창작자를 돕는 마음에서 그치지 않는다. 선정한 작품에 대한 애정, 그것이 다루는 소재며 주제에 대한 관심, 무엇보다 그것이 행사를 찾은 이들과 만나 빚어낼 효과에 대한 기대며 확신이 자리한다. 요컨대 좋은 것이 좋은 자리에서 좋은 이와 만나 이루는 화음이랄까, 그런 것을 기대하는 듯도 하다.
류형래, 이승표의 <생성된 생산>은 AI에 대한 영화라고 한다. 8분을 조금 넘는 단편은 간단한 실사 이미지로 얻어낸 AI 제작 영상으로 출발한다. 입력한 것은 한국 농촌의 모습이었는데, 사람이 개입해 별도 프롬프트를 입력하지 않았음에도 AI영상 생성툴은 이를 바탕으로 연결성 있는 독자적인 영상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흥미로운 건 본래는 한국 농촌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비닐하우스였던 것이 어느새 대규모 온실 속 농장으로 바뀐다는 사실이다. 제작자들은 이를 서구화라 표현했으나, 보다 적확히 말하자면 훨씬 더 깔끔하고 보기 좋은 현대식 농장이라 말하는 편이 맞을 테다.
얼핏 정신을 놓는다면 앞의 실사와 뒤의 AI생성영상을 구분하지 못한 채 현대식 농장에 대한 인트로 영상이라 믿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실사와 AI생성 영상이 다르다는 사실이고, 그 미묘한 다름에서 얻어진 것과 덜어진 것이 곧 영화의 주된 메시지에 닿는다.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실재, 곧 한국의 평범한 비닐하우스다. 이것이 세련된 온실로 바뀌는 과정에서 무엇인가 사라지고 만다. 그건 비닐이란 값싼 자재일 수 있고, 구멍나거나 일부 무너진 결함일 수 있으며, 다소 늙고 투박해보이는 농부의 모습일 수 있다. 어떤 지시도 없었으므로 AI의 작업인데, 그는 그대로 대다수 유저가 좋아할 법한 것을 따르느라 특징적인 것을 덜어낸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요컨대 특징이 곧 덜어낼 결함이 되고 만다.
정서를 자극하고 감각을 깨우는
<생성된 생산>은 이내 다음으로 옮겨간다. 실제 농장에서 그러하듯이 보기 좋은, 흠 없는 과실이 기계를 통해 걸러지는 광경이 한참 동안 이어진다. 마트로 납품돼 소비자와 만나는 건 죄다 결함 없이 빛나는 것들이다. 그러나 실제 농가에선 그렇지 않은 녀석 또한 많다. 모두가 소비자가 알지 못하는 새, 그에게 닿기 전에 치워지는 것이다. AI생성툴이 앞서 그러했듯이.
이현정 마침 내 극장 조직위원장은 이 작품에 대한 글을 통하여 '아마존의 AI 시스템 편향 사건'을 언급한다. AI를 활용하면 성별이나 학연, 지연으로부터 자유롭게 어떤 편향도 없이 합격자를 가려낼 수 있으리라 믿었으나, 실제 직원 선발에선 대부분 백인 남성 합격자에게 유리한 판단을 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는 머신러닝을 통해 학습시킨 개발 중의 모델을 시험단계에서 폐기한 것으로, 신입사원이 아닌 IT 업계 경력채용에서 문제가 확인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튼 AI라 해서 편향이 없다거나, 결과의 공정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꼭 맞지는 않는다는 것을 환기한 사례다.
이 조직위원장은 "논리를 서술하는 것은 사회과학의 영역이고, 이것을 이미지로 느끼게 하는 것은 예술의 영역"이라며 "이 작품은 그것을 정서적으로도 꽤나 효과적으로 성취했다"고 평가했다. 마침 내 극장이 다분히 실험적이지만 동시에 명징한 상징을 갖춘 이 작품을 선정해 관객 앞에 내보인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정서의 공유, 감각의 전달을 기대한 것일 테다.
지난해 마침 내 극장서 단편 다큐 <편지>를 상영한 뒤 이번 프로젝트에 합류한 이 조직위원장이다. 선배이자 동료 다큐 감독으로서 보낸 응원과 지지가 <생성과 생산>을 감독한 두 다큐인에게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자산이 되기를 또한 바라본다(관련 기사: 매 맞고 죽는 여자들... 한국 사회가 죄스럽다).
