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약
"과거에는 저희만의, 전라도만의, 광주만의 이야기였던 것이 이제는 누구나 보편타당하게 화를 낼 수 있는 일이 됐구나 싶었어요." 박소영 기자는 '전라도 향한 혐오, 일상에 스민 낙인' 보도 뒤 쏟아진 반응에서 역설적으로 희망을 봤다고 했다. 오랫동안 전라도와 광주 사람들만의 문제처럼 여겨졌던 지역혐오에 이제는 다른 지역 시민들도 함께 분노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삼섭 차장도 이번 기획을 통해 오랫동안 방치돼 온 전라도 혐오를 공론장에 올리고, 많은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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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저희만의, 전라도만의, 광주만의 이야기였던 것이 이제는 누구나 보편타당하게 화를 낼 수 있는 일이 됐구나 싶었어요."
박소영 <무등일보> 기자는 '전라도 향한 혐오, 일상에 스민 낙인' 보도 뒤 쏟아진 반응에서 역설적으로 희망을 봤다고 했다. 오랫동안 전라도와 광주 사람들만의 문제처럼 여겨졌던 지역혐오에 이제는 다른 지역 시민들도 함께 분노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삼섭 차장도 이번 기획을 통해 오랫동안 방치돼 온 전라도 혐오를 공론장에 올리고, 많은 사람이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만이 아니라 함께하면 해결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했다.
AD <무등일보> '전라도 향한 혐오, 일상에 스민 낙인'은 온라인과 일상에서 가볍게 소비돼온 전라도 혐오가 지역민의 삶에 남긴 상처를 당사자 취재와 데이터 분석으로 드러낸 보도다. 기성세대부터 청소년까지 직접 만나 세대를 넘어 반복되는 차별을 보여주고, 포털 뉴스 댓글 10만 2천여 개를 분석해 5·18 왜곡과 정치적 비난, 지역 비하가 결합해 확산되는 양상도 확인했다.
지역혐오를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혐오와 차별, 민주주의 문제로 확장한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무등일보> '전라도 향한 혐오, 일상에 스민 낙인'을 2026년 7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민언련 교육관에서 이삼섭 차장과 최류빈·박소영·강승희 기자를 만나 보도 뒤 이야기를 들었다.
캐비닛에 묵혀둔 기획, 탱크데이·배재고 터지자 "당장 하자"
- 전라도 혐오를 본격적으로 다루게 된 계기는.
이삼섭 : "전라도 혐오는 굉장히 오래된 현상이다. 2010년대 초반 학보사에서 활동할 때도 일베 같은 극우 성향 커뮤니티에서 '홍어', '빨갱이' 같은 호남 비하 표현이 많이 나왔다. 가끔 오프라인으로 넘어오기도 했는데 당시에는 일부의 철없는 일탈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기자가 된 뒤에도 사라지기는커녕 더 심각해지고 표현의 수위도 높아졌다. 부산일보가 '2021 지방혐오 리포트'를 통해 지방혐오 표현을 분석했는데 지역 전체를 비하하는 '시골'을 제외한 상위 표현들이 광주·전라도를 모욕하는 말이었다. 부산·경남 지역 언론에서도 그 정도로 확인될 만큼 전라도 혐오가 일방적이고 심각하다는 게 인상 깊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해 5·18언론상 시상식이었다. 양혜승 전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온라인상의 혐오 문제를 제발 다뤄달라'고 간곡하게 말했다. 그때 '꼭 해보겠다'고 약속했고 팀원들에게도 함께 해보자고 했다. 다만 현안이 계속 생기다 보니 기획이 캐비닛에 들어가 있었다.
그러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와 배재고 사태가 터지고,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발표되면서 온라인에 엄청난 전라도 혐오가 쏟아졌다. 어느 날 데스크가 갑자기 회사로 나오라고 했다. '왜요?' 했더니 '당장 하자'고 하더라. 그날 밥을 먹으며 분량을 정하고 바로 시작했다.
나 역시 전라도 사람이고 기자인 동시에 혐오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동안 마음을 꾹 눌러왔던 걸 이번에 한꺼번에 터뜨렸다고 표현하고 싶다."
피해자이면서 기자였다... "호소하지 말고 담담하게 보여주자"
- 프롤로그 <저는 전라도 사람입니다>가 인상적이다.
이삼섭 : "나를 포함한 기자들, 취재한 사람들, 주변 사람들, 온라인에 자신의 경험을 고백한 이들의 이야기를 한 사람에게 투영한 것이다.
