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약
"우리 어릴 때는 계란 장사, 쌀 장사만 해도 먹고살았어요. 제조업이고 유통업이고 다 대기업에 넘어가고, 마지막 남은 게 외식 소상공인인데 이것마저 배달 플랫폼에 종속돼 버렸죠." 서울 핵심 오피스 상권에서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8~9년 운영하다 최근 경기도로 매장을 옮긴 점주 A씨의 한탄이다. 안정적인 사업은 건물주가 같은 건물에 다른 카페를 들이면서 흔들렸다. 매출 타격은 불 보듯 뻔해졌고, 10년 임대차 만기도 다가오자 그는 "매장의 가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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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릴 때는 계란 장사, 쌀 장사만 해도 먹고살았어요. 제조업이고 유통업이고 다 대기업에 넘어가고, 마지막 남은 게 외식 소상공인인데 이것마저 배달 플랫폼에 종속돼 버렸죠."
서울 핵심 오피스 상권에서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8~9년 운영하다 최근 경기도로 매장을 옮긴 점주 A씨의 한탄이다.
안정적인 사업은 건물주가 같은 건물에 다른 카페를 들이면서 흔들렸다. 매출 타격은 불 보듯 뻔해졌고, 10년 임대차 만기도 다가오자 그는 "매장의 가치가 남아 있을 때 나가자"고 판단해 매장을 넘겼다.
옮겨 온 동네 상권의 임대료는 이전보다 가벼워졌다. 그러나 매출도 줄어 수익성은 비슷하다고 한다. 문제는 그 수익성 자체다. 본사가 납품하는 자재의 원가율은 과거 30%대 후반에서 50% 가까이로 올랐다. A씨는 본사 물건이 예전에도 비쌌지만 지금은 더 비싸졌고, 여기에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까지 겹친 것이 지금의 위기를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쪼개기 알바' 부르는 임금 구조
AD 그는 인건비가 2017년보다 "딱 두 배" 올랐다고 했다. 올해 최저시급은 1만 320원이지만, 구인난이 워낙 심해 실제로 그 돈만 받고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은 없다는 것이다.
결국 그를 괴롭히는 건 최저시급이 아니라 복잡한 수당이다. 주휴수당과 노동절 수당이 대표적이다. 노동절은 사업장 규모나 고용 형태와 상관없이 유급휴일이다. 시급제 아르바이트생도 일을 하지 않아도 하루치 임금을 받는다. 이날 일을 시키면 5인 이상 사업장은 시급의 2.5배를, 5인 미만 사업장은 2배를 줘야 한다.
주휴수당도 간단하지 않다. 주 15시간 이상 일하기로 하고 그 주의 소정근로일을 모두 채워야 받을 수 있는데, 금액도 하루치(8시간분)가 아니라 주 소정근로시간에 비례해 정해진다. 이처럼 사업장 규모와 근로시간에 따라 셈법이 제각각 갈린다.
이 때문에 A씨는 매달 10만~15만 원을 들여 노무사에게 급여 계산을 맡긴다. 그래도 월급날이면 마음이 편치 않다.
"요새 아르바이트생들은 인터넷이나 AI한테 먼저 물어봐요. 그러고는 1, 2만 원 가지고 맞네 틀리네 그러는 거예요. 내가 이런 의심까지 받아 가며 운영하는 게 맞나 싶을 때도 있어요."
그래서 자영업자들이 택한 방법이 바로 '쪼개기 고용'이다.
"한 사람이 월화수목 일해도 될 걸 월화 한 명, 수목 한 명으로 나눠서 15시간이 안 되게 맞출 수밖에 없어요."
그 결과 청년들은 여러 매장을 옮겨 다니며 일하고, 점주는 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직원 탓에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모두가 손해를 보는 구조다.
A씨는 "임금 체계 단순화가 정말 절실하다"며 최소한 주휴수당만이라도 정리하여 고용주와 근로자 간 소모적 분쟁을 줄일 수 있도록 정부가 손봐 달라고 했다.
