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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벤치서 만난 전문가, 그가 한국 기업에 건넨 '의외의' 경고

런던 벤치서 만난 전문가, 그가 한국 기업에 건넨 '의외의' 경고

요약

영국 런던 동부 쇼디치의 시간은 리빙턴 스트리트를 타고 흘렀다. 2015년 가상자산 이더리움 첫 블록 출시를 기념하는 푸른 명판, 2003년 영국 거리 예술가 뱅크시가 그린 흑백 벽화, 1900년 슬럼가에 지어진 영국 최초 공공주택 단지 바운더리 이스테이트. 그 단지 한가운데 아널드 서커스 광장에서 네 번째 현지 인터뷰가 이뤄졌다. 리빙턴 스트리트에 있는 의결권 자문사 '스퀘어웰 파트너스(SquareWell Partners)'와의 인터뷰였다. 스퀘어웰은 주주…

본문

투자의 시대, 남의 돈을 맡아 운용하는 기관은 고객과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이를 규정한 ‘스튜어드십 코드’가 국내에 도입된 지 10년. <오마이뉴스>는 자산운용사 265곳의 지난 10년간 투자 활동 20여만 건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세계 최초 도입국인 영국도 직접 찾았습니다. 한국 운용사들의 침묵과 영국의 대답을 전합니다.[편집자말]

칭군 냠바트(Chinguun Nyambat) 스퀘어웰 파트너스(SquareWell Partners) 어소시에이트가 9월 30일 영국 런던 아널드 서커스 광장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칭군 냠바트(Chinguun Nyambat) 스퀘어웰 파트너스(SquareWell Partners) 어소시에이트가 9월 30일 영국 런던 아널드 서커스 광장에서 와 인터뷰하고 있다.이진민
영국 런던 동부 쇼디치의 시간은 리빙턴 스트리트를 타고 흘렀다. 2015년 가상자산 이더리움 첫 블록 출시를 기념하는 푸른 명판, 2003년 영국 거리 예술가 뱅크시가 그린 흑백 벽화, 1900년 슬럼가에 지어진 영국 최초 공공주택 단지 바운더리 이스테이트. 그 단지 한가운데 아널드 서커스 광장에서 네 번째 현지 인터뷰가 이뤄졌다. 리빙턴 스트리트에 있는 의결권 자문사 '스퀘어웰 파트너스(SquareWell Partners)'와의 인터뷰였다.

스퀘어웰은 주주총회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기관투자자를 파악하고 분석해 기업·투자자 양쪽 모두에 자문하는 글로벌 자문사다. 800곳 넘는 기관투자자 자체 데이터를 갖고 있으며, 기업 의결권 행사 데이터만 수만 건을 보유하고 있다. 스퀘어웰은 투자자 중에도 스튜어드십(수탁자 책임) 행사 담당자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IR(투자자 대상 홍보) 자문사와 구별된다.


<오마이뉴스>는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10년을 맞아 이 코드를 세계 최초로 만든 영국을 방문했다. 영국 코드가 자국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첫 코드 개정안 시행을 앞둔 한국이 참고할 영국의 사례가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했다. 두 달간 인터뷰 조율 끝에, 9월 30일(현지시간) 아널드 서커스 광장에서 스퀘어웰 어소시에이트 칭군 냠바트(Chinguun Nyambat)씨를 만났다. 한국 자본시장 담당인 그는 한국 기업들에 하고 싶은 말이 분명히 있었다.

"스튜어드십 코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라. 그래야 다른 기업들보다 눈에 띄고, 투자자와 신뢰를 쌓을 수 있다. 그 신뢰가 당장은 눈에 안 보이지만, 향후 큰 거래를 하거나 전략을 바꿀 때, 특히 행동주의 펀드(적극적으로 주주 권리를 행사하는 펀드)가 회사를 겨냥하고 들어올 때 투자자들이 '그래도 여긴 믿을 만하다'고 손을 들어주게 한다. 미리 신뢰를 쌓아 둔 기업엔 스튜어드십이 행동주의에 맞서는 첫 방패가 되는 셈이다."