전라도 사람들이라면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누구나 겪었던 일이다. 그 경험을 흩어놓는 대신 한 사람의 생애를 통해 담담하게 보여주고 싶었기에 소설처럼 이야기하듯 구성하는 내러티브 저널리즘을 활용해 생동감을 더했다.
지금은 혐오 표현이 온라인에서 밈이 되고 놀이가 되면서 아이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제 이 대를 끊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 단순한 지역 정보 댓글을 하나 남겼는데 '찾았다, 홍어 빨갱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모욕적인 말인데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전라도 사람들에게 이런 경험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 당사자인 만큼 거리두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최류빈 : "지나친 옹호론으로 비치지 않을까 염려했다. 전라도 혐오를 다루더라도 언론인 만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접근해야 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자칫 '전라도 언론이 피해의식에 젖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고 공격받을 수도 있다. 그러면 또 다른 2차 피해가 되고 하나 마나 한 보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피해에 공감하면서도 객관성을 유지하는 글쓰기와 취재가 굉장히 어려웠다."
박소영 : "반대로 당사자라는 점이 취재에 도움이 된 순간도 있었다. 광주제일고 학생들을 취재할 때였다.
학교에서도 학생 인터뷰를 조심스러워했고 실제로 열에 아홉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학생들에게 '나도 이런 걸 많이 접하고 있고, 너희 마음이 어떤지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내 경험을 먼저 이야기했다. 몇몇 학생이 결국 이야기를 해줬는데 같은 일을 겪어본 사람이라는 유대가 어느 정도 작용하지 않았나 싶었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체념'이 있더라. 몹시 슬퍼한다는 의미의 체념이 아니라 '타지에서 우리를 욕하는 건 원래 있는 일'이라고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인터넷을 보든 어디를 가든 그런 일이 많으니 댓글도 아예 보지 않게 되고. 그게 오히려 더 마음에 남았다."
강승희 : "원래 혐오 댓글을 볼 때마다 신고해 왔다. 그만큼 혐오 표현에 감정을 많이 쏟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취재하면서 혐오 표현을 계속 읽다 보니 감정이 다시 쌓였고, 동시에 거리를 유지하는 게 힘들었다.
그때 유지호 본부장이 '기사로 호소하지 말고 담담하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뒤부터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혐오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 유지호 <무등일보> 취재1본부장은 기획보도 '전라도 향한 혐오, 일상에 스민 낙인'을 총괄했으나 일정상 시상식과 인터뷰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겁 많은데 일베 이용자 만나러 혼자 갔다"... 혐오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 일베 이용자를 직접 인터뷰한 이유는.
최류빈 : "사실 겁이 많다.(웃음) 그런데 유지호 본부장이 일베 이용자를 인터뷰해보라고 했다. 섭외가 정말 안 됐다. 각종 카페와 커뮤니티에 명함을 뿌렸는데 어떤 사람이 '기자님 명함 박제되고 싶으세요? 일베에 올라가도 안 불안하세요?'라고 했다. 무서웠다.
그러다 '정치글정게로'라는 이용자가 연락해왔다. 처음에는 자기 오피스텔로 오라고 했다. 거기서 또 한 번 무서워졌다.(웃음) 본부장도 '오피스텔은 가지 말고 탁 트인 카페에서 만나라'고 했다."
박소영 : "강승희 기자와 내가 '같이 가드릴까요?'라고 하기도 했다. 걱정돼서 그랬다."
최류빈 : "여러 사람이 가면 상대가 꺼릴 것 같아 결국 혼자 갔다. 막상 만나 이야기해 보니 정말 평범한 사람이었다.
물론 잘못된 주장에 그대로 스피커를 달아주는 기사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다만 일정 부분 그 사람의 논리를 보여주고 독자가 스스로 '이건 틀렸다'고 판단하게 하는 방식은 필요하겠다고 봤다.
이 이용자도 처음부터 강한 혐오를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5·18에 의문이 생겨 관련 내용을 찾다가 일베에 들어갔고, 여러 콘텐츠를 접하며 점점 커뮤니티에 흡수됐다. 일베의 구조 자체가 호기심으로 들어온 사람을 빨아들이는 스펀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의 근거는 있었지만 하나의 파편을, 전체를 설명하는 근거로 확대해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터뷰 전날 5·18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고 울었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MC무현 리믹스'를 들으며 춤췄다고 이야기하는 식의 모순도 있었다. 그런 사고방식이 혐오를 고착화하는 구조와 맞닿아 있다고 봤다."
- 알고리즘도 영향을 준다고 봤나.
