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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포모와 포비아 사이]기업들 “AI 잘 쓰는지 보겠습니다”…취준생들 “어디까지 해야 잘 쓰는 건데요?”

[AI 포모와 포비아 사이]기업들 “AI 잘 쓰는지 보겠습니다”…취준생들 “어디까지 해야 잘 쓰는 건데요?”

요약

인공지능(AI) 활용 역량이 최근 취업준비생들의 새로운 ‘스펙’으로 자리잡고 있다. 기업들이 업무에 AI를 도입하는 인공지능 전환(AX)에 속도를 내면서, 채용 단계에서부터 AI 활용 능력을 평가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개발직군 같은 정보기술(IT) 업계는 물론, 비 IT 업계에서도 AI 능력을 주요 기준으로 보는 추세도 뚜렷하다. SK하이닉스, 기···

본문

인공지능(AI) 활용 역량이 최근 취업준비생들의 새로운 ‘스펙’으로 자리잡고 있다. 기업들이 업무에 AI를 도입하는 인공지능 전환(AX)에 속도를 내면서, 채용 단계에서부터 AI 활용 능력을 평가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직군 같은 정보기술(IT) 업계는 물론, 비 IT 업계에서도 AI 능력을 주요 기준으로 보는 추세도 뚜렷하다. SK하이닉스, 기아, HD현대,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들은 AI 활용능력 평가를 도입했고, 중견·중소 기업들도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AI 활용 경험을 묻는다. 구체적으로 SK하이닉스는 거대언어 모델 AI를 활용한 문제해결 프리젠테이션과 심층 인터뷰, 토론 등으로 AI 활용역량을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AI를 잘 활용할 수 있느냐’는 기준은 기업마다 제각각이어서, 취준생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AI 역량을 키워야 하는지 모호하다고 호소한다. 기업들의 AI 평가 기준이 명확해져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업준비생들은 AI 활용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AI 부트캠프를 찾아다녔고, 시간을 들여 별도의 프로젝트 경험을 쌓았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물론, 더 좁아진 취업의 문을 뚫기 위해 AI 활용 능력까지 키워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28일 금융·증권, 영업·구매, 기계 설계, 서비스 기획 등 비 IT 계열 직무 취업준비생 4명에게 AI 활용역량 평가에 관한 생각을 들어봤다.

‘스펙’이 돼버린 AI를 아십니까

효성중공업이 올해 하반기 비 정보기술(IT) 계열 채용 자기소개서에서 지원자의 디지털 기술 활용 경험을 묻고 있다. 독자 제공 사진 크게보기

효성중공업이 올해 하반기 비 정보기술(IT) 계열 채용 자기소개서에서 지원자의 디지털 기술 활용 경험을 묻고 있다. 독자 제공

금융·증권 직무를 준비하는 이모씨(25)는 “최근 자기소개서에서도, 면접에서도 AI와 관련된 질문을 매번 거의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요구되는 능력도 생성형 AI로 원하는 정보를 찾는 수준을 넘어선다. 증권사 인턴으로 일하며 현직자들이 AI로 데이터를 수집·정리·가공하거나, 코딩을 통해 가상 작업공간을 구축하고 업무를 자동화하는 모습을 봤다.

이씨는 “AI 활용능력은 명백하게 스펙”이라며 “요즘 취업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AI 활용 역량을 어떻게 늘릴지 무조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 역시 최신 AI 활용법을 배우기 위해 유튜브에서 무료 강연을 듣고 AI 부트캠프 등 유료 교육과정도 찾아보고 있다.

[AI 포모와 포비아 사이]“AI 잘 쓰는지 보겠습니다”…취준생들 “어디까지 해야 잘 쓰는 건데요?”

이씨와 같은 모습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교육·채용 분야 비영리 재단인 교육의봄이 지난 7월 발표한 ‘2026 취업 사교육비 실태조사’(복수응답)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취업준비생 557명 중 168명(30.2%)은 코딩·데이터 분석 등 IT·컴퓨터 활용 전문지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90명(16.2%)은 AI 관련 교육을 받고 있거나 받은 경험이 있었다.

