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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나올 때보다 떨렸다는 이 사람 "판사에게 연민을 빼면..."

'유퀴즈' 나올 때보다 떨렸다는 이 사람 "판사에게 연민을 빼면..."

요약

"단상 아래에서 기다리며 세 사람이 같이 한 말이 '이거 유퀴즈보다 더 떨리네'였습니다. 법관과 직원, 로스쿨생과 시민 등 다양한 분들이 오시고, 부산고등지방법원장님, 가정법원장님이 맨 앞줄에서 보셔서 상당히 긴장되더군요." - 박주영 부산지법 형사3단독 판사 인터뷰에서 지난 9월 11일 부산지법 종합청사 5층 대강당에서는 이례적인 행사가 열렸다. '판결문 너머, 나누고 싶은 이야기'란 제목의 북토크였다. 이날 행사 주인공은 세 명의 현직 판사였다. 박주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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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아래에서 기다리며 세 사람이 같이 한 말이 '이거 유퀴즈보다 더 떨리네'였습니다. 법관과 직원, 로스쿨생과 시민 등 다양한 분들이 오시고, 부산고등지방법원장님, 가정법원장님이 맨 앞줄에서 보셔서 상당히 긴장되더군요." - 박주영 부산지법 형사3단독 판사 인터뷰에서

지난 9월 11일 부산지법 종합청사 5층 대강당에서는 이례적인 행사가 열렸다. '판결문 너머, 나누고 싶은 이야기'란 제목의 북토크였다. 이날 행사 주인공은 세 명의 현직 판사였다. 박주영 판사, 정현숙 판사, 천종호 판사.

이들 사이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20년 이상 경력의 부장판사였다. 또한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북토크에 참석한 김문관 부산지방법원장이 눈여겨봤다는 공통점은 또 있었다. 박 판사는 최근 나온 <죄와 책>(2026년 7월 출간)을 비롯하여 네 권의 책을 냈다. 정 판사는 <덜 아픈 마침표를 위하여>와 <오늘도 이혼주례를 했습니다>의 저자다. 천 판사는 <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등 여러 권의 책을 썼다.

AD 북토크 행사에서 이들은 자신의 책에서 소개하고 싶은 구절을 낭독하고 집필 배경을 설명했다고 한다.

부산지법에 따르면, 박 판사는 눈 밝고 선한 독자가 절판된 책을 살리듯 한 사람의 시민이 전과자나 중독자 또는 노숙인을 살릴 수 있다고 했다. 정 판사는 아이들에게 두렵지 않고 안전할 것이란 신뢰를 주는 것이 이혼하는 부모에게 좋은 이별이라고 했다. 천 판사는 죄는 엄벌하되 죗값을 치르고 난 이후에는 세상에서 소외되고 거리로 내몰린 아이들을 다시 품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연민

 2017년 3월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유리창으로 태극기와 법원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앞쪽으로 법을 상징하는 저울을 든 여신상이 보인다.
▲2017년 3월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유리창으로 태극기와 법원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앞쪽으로 법을 상징하는 저울을 든 여신상이 보인다. ⓒ 연합뉴스

모두 연민이 필요한 일이다. 사람을 불쌍하고 가련하게 여기지 않는 사회는 갱생에도 인색하기 마련이다. 부모 각자 입장 못지않게 아이 입장에도 서야 하는 것이 이혼에 이르는 과정이다. 세 명의 판사가 강조했던 바를 관통하는 단어는 연민 아니었을까. 박 판사는 이에 동의했다. 지난 8월 말 인터뷰와 9월 27일 서면 추가 답변을 통해 그는 잘 보이지 않았던 공통점 한 가지를 더 설명했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뚜렷합니다. 부산가정법원 근무 경험이죠. 가정법원 근무가 그 후 저희 사법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법과 절차를 경계로 당사자의 삶과 완벽하게 유리된 일반 재판과 달리, 법과 절차를 매개로 당사자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회복적·후견적 사법 영역에서의 경험이 큰 영향을 끼친 것이겠죠.

저희가 그 곳에서 본 것이 바로 '인간에 대한 연민의 중요성' 아닐까 합니다. 연민의 결핍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그 참혹한 현실에서 벗어나려면 또 얼마나 큰 연민이 필요한지, 그런 점을 느꼈다고 할까요. 개인적으로 제가 자꾸 노숙자나 생계범과 정신질환자에게 돈과 책을 주는 이유는, 판결 선고 이후 모습이 어른거리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런 행동은 2023년 12월 널리 알려진 바 있다. 박 판사는 당시 특수협박혐의로 기소된 50대 노숙인 피고인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2년을 명령했다. 선고 직후 박 판사는 중국 작가 위화의 <인생>이란 책과 현금 10만 원을 줬고 이 장면을 목격한 시민은 "감동스러웠다"고 <부산일보>를 통해 밝혔다. 박 판사는 '선고 이후 어른거리는 모습'이 무엇인지 설명을 이어갔다.