이삼섭 : "요즘에는 알고리즘이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취재 때문에 전라도 혐오 표현이 나오는 콘텐츠를 계속 보다 보니 내 소셜미디어 알고리즘도 호남에 관한 온갖 왜곡으로 도배됐다. 내가 비판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 별생각 없이 이런 콘텐츠를 계속 접했다면 확증편향이 생길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리즘이 확증편향을 강화하고 거기에 그럴듯한 논리가 붙으면서 더 악질적인 혐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생긴다. 플랫폼의 책임도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선플도 아닌 혐오댓글 10만 2천 개, 예상보다 많았던 '나름의 이유'
- 댓글 10만 2천여 개를 수작업으로 모은 이유는.
최류빈 : "AI 크롤링 프로그램을 이용했다면 100만 개도 모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핸드 크롤링, 그러니까 직접 10만 2천여 개를 수집했다.
처음부터 10만 개를 목표로 한 건 아니었다. 처음에는 '2만 개 정도까지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보고했다. 사실 데스크에서는 '하지 말라'고 했다.(웃음) 그런데 2만 개를 모으고 나니 욕심이 났다. '5만 개 하겠습니다', '8만 개 하겠습니다' 하다가 결국 10만 개를 넘겼다.
직접 모으면서 우리도 혐오가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 깊게 알게 됐다. 물론 힘들었다. 선플 10만 개를 모아도 힘들지 않나. 그런데 혐오 표현을 10만 개 넘게 보는 거라서.(웃음)
그래도 언어 네트워크 분석과 워드클라우드를 만들 만큼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했고, 많은 댓글을 한데 모아 보여주는 것 자체가 혐오의 실태를 설득력 있게 드러내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 분석 결과 예상과 달랐던 점은.
최류빈 : "처음에는 정치적 낙인과 역사 왜곡이 중심인 '이데올로기적 혐오'가 가장 많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절라도', '홍어', '전라민주국'처럼 지역 자체를 조롱하거나 배제를 요구하는 감정형 혐오가 33.26%로 가장 많았다. '반도체를 왜 전라도에 주느냐', '세금은 우리가 내는데 혜택은 전라도가 받는다'처럼 정책이나 예산을 근거 삼아 지역 전체를 일반화하는 '이유에 근거한 혐오'도 17.18%였다. 이데올로기적 혐오는 13.80%였다.
사람들이 나름의 '이유'를 만들어 혐오한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만큼 혐오의 굴레를 깨뜨리기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삼섭 : "'너희는 당해도 싸다. 당할 만하니까 혐오한다'는 식이 전형적인 '이유에 근거한 혐오'다. 그런데 '너희가 무언가 잘못했으니 당해도 된다'는 전제 자체에 근거가 없다. 논리가 없는데 논리가 있는 척하는 자기합리화에 가깝다."
박소영 : "기사 제목이 <"왜 우리를 싫어하나요"…체념부터 배운 전라도 학생들>이었다. 그런데 그 기사에 '왜 싫어할까, 모르니?', '왜 싫어하는지 어른들에게 물어보렴' 같은 댓글이 정말 많이 달렸다."
이삼섭 : "피해 학생들이 '왜 우리를 싫어하느냐'고 묻는 기사에조차 그런 댓글이 달릴 정도라면 타인의 고통을 느끼는 감수성이 무너질 대로 무너졌다고 봐야 한다."
"규제만으로 혐오는 사라지지 않아" 해외 사례도 그대로 가져올 순 없었다
- 규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담은 이유는.
강승희 : "우리가 호남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취재하면서 법과 규제는 금연구역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금연구역을 만들고 과태료를 부과해도 결국 하지 말아야 할 곳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건 사람들이 스스로 지켜야 한다. 법과 규제로 혐오 표현이 어느 정도 방지되고 줄어들긴 하겠지만 그것만으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규제에 앞서 내가 재미로 던진 말 건너편에 나와 똑같이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인식하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일베 이용자와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온 청년의 이야기를 함께 보여준 것도 그래서였다. 누군가는 재미로 말하지만 건너편에는 피해받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전문가 논문과 여러 의견을 담은 것도 '호남 사람이니까 무조건 이런 법을 만들자'는 주장이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도를 만든다면 무엇을 논의해야 하는지까지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 해외 사례를 취재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박소영 : "처음에는 해외에 법제화된 좋은 사례가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동아시아를 제외한 여러 나라의 사례는 주로 인종차별 문제와 연결돼 있었다.
전라도 혐오가 인종 혐오냐고 하면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해외 사례를 그대로 가져와 '우리도 이렇게 하면 된다'고 말하기에는 문화적·사회적 차이가 있었다. 그런 간극을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이 컸다."