한국 자본시장을 생각하면 다소 의외의 답변이었다. 스튜어드십 코드로 경영 자율성 축소를 우려하는 기업에게 적극적 대응보단 방어적 자세를 취하라고 자문할 법한데, 그런 예상을 깨는 답변이었기 때문이다. 칭군에게 한국은 기업이 오히려 "더 실질적으로 스튜어드십에 대응해야 하는" 나라였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1시간 동안 칭군은 그 이유를 더 자세히 설명했다.

스튜어드십, 한국 기업의 '기회'

칭군 냠바트(Chinguun Nyambat) 스퀘어웰 파트너스(SquareWell Partners) 어소시에이트가 9월 30일 영국 런던 아널드 서커스 광장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칭군 냠바트(Chinguun Nyambat) 스퀘어웰 파트너스(SquareWell Partners) 어소시에이트가 9월 30일 영국 런던 아널드 서커스 광장에서 와 인터뷰하고 있다.이진민
"스튜어드십 코드가 확대되면서 우리가 기업에 자문해 온 방식이 더 중요해졌다."

영국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정한 2010년부터 지금까지 총 세 차례 개정이 이뤄졌다. 2012년 1차 개정은 자산운용사·자산소유자의 스튜어드십 책임을 명확히 했고, 2019년 2차 개정은 기존 상장주식에서 채권·사모펀드 등으로 자산군을 넓혔다. 2025년 3차 개정은 스튜어드십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과'에서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로 재정의하고 보고 체계를 간소화했다.

칭군은 이러한 변화 흐름을 두고 "스튜어드십이 점점 전문화됐다"고 표현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확대로 기관투자자들이 내부 스튜어드십 전담팀을 두며 투자 대상 기업을 주주총회 때만이 아니라 1년 내내 관여하는 등 충실한 스튜어드(집사) 역할을 수행하게 되자, 기업이 이에 상시 대응할 수 있도록 자문해 온 스퀘어웰의 자문 방식도 중요성을 갖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존엔 스튜어드십이 (한 번씩 열리는) 주주총회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이젠 (기관투자자별) 전담팀이 1년 내내 기업에 관여하는 활동이 돼 가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기업들에게 주주총회를 그저 한 번 치르고 끝내는 '일회성 행사'로 여기지 말고 그 너머를 보라고 권해 왔는데, 이러한 조언이 더욱 의미를 갖게 됐다."

적극적인 집사가 된 기관투자자를 마주하는 기업들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생각에 방어적 전략을 취할 터이지만, 스퀘어웰의 조언은 달랐다. "스튜어드십을 기회로 사용하라", 즉 기업이 투자자의 피드백을 받아들여 스튜어드십을 선제적으로 활용하라는 조언이었다. 그 사례로 칭군은 "AI(인공지능)" 분야를 들었다.

"기업이 평소 꾸준히 투자자와 소통해 신뢰를 쌓으면 향후 큰 거래를 하거나, 행동주의 펀드가 들어오거나, 시장이 흔들릴 때 진가를 발휘한다. 그럴 때 투자자들은 해당 기업에 '이 이사회는 믿을 만하다', '주주 얘기를 들을 줄 안다'고 믿음을 보내준다. 그래서 우리는 스튜어드십을 방어가 아닌 공격 수단으로 활용하라고 기업에 조언한다.

