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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회사 다니던 청년, 사표 내고 타투이스트 된 사연

IT 회사 다니던 청년, 사표 내고 타투이스트 된 사연

요약

퇴사, 커리어 전환, 해외 생활. 남들은 하나 하기도 어려운 도전을 3년 사이 다 해낸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타투이스트 블루엣. 블루엣(29)님은 IT 기획자에서 타투이스트로 진로를 변경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워킹홀리데이까지 떠났습니다. 호주 멜버른, 브리즈번 그리고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등 6개 도시에서 짧게 머물며 일했고, 현재는 호주 시드니에서 여정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블루엣님이 회사원에서 타투이스트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1년간의 해외 생활을 마친…

본문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찾아 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고 전합니다. 원하는 일이 있는데 두려워서 시작을 망설이는 2030에게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퇴사, 커리어 전환, 해외 생활. 남들은 하나 하기도 어려운 도전을 3년 사이 다 해낸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타투이스트 블루엣. 블루엣(29)님은 IT 기획자에서 타투이스트로 진로를 변경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워킹홀리데이까지 떠났습니다. 호주 멜버른, 브리즈번 그리고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등 6개 도시에서 짧게 머물며 일했고, 현재는 호주 시드니에서 여정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블루엣님이 회사원에서 타투이스트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1년간의 해외 생활을 마친 소감은 어떨까요. 지난 12일 화상으로 만나 대화를 나눴습니다.

왕복 3시간 출퇴근 견디던 IT 기획자, 타투이스트가 되다

타투이스트 블루엣. 인터뷰이의 요청으로 얼굴과 실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타투이스트 블루엣.인터뷰이의 요청으로 얼굴과 실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 블루엣

- 퇴사는 어떤 이유로 결심하셨나요?

AD "회사 생활은 1년 정도 했어요. 처음 회사에 다닐 때는 안정적인 수입을 얻으면 만족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니니까 달랐어요. 경기도에 살았는데 서울로 출퇴근하면 왕복 3시간이 걸렸어요. 정시 퇴근을 한다고 해도 하루에 한 12시간, 13시간은 회사만을 위해 쓰는 거잖아요. 집에 오면 지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게다가 요즘은 IT 업계에서 AI 때문에 이른 나이에 권고사직을 당하기도 하잖아요. 몇십 년간 계속 이렇게 일하면 지칠 것 같은데... 오래 일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라니 마음이 복잡했어요."

- 개인 시간을 찾으려고 '미라클 모닝'도 하셨다면서요.

"미라클 모닝을 안 했을 때도 오전 6시에 일어났거든요. 더 일찍 일어나야 했어요. 오전 5시에 일어나 봤는데 피곤해서 생활이 안 되는 거예요. 얼마 못 가서 그만뒀어요."

- 요즘 취업 시장이 좋지 않잖아요. 한번 커리어를 전환하면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거란 걱정은 없었나요?

"불안하기는 했는데 그때는 정신적으로 지쳐 있는 게 컸어요. 처음에는 이렇게 회사를 오래 떠나 있을 결심을 하지는 않았어요. 1년 해보다가 안 되면 다시 돌아가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회사 막내였다 보니 회사 주변 분들이 '하고 싶은 걸 할 거면 지금 해야지. 지금이 제일 많이 도전하는 때'라고 말씀을 많이 해 주셨어요. 엄마도 제 나이 때 혼자 해외에 나가고 싶었는데 그때는 여자 혼자 해외여행을 하면 시선이 좋지 않았을 때여서 부모님이 못 가게 막으셨대요. '나는 못 가본 게 후회되니까 너는 그렇게 살지 말라'고 응원해 주셨어요."

- 타투에는 원래 관심이 있으셨나요? 어떻게 타투를 시작하시게 됐어요?

"예전부터 작가나 아티스트처럼 창작자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은 있었어요. 타투이스트에 관심을 갖게 된 건 회사 다닐 때였어요. 그때 몸에 타투가 있었는데, 친한 동료 몇 분만 타투 했다는 걸 알고 있었죠. (회사에 다니지 않으면) 나중에 뭘 할지 이야기 나누다가, 그분들이 저한테 타투이스트가 어울린다면서 추천해 주셨어요. 관심이 생긴 상태에서 알아보니 나만의 창작 활동을 할 수 있고, 여행하면서 일하기 좋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어요."

-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타투이스트랑 비슷한 직업이었나요?

"대학교에선 산업디자인을 전공했고, IT 기획자로 일했어요. 기획자는 고객의 요구에 맞춰서 IT 서비스를 기획해요. 창작 계열이라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타투이스트는 자신의 취향과 세계관을 쏟아부어서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것 같아요."