보도 뒤 학생들도 움직였다 "우리가 공론장을 만들었구나"
- 보도 뒤 변화를 체감했나.
이삼섭 : "보도 직후 시민사회나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에서 '나도 큰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무등일보>가 해줘서 고맙다', '앞으로 같이 꾸준히 해보자'는 연락이 많이 왔다. 흔히 언론이 '공론장'을 만든다고 하는데 이번 보도를 하면서 그 의미를 체감했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과 제도를 고민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8월 18일 국무회의에서는 이재명 대통령도 특정 지역 비하나 특정 사건 피해자 조롱 등에 실질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정치권이 혐오 표현을 확대 재생산하는 문제도 거론됐다.
우리 보도 하나 덕분에 이런 변화가 생겼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기획에서 제기했던 문제와 사회적 논의가 같은 방향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공론화에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생각은 들었다."
박소영 : "보도 이후 광덕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혐오 근절 캠페인을 마련하고 혐오와 조롱을 놀이처럼 소비하는 학교문화를 바꾸자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혐오는 오래된 일이지만 최근 크게 부각된 계기 중 하나가 배재고와 광주제일고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학생들이 '학생들의 문제를 우리 스스로 풀어보자'며 나섰다는 점이 의미 있는 반향이었다고 생각한다."
"다음 대상이 나오면 된다" 전라도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
- 왜 전라도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봤나.
이삼섭 : "한 교수에게 '전라도 혐오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어느 사회에나 불만이 쌓인 계층이 만만한 사회적 약자를 향해 혐오와 조롱을 투사하는 억압 기제가 있고, 성별·세대·지역 등 대상만 바뀔 뿐 그 기제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하더라.
1960~198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수도권으로 이주한 호남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놓였고, 5·18을 거치며 호남이 손쉬운 차별의 대상으로 각인된 측면도 있다.
그래서 '전라도 혐오가 없어지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다음 대상이 나오면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다음 대상은 외국에서 한국으로 온 이주민이나 또 다른 사회적 약자일 수 있다. 대상만 바뀐 채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혐오가 반복된다면 이건 전라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공동체가 왜 끊임없이 약자를 만들어 억압하고 차별하려 하는지, 그 구조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의 문제다."
"5·18 이야기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거짓말하지 말라는 것"
-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5·18 폄훼 토론회 비판에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반박했다. 5·18 왜곡을 비판할 때마다 '학문과 표현의 자유', '성역화'가 나온다. 어떻게 보나.
이삼섭 : "왜 5·18이 '성역화됐다'는 말까지 나오게 됐는지 볼 필요가 있다. 1980년 광주에서 무차별적인 국가폭력이 자행됐기 때문에 그런 역사적 무게를 가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5·18에 대해서는 역사적·법적 판단이 끝났다. 그렇다고 학술 연구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중요한 건 정치인들의 말과 행동이 5·18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부정적인 낙인을 찍고 정쟁화하려는 것인지 구분하는 것이다. 이진숙 의원이 비판받는 것도 그런 점 때문이라고 본다. 사실관계를 살피고 인과관계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확인된 역사적 사실을 외면한 채 '폭도다', '폭동이다'라는 논리를 전개한다면 그걸 학문의 자유라고 하기는 어렵다."
박소영 : "'성역화됐다', '왜 5·18은 이야기하면 안 되느냐'는 말 자체가 하나의 프레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5·18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니다.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성역화'라고 표현하면 본말이 전도된다.
잘못된 이야기를 하지 말고 거짓말을 하지 말자는 것과 어떤 사안을 입 밖에 꺼내지도 못하게 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두 가지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
시즌2는 '혐오 고발' 넘어 '전라도 이해하기'
- 다음 기획은.
이삼섭 : "전라도 혐오 기획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시즌1이 전라도 혐오의 실태를 고발하고 법적·사회적 개선책을 고민하는 과정이었다면 시즌2에서는 혐오를 넘어 '이해'를 해보려고 한다.
잘못된 사실이나 감정이 호남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 주장들의 배경과 맥락을 하나씩 풀어보자는 것이다.
극우 성향 인사들은 물론 정치인들까지 끊임없이 주장하는 '5·18 가짜유공자' 문제도 정면으로 다뤄볼 수 있다. '왜 호남에서는 특정 정당이나 대통령 후보에게 90%가 넘는 표가 나오느냐' 같은 질문도 역사적 맥락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좁게 보면 팩트체크이고 넓게 보면 전라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캠페인이다. 혐오를 고발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혐오가 발붙이는 잘못된 근거 자체를 하나씩 풀어보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도 실립니다.
#민언련#민주언론시민연합#무등일보#전라도#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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