가족 찍은 비디오와 단편 다큐 사이
이한별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는 가족에게 카메라를 들이댄 30분이 좀 안 되는 단편 다큐다. 이한별은 씨네만세에서 앞서 소개한 바 있는 <중년구직분투기>의 감독으로, 작품은 지난해 있었던 3회 반짝다큐페스티발에서 꽤나 좋은 평가를 얻었다.
나는 그가 이 영화의 감독이란 사실을 영화가 시작한 직후 알았다. 그건 <중년구직분투기>의 주인공으로, 드문 캐릭터성을 가진 감독의 어머니가 얼굴을 비추는 때문이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중년구직분투기>는 장성한 자식을 둔 은퇴할 나이의 어머니가 다시 직장을 구하는 이야기를 다룬 데 반해,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는 상황은 있어도 뚜렷한 서사가 그려지지 않는 홈비디오에 가까운 영화란 점일 테다.
영화는 지난해 영화제 GV에서 가톨릭 신부라고 밝혔던 감독의 형 이야기다. 성 베네딕토 왜관수도원에서 종신서원식을 갖는 과정을 담았으니 실제 촬영분은 전작과 얼마 다르지 않은 시기, 어쩌면 그 앞에 찍었을지 모를 일이다. 영화의 전반은 종신서원식에 참석하기 위해 집에서 왜관으로 가기까지, 그 앞 얼마간의 시간으로 채워진다.
감독은 형이 신부가 되어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당히 의식하는 것처럼 보인다. 부모의 노후가 가족 간 주요 화제로 떠오르는 것도 그래서일까. 농담인 듯 진담처럼 어머니에게 저는 결혼을 않겠다고 말하는 철없고 짜증 많은 아들의 모습과 달리 감독은 어느새 결혼하여 가정을 꾸렸다고도 전한다.
지지와 비판, 그 모두가 응원인 곳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의 후반부는 형의 종신서원식을 찍은 영상이다. 감독이 직접 찍은 촬영분과 함께 2층 발코니에 세워두었거나 성당에서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배합됐다. 경건한 종교예식, 그것도 양식화된 가톨릭의 예식인 만큼 감독이 별도로 다른 연출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그는 그것을 그대로 촬영하여 영화 후반부에 채워넣기로 하였는데, 제게는 나름대로 영화적 순간이 있었던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만 그 영화적 순간이 영화를 보는 다른 누구에게도 영화적일지는 장담할 수 없겠다.
가족의 내밀한 이야기, 사적인 순간을 담은 홈비디오와 공적 장소에서 상영되는 영화의 차이는 무엇일까. 내밀한 기억과 사적인 사건마저 관객 일반으로 확장해나갈 수 있는 교두보를 염두에 두었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아닐까. 바깥으로 열릴 수 있는 창의 유무가 곧 홈비디오와 영화의 차이가 된다.
서사도 어머니와 같은 캐릭터도 놓아준 영화는 감독 자신의 모습을 얼마간 화면 안에 담으려 하다가는 이내 그를 포기하고 카메라 뒤로 물러난다. 비워진 자리에서 관객은 관심을 두고 응시할 대상을 찾지 못하고 배회한다. 감독의 형에 대한 감각은 너무 멀고, 그가 비우게 될 집안의 공백 또한 마찬가지여서, 그 대신에 마음 둘 대상을 찾지 못하는 때문이겠다. 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영화가 실패한 작품이라고 본다.
영화의 비평을 쓴 조이예환 DMZ다큐멘터리영화제 프로그래머는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온전히 다른 곳에 바치기로 했을 때 남겨진 사람들은 그 선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를 바라보고 있다"며 "모든 변화와 사소한 균열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사랑과 평화'를 바라고 표현하는 감독의 태도만큼은 굳건하다"고 지지를 표했다.
나로선 도무지 그와 같은 감상을 꺼낼 수가 없는 영화였으나, 어쩌면 지지와 비판, 보는 이마다 다른 담론을 꺼내도록 하는 것도 다큐의 미덕일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이 마침 내 극장이 소재주의적 담론에 매몰되지 않고자 비평을 다큐 앞에 놓아 달라 요청한 이유일 테고 말이다. 그리하여 나는 이와 같은 비판 또한 지지의 다른 형태일 수가 있겠다고 적는다.
덧붙이는 글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mail protected] 마침내극장 김다영 생성된생산 처음과같이이제와항상영원히 김성호의씨네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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