스튜어드십 관행이 자리 잡은 시장의 기업들은 투자자들로부터 더 자주 피드백을 받는다. 이는 AI 거버넌스 같은 새로운 이슈에도 적용되는데, 투자자들이 이사회에 뭘 바라는지 기업이 파악할 수 있게 해 주는 거다. 반면 투자자와 그만큼 소통하지 않는 기업은 그런 피드백을 듣고 이해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한국에 경고하는 '실패의 길'

칭군 냠바트(Chinguun Nyambat) 스퀘어웰 파트너스(SquareWell Partners) 어소시에이트가 9월 30일 영국 런던 아널드 서커스 광장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칭군 냠바트(Chinguun Nyambat) 스퀘어웰 파트너스(SquareWell Partners) 어소시에이트가 9월 30일 영국 런던 아널드 서커스 광장에서 와 인터뷰하고 있다.이진민
올해 개정돼 내년부터 시행되는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엔 '협력적 관여', 즉 투자 대상 기업이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지 않는 경우 기관투자자 간 협력적 주주 활동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처음 마련됐다. 그렇다면 2010년 코드 제정판부터 협력적 관여를 강조해 온 영국의 선례는 한국에 어떤 참고가 될 수 있을까. 칭군은 한국 시장에서 협력적 관여로 "그동안 목소리가 작았던 소액주주들의 힘이 훨씬 커질 것"이라며 이렇게 내다봤다.

"이미 한국엔 3% 룰(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3%로 제한)과 집중투표제(주식 1주당 선임 이사 수만큼 의결권 행사)가 있는데, 협력적 관여가 거기에 힘을 보탤 것이다. 기관투자자들이 뭉치면 의미 있는 의결권 블록(기업이 무시 못 할 표)이 되고, 주주제안 요건 같은 문턱도 쉽게 넘을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선 압박받을 지점이 하나 더 늘고, 투자자 입장에선 목소리 낼 기회가 더 커지는 거다."

그러면서도 스퀘어웰은 기업·투자자 양쪽 모두를 자문하는 특성상 한국 기업과 투자자가 걸어선 안 될 세 가지 '실패의 길'을 제시했다. 칭군은 ①이들이 주주총회를 일회성 행사로 보거나, ②기관투자자의 단계적 대응을 의식하지 않거나, ③기관투자자를 하나의 단일한 덩어리 집단으로만 본다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첫째, 한국은 주주총회가 짧은 기간에 몰려 있어 투자자들이 안건 하나하나를 꼼꼼히 볼 시간이 없으니, 기업이든 투자자든 주총 시즌 전부터 (투자자들을 만나 설득할) 준비를 끝내 둬야 한다.

둘째, 기관투자자들은 단계적 대응 전략을 갖고 있다. 보통 (문제가 있는) 기업과 조용히 대화해 보고, 안 되면 더 강한 조치를 검토한다. 한국 기업에 변화를 요구하는 투자자라면 이를 고려해 자신들이 수위를 높여야 하는 이유 등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셋째, 스튜어드십 코드는 강제 규정이 아니다 보니 기관투자자마다 해석과 적용 방식이 다르고, 기업에 바라는 것도 그만큼 제각각이다. 이들을 한 덩어리로 보면 이런 차이를 놓치기 쉽다."

대기업 중심 코드? 중소상장사의 고민

<오마이뉴스> 취재진이 영국 런던 킹혼 스트리트 인근 영국 중소상장사협회(QCA)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 취재진이 영국 런던 킹혼 스트리트 인근 영국 중소상장사협회(QCA)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복건우
다만 여기서 질문이 남는다. 모든 기업에 같은 기준을 적용해도 괜찮을까? 설령 그것이 세계 모범으로 꼽히는 영국의 스튜어드십 코드라 해도 말이다. 이 질문을 두고 영국 중소·중견 상장사와 자문사 1000여 곳을 대변하는 단체 QCA(Quoted Companies Alliance)는 <오마이뉴스>에 짧은 답을 내놨다.

"작은 기업부터 고려하라(Think small first)."

소규모·중견 기업이 시장의 90%를 차지하는데도 규제 기준은 상위 기업 10%에 맞춰져 있는 영국의 상황을 지적하는 말이었다.

