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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데이터센터는 지방을 살릴 수 있을까

AI 시대, 데이터센터는 지방을 살릴 수 있을까

요약

지난 27일 자 사설 "데이터센터 - 지방 활성화와 함께하는 정비를"은 생성형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의 공간적 편중 문제를 짚고 있다. 사설에 따르면 일본 내 200여 곳의 데이터센터 중 60% 이상이 도쿄 등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 반면 미국은 5,000곳을 넘어서며 인프라 규모 자체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불균형이 단순한 '입지 편중'을 넘어 거시경제적 위협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일본이 해외 IT 서비스 이용료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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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자 <요미우리신문> 사설 "데이터센터 - 지방 활성화와 함께하는 정비를"은 생성형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의 공간적 편중 문제를 짚고 있다. 사설에 따르면 일본 내 200여 곳의 데이터센터 중 60% 이상이 도쿄 등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 반면 미국은 5,000곳을 넘어서며 인프라 규모 자체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불균형이 단순한 '입지 편중'을 넘어 거시경제적 위협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일본이 해외 IT 서비스 이용료로 지불하는 금액이 거둬들이는 수익을 초과하는 이른바 '디지털 적자'가 지난해 6조 7,000억 엔에 달했다. 자국 내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부족은 해외 클라우드 플랫폼에 대한 종속을 심화시키고, 이는 궁극적으로 국부 유출과 환율 불안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요미우리의 논리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사설은 데이터센터의 전국적 분산을 촉구하며, 이를 '지방 활성화'와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을 전개한다.

일본의 분산 전략: 단순한 이전이 아닌 '생태계 구축'

AD 일본 정부와 지자체의 데이터센터 분산 정책은 선언적 차원을 넘어 구체적 사업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도야마현 난토시의 경우, 과거 알루미늄 산업을 뒷받침하던 수력발전 인프라와 내륙의 낮은 재해 리스크를 무기로 총 3.1GW 규모의 대형 데이터센터 집적지를 구축 중이다. 1단계로 400MW급 수전이 가능한 부지를 확보했으며, 지역 기업들이 참여하는 관민 협력 거버넌스를 갖추었다.

홋카이도 이시카리시는 한발 더 나아가 '에너지 자립형'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2026년 4월 가동을 앞둔 '이시카리 재생에너지 데이터센터 1호'는 인근의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100% 활용을 목표로 한다. 이 프로젝트는 총무성의 디지털 인프라 정비기금 지원을 받았으며, 교세라 등 주요 기업이 동참하고 있다. 이 두 사례는 일본의 지방분산 전략이 단순히 "땅값이 저렴한 곳을 찾는다"는 차원이 아님을 시사한다. 전력 공급망, 정책적 인센티브, 그리고 지역의 산업 유산이 하나의 생태계로 결합할 때만 분산이 가능함을 입증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지방 분산 및 투자 유치 성공 사례
1. 홋카이도 이시카리시: 냉량 기후와 100% 재생에너지 결합
2. 도야마현 난토시: 과거 산업 인프라의 현대적 재활용
3. 후쿠시마 및 동북(도호쿠) 지역: 발전소 직결 및 부흥 특구 활용
빅테크의 대규모 투자, 그 본질적 동인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일본 시장에 천문학적 자본을 투입하는 현상도 이러한 맥락과 궤를 같이한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3사가 발표한 일본 내 클라우드·AI 인프라 투자 규모는 30조 원을 훌쩍 넘는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를 단순한 '친기업 정책의 승리'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면에는 일본 내 폭발적인 AI 수요와 더불어 자국 내에 데이터를 보관해야 한다는 '데이터 주권(Sovereignty)' 요구가 강력하게 작용했다. 여기에 전력난을 타개하기 위해 지방 거점을 발굴하려는 중앙정부의 보조금과 규제 완화가 뒷받침되면서, 거대 자본이 안정적으로 유입될 수 있는 제도적 토대가 완성된 것이다.

'데이터센터 = 일자리 창출'이라는 환상

그러나 데이터센터 유치가 곧바로 지방의 경제적 부흥으로 직결된다는 맹신은 경계해야 한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장치 산업이지만, 가동 이후에는 극소수의 고숙련 인력만이 상주하는 고용 비탄력적 특성을 지닌다. 반면, 막대한 전력과 용수를 소비하므로 지역 사회에 환경적 부담을 전가할 위험이 크다.

실제로 일본 수도권 일부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 운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요미우리 사설이 굳이 '지역 수용성'과 '지방 활성화와의 연계'를 강조한 데는 이런 역설적 현실이 깔려 있다. 단순히 거대한 데이터 창고를 짓는 것에 그친다면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직면한 이중 교착, 그리고 국가적 과제

한국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2023년 개정된 전기사업법 시행령에 따라 한전은 5MW 이상의 전력을 소비하는 신규 데이터센터가 전력 계통에 부담을 줄 경우 전기 공급을 거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려는 정책적 결단이지만, 현실에서는 심각한 병목 현상을 낳고 있다. 수도권 진입은 막혔으나, 정작 대안이 되어야 할 지방에는 대규모 전력을 공급할 송배전망과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교훈은 명확하다. 데이터센터의 지방 분산은 규제의 철퇴나 단순한 부지 제공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용량의 안정적인 전력망 확보, 탄소중립을 위한 재생에너지 공급 로드맵, 명확한 인허가 기준,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상생 모델이 '삼위일체'로 설계되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본은 저렇게 투자받는데 우리는 왜 못 하느냐"는 단편적인 조바심이 아니다. 국가 차원의 전력·에너지 마스터플랜 없이 무분별한 유치 경쟁에만 매몰된다면, 지방은 또다시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거대한 창고들의 실험장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적어도 다가오는 6월 3일 지방선거 만큼은, 이 문제를 지역 공약의 들러리가 아닌 국가 에너지 전략의 핵심 의제로 진지하게 논의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파인에도 실립니다.글쓴이 김영근은 현재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겸 인문학과동아시아문화산업과정 교수이다. 도쿄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박사를 취득한 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및 계명대 일본학과 조교수를 역임하였다. “AI시대의 안전경제학: 글로벌 불확실성 및 위기관리”『한일경상논집』,『3·11 동일본대지진을 새로이 검증하다』(단역),『일본 원자력 정책의 실패』(단역),『재해 리질리언스: 사전부흥으로 안전학을 과학하자』(공저),『일본의 재해학과 지방부흥』(공저) 등 다수의 논문과 저서가 있다.


#AI데이터센터#지방선거#지역활성화#김영근교수#고려대글로벌일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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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교수의 안전혁명

글 김영근 (ikimyg) 내방

현재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교수로 있으며, 사회재난안전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주된 관심분야는 글로벌 위기관리 및 재난·안전학, 일본의 정치경제, 동아시아 국제관계, 국제기구론, 국경학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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