김선희 교육의봄 연구사업팀 팀장은 “AI 활용 능력을 통해 기업에서 기대하는 경험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명시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AX 노력을 홍보하는 것처럼 직무별로 AI를 활용하는 모습을 제시하거나 적어도 ‘AI 활용 경험’이 아니라 ‘팀 과제에서 AI를 도구로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협업한 경험’처럼 AI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청년들은 AI 활용 경험을 쌓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었다. 기업들이 단순히 활용 가능한 AI 도구를 묻는 것을 넘어 ‘활용 경험’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기계 설계 직무를 준비하는 최모씨(25)도 요즘 AI를 활용해 설계 변경시 자재 명세서(BOM)를 자동으로 업데이트하는 업무 자동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한 기업의 최종 면접에서 면접관으로부터 받은 “AI를 활용해 프로젝트를 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지난해 면접을 보고 나니 AI를 활용해서 뭐라도 해봤다는 경험을 만들어야겠다 싶었다”며 “기계 설계 관련 부트캠프에서 강사가 기계 설계 직무는 AI 활용도가 적어 AI에 대체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어디까지 해야 잘 쓰는 건데요?”

지난 22일 한 취업준비생이 국내 한 온라인 취업 카페에 SK그룹이 신입사원에게 기대하는 AI 활용역량에 관해 묻고 있다. 네이버 카페 갈무리 사진 크게보기

지난 22일 한 취업준비생이 국내 한 온라인 취업 카페에 SK그룹이 신입사원에게 기대하는 AI 활용역량에 관해 묻고 있다. 네이버 카페 갈무리

취업준비생들은 AI를 ‘잘 쓰느냐’고 묻는 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정작 기업·직무마다 ‘잘 쓴다’는 것이 어느 수준을 말하는 것인지는 모호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기업이 원하는 AI 활용역량 수준을 맞추기 위한 ‘눈치싸움’도 벌어졌다.

서비스 기획 직무를 준비하는 임모씨(27)는 AI를 이용해 ‘성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환자를 위한 앱을 개발해 이를 한 기업 자소서에 적었다. 주의력이 짧은 ADHD 환자가 해야 할 일을 작은 단위로 나눠주는 앱이었다. 앱 개발을 위해 해외 논문을 찾아보고, 환자·ADHD 코치도 인터뷰했다. 이를 기반으로 프롬프트를 설계해 AI로 앱을 만들어 애플과 구글의 앱 마켓에 출시도 했다.

면접관의 이목을 끌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당당하게 면접장에 들어섰지만, 직접 개발한 앱에 대한 질문은 전혀 없었다. 해외 연수나 인턴 경험이 있는 다른 지원자들에게 질문이 집중되는 동안 임씨에게 설명할 기회는 오지 않았다. 오히려 면접관은 “AI만 활용해선 살아남을 수 없다. AI는 소통의 도구”라는 취지의 말도 했다. 임씨는 “AI 활용 역량을 보겠다고 해 지원한 회사였지만, AI를 도대체 어디에 쓴다는 것인지, 무엇을 평가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일반 기업에는 이런 경험을 설명하지 않고, AI를 소통·협업 도구 정도로 설명하려 한다”고 말했다.

영업·구매 직무를 준비하는 강모씨(27)는 AI 활용능력을 강조하는 기업에는 지원을 망설인다고 했다. 바이브 코딩과 데이터 크롤링 등 AI를 여러방식으로 활용할 줄 알지만, 자신의 AI 활용 수준이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인지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강씨는 “AI가 시대 흐름인 것은 알겠고, AI가 싫다는 것도 아니다”며 “다만 어떤 식으로 업무에 활용될 예정이니 어떤 역량과 툴(도구)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정도만이라도 알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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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전문가 수준 원하는 거 아냐”