"구치소에서 석방되어도 먼 고향까지 갈 차비 한 푼 없는 피고인의 모습이, 구치소 문을 나서도 누구 한 명 데리러 오는 사람 없고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정신질환 여성의 멍한 모습이 너무 잘 보이는 것이죠."

법정

 박주영 판사의 2006년 1월 법관 임용식 당시 모습.
▲박주영 판사의 2006년 1월 법관 임용식 당시 모습. ⓒ 박주영 제공

박 판사의 표현을 빌리면 법정이란 곳은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그리고 악함과 잔인함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생생하게 나타나는 장소다.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위한 '거짓 반성이나 이기적 참회'와도 마주하는 사람이 또한 법관이다. 추한 인간의 모습을 최소 20년 이상 목격한 세 명의 부장판사가 연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상황은 언뜻 역설적이다. 위험하게도 보인다. 박 판사 스스로도 2019년 6월 내놓은 책 <어떤 양형 이유>에서 이렇게 경계하기도 했다.

"법의 영역에서 동정이나 연민은 위험하다. 인권은 시혜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수자에 대한 법적 보호를 시혜라고 보면, 그 시선은 언제 철회해도 무방한 것이 된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다. 적어도 온라인상에서는 서로를 불쌍하거나 가련하게 여기기보다는 서로를 미워하거나 파괴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경우가 과거보다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혐오를 팔아먹는 콘텐츠가 넘실댄다. 박 판사도 6년 전에 비해 이같은 현상이 훨씬 심해졌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 내놓은 <죄와 책>에도 이런 글이 나온다.

"우리가 초점을 맞춰야 할 건 중독의 부정적 서사가 아닌 회복의 긍정적 서사다. 우리는 사람들이 나락에 빠진 걸 즐기는 데는 익숙하지만, 극복 서사에는 유난히 인색하다... (중략) 우리에게는 극복과 회복의 서사가 너무 빈약하다. 범죄자의 재기나 갱생에 야박한 건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매번 같은 결말에 물리지 않는가. 중독과 파멸의 클리셰가 정말 지겹지 않은가."

박 판사는 답답함을 표시했다. 그는 "어떤 제도를 만들고 돈과 사람을 투입하는 건 정치의 영역이다. 이건 느릴 수 있다"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회복, 재기, 갱생, 이런 부분은 답보가 아니라 퇴보 수준으로 정체돼 있어요. 치료 감호, 전혀 개선이 없습니다. 교도소 과밀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치료 감호소에는 보통 정신질환자가 전체의 절반 정도, 그리고 마약사범과 성중독자들이 있는데요. 자리가 부족해요. 어쩔 수 없이 내보내야 하는 구조입니다. 20년 전? 30년 전?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는 거죠."

현실

 박주영 판사.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박주영 판사.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이정환

그의 평가대로라면, 재기 혹은 갱생을 돕는 사회적 시스템 자체가 오히려 퇴보한 상황인데 연민?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 아닐까. 박 판사에게 돌아온 대답은 오히려 현실에 뿌리를 박고 있었다.

"건전하게 사는 대부분 사람들과 범죄자들은 완전히 분리돼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잖아요. 조두순도 나오는데... 사회에 다 나오게 됩니다. 계속 격리할 수가 없습니다. 어쨌든, 같이 살아야 한다는 거죠. 결국 어떻게 같이 살 거냐의 문제입니다. 조두순 같은 사람이야 철저하게 감시하고 감독해서 재범 못 하게 하는 모습이겠죠. 그런데 그 외 수많은 범죄자들도 다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세움이란 곳이 있습니다. 수형자 자녀를 보살피는 사단법인이에요. 욕 많이 먹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재판하다보면 '나 들어가면 아이 죽는다'고 하는 사람들 적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액면 그대로 그 말 다 믿을 수는 없지만, 어린 아이가 있는 게 사실이면, 걱정이 됩니다. 구속통지를 할 보호자조차 없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 갑작스러운 구금으로 진짜 아이가 혼자 남는 경우가 있거든요. 아주 어린 영아라면 더 걱정이 되죠. 완전히 사각지대입니다.

물론 철저한 분별은 필요합니다. 격리할 사람들은 확실히 격리하고, 풀어 줄 만한 사람들은 풀어줄 만 하다는 전제가 확실히 있어야죠. 그런 전제에서, 사회에 나온 사람들에 대해 포용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게 너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갱생이나 재기를 거의 바라지 않는 사회 같아요. 범죄자들은 그냥 조용히 사라지길 바라는 거 같은데... 그럴 수 없는 거잖아요. 사회에 스며들어 살아가야 할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쪽으로 생각들이 많이 모여야 한다는 거죠."