- 퇴사 후 타투이스트로 돈을 벌기까지 얼마나 걸리셨나요?

"타투 수업은 3개월 정도 들었어요. 이후에 데뷔를 한 뒤 포트폴리오를 쌓았어요. 타투 작업만으로 생활비를 다 감당하긴 어려워서 과외도 '두 탕' 뛰었어요. 회사에서 모아뒀던 돈을 빠르게 쓰게 되더라고요(웃음)."

해외로 나가다

- 한국에서 타투이스트로 1년간 활동하시다가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셨잖아요. 원래 타투 일을 하러 워킹홀리데이를 가는 경우가 흔한가요?

"워킹홀리데이보다는 단기 게스트 워크(타투이스트가 자신이 평소에 일하는 곳이 아닌 다른 지역이나 해외의 다른 타투샵에 일정 기간 방문해 작업하는 문화) 형태로 작업하시는 분들이 훨씬 많아요. 타투는 한국보다 해외에서 인식이 좋기도 하고 페이도 더 높거든요. 한국 타투이스트들이 해외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서 저도 나가서 작업해 보고 싶었어요.

한국에선 신입 타투이스트다보니 아무래도 벌 수 있는 돈이 한정적이었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벌어도 생활비가 제대로 벌리지 않았거든요. 타투를 그만두고 회사에 다녀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어요. 원래 해외에서 타투가 아니라도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다양한 일도 경험하고, 타투이스트로 작업을 좀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만큼 워킹홀리데이를 가기로 했어요."

- 호주에서 했던 작업 중 가장 기억에는 작업이 있다면요.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오는 호랑이 '더피' 캐릭터 작업이 기억에 남아요. 시드니에 사시는 분이었는데, 멜버른까지 오셔서 타투를 받아 가셨어요. 그분이 몇 달 있다가 또 작업을 해줄 수 있냐고 의뢰를 주셨어요. 저의 시그니처 작업 중 악보 타투가 있는데, 그 아이디어를 좋게 봐주셔서 작업을 추가로 해드렸어요."

- 악보 타투는 어떤 작업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노래의 악보를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이에요. 악보의 음표 자체를 그리는 작업은 다른 분들도 많이 하시는데, 음표를 노래의 메인 주제에 맞는 다른 요소로 바꿔서 그린다는 점이 특별해요."

블루엣의 타투 작업들. 왼쪽은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호랑이 '더피'를 그린 것, 오른쪽은 걸그룹 트와이스 유닛그룹 '미사모'의 노래 마시멜로우의 악보를 형상화한 타투다. 출처 : @bluette_tt 인스타그램 갈무리.
▲블루엣의 타투 작업들.왼쪽은 영화 의 호랑이 '더피'를 그린 것, 오른쪽은 걸그룹 트와이스 유닛그룹 '미사모'의 노래 마시멜로우의 악보를 형상화한 타투다. 출처 : @bluette_tt 인스타그램 갈무리. ⓒ 블루엣

- 호주에서는 타투 일만 주로 하면서 생활하셨나요?

"이왕 온 거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다른 일도 했어요. 수익 보충을 하겠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큰 펍에서 종업원으로 4개월 정도 일했고, 마트에서 계산 일도 했어요. 한식 레스토랑에서도 종업원으로 일했어요."

- 영어는 원래 잘하셨나요?

"못하지는 않았는데 말하기가 문제였어요. 영어로 얘기하면 정리해서 말해야 할 것 같고, 틀리지 않아야 할 것 같으니까 선뜻 말이 나오지 않았어요. 호주에서 지내면서 말할 때 망설이는 건 없어진 것 같아요. 틀리더라도 '다음에 다르게 말하면 되지'라고 생각해요. 대화하는 상대가 원어민이라면 '본인이 영어를 훨씬 잘하는데 알아서 알아듣겠지!' 이런 마인드로 말하고 있어요."

- 호주에서 1년을 보내고 곧 한국으로 돌아오시는 건데, 어떤 마음으로 돌아오시나요?

"해외에서 장기간 생활하는 것이 잘 맞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지내보니 생각과 달랐어요. 당분간은 정착해 살기보다 여행으로 더 방문하고 싶어요. 한국 가서는 어떻게 살지 모르겠어서 고민이 많기는 해요. 하고 싶은 타투 작업을 하면서 어떻게 계속 지낼 수 있을지 고민 중이에요."

- 어떤 점이 안 맞으셨어요?

"제철 음식 못 먹는 거요. 한국에서처럼 한식을 제대로 먹을 수 없다는 게 아쉬웠어요. 또 호주는 놀거리가 마땅히 없다고 느꼈어요. 한국에선 영화, 뮤지컬, 운동 경기 관람을 하러 자주 다녔는데 호주에서는 문화생활을 하려면 정말 비싸기도 하고, 한국만큼 볼거리가 많이 열리지도 않거든요."