셸든 브라운(Sheldon Brown) 영국 중소상장사협회(QCA) 정책·인게이지먼트 총괄이 10월 1일 영국 런던 킹혼 스트리트 인근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셸든 브라운(Sheldon Brown) 영국 중소상장사협회(QCA) 정책·인게이지먼트 총괄이 10월 1일 영국 런던 킹혼 스트리트 인근 사무실에서 와 인터뷰하고 있다.복건우
<오마이뉴스>는 10월 1일(현지시간) 런던 킹혼스트리트에서 만난 쉘던 브라운(Sheldon Brown) QCA 정책 총괄에게 "작은 기업부터 고려하라"고 말한 이유를 물었다. 그는 "대기업 중심으로 규제나 코드를 설계하면 소규모 기업은 대기업과는 전혀 다른 어려움에 직면한다"며 "제도를 만들 때 작은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대표적 사례가 2010년 영국 재무보고위원회(FRC)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과 함께 개정된 기업지배구조 코드(UK Corporate Governance Code)로 강조되는 '독립이사 선임'이다. 경영진이나 지배주주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중소형 기업에선 독립이사로 마땅한 사람을 찾는 것부터 쉽지 않다는 게 QCA의 설명이다. 아울러 소수 직원이 여러 업무를 도맡는 중소형 기업에 대기업 수준의 규제 대응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QCA는 2013년 중소상장사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코드인 'QCA 코드(QCA Corporate Governance Code)'를 별도로 제정했다.

"기업은 자신의 성장 단계와 사업적 상황에 따라 QCA 코드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

브라운의 말처럼 QCA 코드의 핵심은 "유연성(flexibility)"이다. 기업별 규모에 따라 코드를 적용하되, 적용하지 않을 경우엔 그 사유를 설명하게 했다. 코드 준수 여부는 QCA가 일률적으로 확인하는 대신 투자자 판단에 맡겼다. 이사회 구성도 엄격한 규정보단 역량·경험·독립성이 고루 갖춰졌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처음 QCA 코드를 개발했을 땐 지금처럼 (널리) 활용될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AIM(런던증권거래소 중소·성장기업 시장) 상장사 90% 이상이 이를 따르고 있다. QCA 코드는 중소기업 지배구조 관행의 공백을 해결하기 위한 코드다. 투자를 돕고 기업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다는 걸 투자자에게 보여줄 수 있다."

영국 중소상장사협회(QCA) 소속 셸든 브라운(Sheldon Brown)과 루비 할라비(Ruby Halabi)가 10월 1일 영국 런던 킹혼 스트리트 인근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영국 중소상장사협회(QCA) 소속 셸든 브라운(Sheldon Brown)과 루비 할라비(Ruby Halabi)가 10월 1일 영국 런던 킹혼 스트리트 인근 사무실에서 와 인터뷰하고 있다. 복건우
그렇다면 QCA는 최근 영국 스튜어드십 코드 3차 개정을 어떻게 바라볼까. 이들에겐 반가운 흐름이었다.

"이번에 개정된 코드는 규제를 줄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보고 절차와 보고서 길이를 줄이는 등 간소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런 흐름이 시장의 낙수효과로 이어지길 바란다."

이는 QCA가 줄곧 강조해 온 "비례적 규제(proportionate regulation)", 즉 기업 규모·상황에 따라 규제 부담을 달리해야 한다는 원칙과 닿아 있었다. 브라운 옆에 있던 루비 할라비(Ruby Halabi) QCA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기업이 좋은 지배구조를 갖추고 투자자 신뢰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규제 준수 체계 역시 기업 성장을 위해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QCA가 한국 스튜어드십 체제에 남기고 싶은 말도 마찬가지였다. "작게" 시작하고, "작은 기업"부터 생각하라는 것. 브라운은 "처음부터 소규모 기업을 제도 설계 안에 넣어야 한다"며 "이와 함께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관행을 강화하고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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