SK하이닉스가 올해 하반기 공개채용 과정에서 사용하는 ‘half-day 면접’을 설명한 동영상. SK하이닉스 유튜브 갈무리

SK하이닉스가 올해 하반기 공개채용 과정에서 사용하는 ‘half-day 면접’을 설명한 동영상. SK하이닉스 유튜브 갈무리

기업들은 신입 채용에서 보는 AI 활용역량은 전문적인 AI 기술이 아니라, 생성형 AI를 도구로 활용해 문제를 풀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이나 소양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하반기 약 500개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기업들이 채용시 선호하는 역량으로 AI 활용능력이 69.2%를 차지해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기업들은 AI로 만들어낸 결과물 뿐만 아니라, 결과를 내기 위해 지원자가 지시한 프롬프트까지 평가 대상으로 본다. SK AX 관계자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결과물을 만들면 최종 결과물과 프롬프트를 보고, 얼마나 프롬프트를 정교하게 입력했는지 또 AI와 대화하며 결과물을 어떻게 개선했는지도 평가한다”며 “AI 자체를 개발하는 능력보다 AI를 도구로 활용해 문제를 풀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에서 사용하는 AI의 경우 업계의 특성이나 보안 등이 중요해 입사 전후의 활용 역량이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HD현대는 선박 설계에 적용하기 위해 차세대 AI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HD현대가 50년 넘게 조선업을 하며 축적한 설계 데이터를 학습한 AI로, 일반적인 생성형 AI와는 쓰임이 다르다. HD현대 관계자는 “조선공학 등 전공을 공부한 신입도 회사에 들어오면 실무를 새롭게 배운다”며 “(AI 활용능력 평가는) 이 시대의 변화 흐름을 좇아가는지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업 종사자 중에는 지원자에게 ‘AI 활용 능력’을 요구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 의류회사의 해외 영업직 박모씨(32)는 “실제 업무에 쓰는 AI가 회사마다 조금씩 다른데, 이걸 입사 전부터 익혀오길 바라는 것인지 평가 기준이 모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사 후 써야 하는 툴은 회사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 기업에서 일하는 A씨도 “요즘 세대는 AI를 네이버 검색하듯 쓴다”며 “AI 활용능력보다 실제 결과물이 좋고 나쁜지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을 평가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은 ‘기본 소양’ 본다는데, 취준생에겐 ‘새 스펙’ 왜?

지난 7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한 AI 부트캠프 광고 게시글에 취업준비생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취뽀’라는 댓글을 남기고 있다. 댓글에 ‘취뽀’를 남기면 AI 부트캠프에 대한 신청 링크를 보내준다는 안내 글 때문이다. 취뽀는 취업준비생들이 쓰는 ‘취업 뽀개기’(취직)의 준말이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사진 크게보기

지난 7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한 AI 부트캠프 광고 게시글에 취업준비생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취뽀’라는 댓글을 남기고 있다. 댓글에 ‘취뽀’를 남기면 AI 부트캠프에 대한 신청 링크를 보내준다는 안내 글 때문이다. 취뽀는 취업준비생들이 쓰는 ‘취업 뽀개기’(취직)의 준말이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신입사원의 역량 중 하나로 AI가 중요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됐지만, 현재 기업과 취업준비생이 느끼는 간극은 매우 크다. ‘AI 활용능력’이 AI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소양에서부터, 서비스 개발과 같은 전문적 영역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주를 포함하고 있는 반면, 기업들의 요구는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취준생들에겐 막막한 영역이다.

실제 올해 처음 생성형 AI를 활용한 문제해결 평가를 도입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AI 문제해결 평가와 관련해 아직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며 “서류전형 이후 실무 평가 전에 구체적인 방식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지능정보보호학부 교수는 “지금은 과도기적으로 모든 분야를 넘나들면서 AI를 잘 쓰는 사람을 찾지만, 결국에는 AI 없이도 그 분야에서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사람을 더 선호하게 될 것”이라며 “AI를 잘 쓰는 역량을 갖추게 된 바탕에 있는 기본적인 역량이나 기질, 특성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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