- 앞으로도 타투이스트로서 활동을 이어 나가실 계획인가요?

"타투로 온전히 먹고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우선 타투이스트 경력을 중단하지 않고 작업을 이어 나가고 싶은 마음이 크고요. 앞으로 실력도 더 키우고 싶어요. 한국의 지방 도시나 일본에서도 게스트 워크를 다양하게 다녀보고 싶어요. 직접 그린 그림으로 굿즈도 제작하고 싶어요."

- 퇴사, 커리어 전환, 워킹홀리데이. 남들은 하나만 하기도 어려운 걸 최근 3년 내로 다 하셨는데 원래 도전적인 편인가요.

"시작할 때 일단 저질러 놓고 보는 편인 거 같아요. 나중에 어떻게든 수습하게 되더라고요. 워킹홀리데이 가기 전에 준비할 리스트가 많잖아요. 집도 미리 알아봐야 하고, 직장에 미리 이력서도 돌려보면 좋은데 저는 준비 기간이 짧아서 제대로 준비를 못 했어요. 막상 호주에 와있으니까, 호스텔에서 탈출하고 싶어서 살 집을 열심히 알아보게 되고, 생활비 벌어야 하니까 이력서를 쓰게 됐어요. 이런 식으로 시작을 해 놓으면 어떻게든 해결하게 되더라고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본인이 추구하고 싶은 삶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몇 살에 얼마를 모아야 하고… 이런 말이 미디어에 많이 나와서 현혹되기도 하지만, 본인이 그것보다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돈이 덜 벌리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한 사람이라면 그걸 도전해보는 게 만족감이 크지 않을까요. 그리고 준비가 덜 됐더라도 일단 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질러 놓고 하다 보면 또 다른 기회가 오기도 해요. 내가 이미 일을 시작했다면 그 기회를 잡을 수도 있는 거죠. 완벽히 준비되는 때는 없는 것 같더라고요."

호주 멜버른의 타투 스튜디오. 블루엣은 스튜디오의 SNS 계정을 미리 보고 한국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호주 멜버른의 타투 스튜디오.블루엣은 스튜디오의 SNS 계정을 미리 보고 한국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 블루엣

낙원이 없으리라는 걸 알아도

"도망친 곳에 낙원은 있을 수 없다."

널리 알려진 이 문장은 만화 <베르세르크>의 명대사 중 하나입니다. 불우한 가정 환경을 피해 도망친 소녀 '질'은 괴물이 될 위기에 처합니다. 이때 괴물 사냥꾼 '가츠'가 질을 구해주죠. 질은 자유롭게 떠도는 가츠를 보며 자신도 데려가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러자 가츠는 자신을 감싼 악령들과 어둠을 보여줍니다. 질은 괴물 사냥꾼이 매일 밤 악마, 악령과 싸워야 하는 처절한 운명을 지녔다는 사실을 알고 좌절에 빠집니다. 혼란스러운 질에게 가츠는 이렇게 말합니다.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있을 수 없는 거야", "도착한 곳, 그곳에 있는 건, 역시 전장 뿐이다"라고요.

그러고 질에게 자신의 전장으로 가라고 말합니다. 질은 결국 자신의 마을로 돌아가고, 도망치지 않고 이를 악물고 살아가 보려고 결심합니다. 이 대사는 '괴로워도 무작정 버텨야 한다'라는 의미로 오해되곤 하지만, 실은 그런 뜻이 아닙니다. 어디로 떠나든 삶의 어려움은 존재하고, 그 어려움을 완전히 피해 갈 수는 없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고통이 없는 낙원을 찾는 일이 아니라, 어떤 삶을 선택하고 그 안에서 어떤 어려움을 감당할지 결정하는 일이 아닐까요.

블루엣님의 선택도 그랬습니다. 회사를 나와 타투이스트가 되었지만, 그곳에 낙원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과외를 '두 탕' 뛰어야 했고, 타투를 그만두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해외로 떠난 뒤에도 고민은 계속되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아직 명쾌한 해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블루엣님은 타투 작업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곳에서 작업하고, 자신이 그린 그림으로 굿즈도 만들고 싶다고요. 낙원이 없으리라는 걸 알아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향해 다시 나아가는 것. 어쩌면 도전이란 그런 일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비사이드클럽 인스타그램 계정(@bside_seoul)에도 실립니다.


group 성공담이 아닌 시작담https://omn.kr/group/bside_club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고 전합니다. #인터뷰#타투#타투이스트#퇴사#워킹홀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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