할인 행사는 늘고, 점주 몫은 줄고
저가 커피와의 경쟁도 카페 점주들의 숨통을 조인다.
"커피를 하루에 몇 잔씩 마시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한정된 수요 안에서 밥그릇 싸움 하는 거죠."
가장 크게 줄어든 건 테이크아웃 손님이다.
본사들은 할인 행사로 맞선다. 그러나 매장이 1000개가 넘는 본사는 박리다매로 이윤을 남기지만, 개별 점포는 주문이 늘면 인건비만 더 든다. A씨는 "본사는 가끔 하는 100% 본사 부담 행사를 앞세우지만, 정작 큰 행사는 점주와 5대 5로 나눈다"고 꼬집었다.
A씨는 빚 탕감과 대출 지원 같은 역대 정부 대책을 그 순간만 모면하려는 '땜빵식 대책'이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 2026년 현재, 자영업자들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에서 취급하는 정책자금 대출 연체율이 20% 돌파하며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면 정부는 다시 빚을 탕감해 주고 새 대출을 내준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다. 알면서도 되풀이해 '시행착오'가 아닌 '시행과오'가 된 정책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가맹사업 현업 종사자로서 그가 내놓은 해법은 세 가지다.
첫째는 가맹점 출점 거리 제한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모범거래기준'을 만들어 편의점과 카페, 빵집, 치킨가게 등 업종별로 기존 가맹점과의 출점 거리를 제한했다. 그러나 2014년 이를 폐지하고 가맹사업법 개정을 통해 '상호 협의'로 대체했다. A씨는 "그때 그게 그대로 유지됐다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가맹사업법을 고쳐 업종별 최소 거리를 법에 명시하고 강제해야 한다고 했다.
둘째는 배달앱 수수료 상한을 두는 것이다. A씨는 "수수료와 광고비, 부대비용을 합치면 30%가 넘는다"며 15% 수준으로 묶어야 한다고 했다. 배달 플랫폼이 몸집을 불리는 동안 외식 자영업자의 수익은 뒷걸음질쳤다. 점주들이 낸 수수료와 광고비가 플랫폼 성장의 거름이 된 셈이다.
셋째는 차액가맹금 규제다. 예전에도 비쌌고 지금은 더 비싸진 본사 원부자재, 그 물류에 본사가 붙이는 마진을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의 허리가 무너지면
A씨가 주장한 '가맹점 출점 거리 제한'은 낯설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21년 10월 소상공인·자영업자 간담회에서 식당이 문을 열었다 망하기를 되풀이하는 현실을 '개미지옥'에 빗대며 "음식점 허가 총량제를 운영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권이 "전체주의적 발상"이라며 공세를 퍼붓자, 그는 하루 만에 "당장 시행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5년이 지난 지금, 그때 그 발언이 새삼 아쉽게 다가온다. 총량제든 출점 거리 제한이든 공멸을 막아 달라는 현장의 목소리는 이제 절규에 가깝다.
대한민국 경제는 최근 AI 호황에 힘입어 수출과 세수 모두에서 기록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 그러나 위는 치솟고 아래는 꺾이는 전형적인 'K자 성장'이다. 필자가 연재 중인 '풍요 속의 불안'에서 만난 중소기업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이 털어놓은 사정이 그 증거다. 우리는 지금 우리 경제의 허리가 무너져 내리는 장면을 목도하고 있다.
물론 출점 제한도, 수수료 상한도, 차액가맹금 규제도 본사와 플랫폼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것이다. 그래서 지금 정부와 정치권에 필요한 것은 '미움받을 용기'다. 이전처럼 빚 탕감과 대출 지원이라는 미봉책으로는 더 이상 골목이 버틸 수 없다. 대통령 스스로 '개미지옥'이라 불렀던 그 골목에, 이제는 결단으로 답할 때다.
그러지 않는다면 훗날 우리 지도자들 가운데 누군가는 지금을 돌아보며 "그때 그랬어야 했다"고 회고할 것이다. 얼마 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회고처럼 말이다.
#가맹사업#플랫폼#배달앱#카페#커피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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