별종

 지난 9월 11일 부산지법 종합청사 5층 대강당에서는 이례적인 행사가 열렸다. '판결문 너머, 나누고 싶은 이야기'란 제목의 북토크였다. 이 날 행사 연단에는 세 명의 현직 판사가 올랐다. 박주영 판사, 정현숙 판사, 천종호 판사였다.
▲지난 9월 11일 부산지법 종합청사 5층 대강당에서는 이례적인 행사가 열렸다. '판결문 너머, 나누고 싶은 이야기'란 제목의 북토크였다. 이 날 행사 연단에는 세 명의 현직 판사가 올랐다. 박주영 판사, 정현숙 판사, 천종호 판사였다. ⓒ 부산지방법원

그런 생각이 많이 모이려면 사법부에 대한 불신 역시 줄어들어야 할 것이다. 그의 말로 풀이하면 "격리해야 할 사람들은 확실히 격리하고, 풀어 줄 만한 사람들은 확실히 풀어줄 만하다는 확실한 전제"에 대한 불신, 그 자체가 <어떤 양형 이유>가 나왔던 6년 전에 비해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 판사는 이런 말로 자신의 아쉬움을 표현했다.

"여전히 제가 별종 판사라는 거, 그게 아쉽습니다."

별종 판사, 그는 확실히 '튀는 판사'다. 장문의 양형 이유를 쓰고 법정에서 낭독하는 판사, 피고인에게 '10만 원'을 건네는 판사, 문학적인 소양이 담긴 책을 여러 권 내는 판사. 이런 모습은 확실히 흔하지 않다. 하지만 그는 "법원은 더더욱 별종이나 파격이 필요한 영역"이라며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책 쓰고 제일 놀랐던 게 여러 사람한테 피드백이 왔다는 겁니다. 비판이든 뭐든 피드백 받을 때가 가장 좋았어요. 판사들은 사실, 제3자 얘기를 듣는 직업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게 고립무원의 방에 갇혀 있으라는 게 아닙니다. 사법권의 독립이라는 게 여론이나 혹은 평가로부터의 단절이 아니에요. 부당한 여론이나 재판에 지장을 줄 만한 간섭은 스스로 걸러내고 가려내면 됩니다. 그런 분별력이 없으면 판사를 하지 못하죠. 판사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성찰하지 않으면 지극히 위험한 직업입니다."

그가 책을 내는 것은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귀를 열고 세상을 향해 입을 열어야 하는 직업이 판사라는 그의 입장에선 당연한 일이니까. 그 외 다양한 방법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판사가 많아져야 하는 것 역시 그의 입장에선 자연스러운 바람이다. 연대란 말은 그렇게 박 판사 입에서 나왔다.

"우리가 형사 사법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악'에 대해서는 정당하게 단죄를 하고, 교화하고 갱생해서 살릴 사람은 살리자는 거거든요. 이게 본질입니다. 사회적 연대가 필요해요. 힘을 합치지 않으면 교화와 갱생은 갈수록 해결하기 더 어려워지는 사회적 난제가 될 겁니다."

경고

북토크 행사장 단상 아래에서 왜 세 명의 판사들이 "유퀴즈보다 더 떨렸다"고 했는지 조금 납득이 갔다. 그들과 더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자리여서가 아니었을까. 그것도 '연민'을 주제로 말이다. "책에서 인간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라는, 인터뷰에 동석한 대학생 시민기자의 말에 나온 박 판사의 대답은 서늘했다.

"나도 어떤 경우는 용서가 안 됩니다. 진짜 막 때려주고 싶은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을 완전 폐기하거나 도려내야 한다는 식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거죠. 그 사람이 그런 상황에 어떻게 처했는지 연구하고 조사하고, 그 서사 이면에 깔려 있는 사회적 환경을 집중해서 들여다보자는 겁니다.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범죄 때문에 인간 자체를 회의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됩니다. 인간 자체에 대한 믿음이 동전 하나 크기 밖에 안 남게 될 수도 있어요. 인간 자체에 대한 연민을 잃어버리면 기계하고 별 차이가 없을 수 있습니다. 기계가 사람을 연민할까요? 인간이 인간을 재판하는데 연민을 빠뜨리면, AI가 사람을 닭 보듯 하는 그런 재판이 될 겁니다."

죄와 책 - 법률가의 문학적 시선과 감각

박주영 (지은이), 모로(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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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유퀴즈#죄와책#정현숙#천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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