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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도 대답 없는 손님, 그 버퍼링에는 이유가 있다

물어도 대답 없는 손님, 그 버퍼링에는 이유가 있다

요약

'젠지 스테어(Gen Z Stare)'라는 용어를 들어보셨나요? 'Z세대'를 뜻하는 'Gen Z'와 '빤히 쳐다봄', '응시'를 뜻하는 영어 단어 'Stare'를 합친 표현입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일명 젠지세대가 아무런 말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상대를 빤히 응시하는 모습을 일컫습니다. 예컨대 카페에서 한 젊은 손님이 주문할 때 이런 상황이 벌어집니다. 직원이 "죄송하지만 이 메뉴는 지금 품절인데, 다른 메뉴로 바꿔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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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무엇에 빠지고, 왜 그것에 열광하는 걸까요? 선택에는 늘 이유가 있습니다. SNS에서 화제가 되는 아이템부터 대중의 소비와 행동까지, 눈에 보이는 유행의 장면을 따라가며 그 너머의 이유와 배경을 들여다봅니다.
 '젠지 스테어(Gen Z Stare)'라는 용어를 들어보셨나요? (AI생성 이미지)
▲ '젠지 스테어(Gen Z Stare)'라는 용어를 들어보셨나요? (AI생성 이미지) ⓒ AI생성 이미지

'젠지 스테어(Gen Z Stare)'라는 용어를 들어보셨나요? 'Z세대'를 뜻하는 'Gen Z'와 '빤히 쳐다봄', '응시'를 뜻하는 영어 단어 'Stare'를 합친 표현입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일명 젠지세대가 아무런 말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상대를 빤히 응시하는 모습을 일컫습니다.

예컨대 카페에서 한 젊은 손님이 주문할 때 이런 상황이 벌어집니다. 직원이 "죄송하지만 이 메뉴는 지금 품절인데, 다른 메뉴로 바꿔드릴까요?"라고 묻습니다. 이때 손님은 주문을 변경하거나 취소하겠다는 말 대신, 아무런 반응 없이 그저 직원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기만 합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이러한 '젠지 스테어' 경험담이 심심찮게 공유되고 있습니다. 교사의 질문에 대답 없이 쳐다만 보는 학생이나, 직원의 안내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손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요즘 젊은이들은 기본적인 대화법을 모른다", "사회성이 부족해졌다"며 우려 섞인 비판을 내놓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사자인 Z세대의 설명은 다릅니다. 상대를 무시하거나 일부러 불친절하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질문이나 요구를 받았을 때 순간적으로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 나오는 반응이라는 것입니다.

교과서엔 없는 기술, '사회적 순발력'

AD 생각해 보면, 우리는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았을 때 대처하는 법'을 따로 배운 적이 없습니다.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식당에서 주문을 하고, 길을 묻거나 걸려온 전화를 받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혔을 뿐입니다. 그 과정에서 잘못 알아듣고 엉뚱한 대답을 하기도 하고, 난처한 부탁을 거절해야 하는 상황도 마주합니다. 이런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질문의 답을 당장 모르더라도 무작정 침묵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터득하게 됩니다. 그리고 대화를 끊는 대신 다음과 같은 말들을 합니다.

"잠시만요."
"제가 잘 모르겠는데요."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확인해 볼게요."

보다시피 이러한 말들은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답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대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상대방에게 '당신의 말을 들었고, 지금 답을 생각하는 중'이라는 신호를 보내 대화의 흐름을 이어나가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사회성이나 센스라고 부르는 능력은 결국 이러한 사소한 대처 기술들의 집합입니다. 이는 사람들과 직접 부딪치며 대화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체득되는, 일종의 사회적 경험치라 할 수 있습니다.

대면보다 화면이 익숙한 세대

 '젠지 스테어'를 이해하려면 먼저 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성장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젠지 스테어'를 이해하려면 먼저 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성장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 ademay on Unsplash

'젠지 스테어'를 이해하려면 먼저 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성장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노스이스턴대학의 행동과학 교수 크리스틴 리는 노스이스턴 글로벌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Z세대를 포함한 젊은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대면 소통의 기회가 적은 환경에서 성장했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Z세대는 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적 기술을 익혀야 할 시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었습니다. 여기에 온라인 중심의 교류까지 확대되면서, 직접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경험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실제로 Z세대가 성장하는 동안, 사람을 직접 상대해야 했던 일상의 많은 부분이 비대면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음식을 주문할 때는 배달 앱을 쓰고, 매장에 가도 키오스크로 주문하며, 문의 사항은 카카오톡 채널이나 챗봇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낯선 사람과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부딪치며 순발력 있게 대처해 볼 기회가 구조적으로 축소된 것입니다.

국내 조사에서도 비슷한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2024년 알바천국이 Z세대 7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73.9%가 전화 통화보다 문자나 메신저를 통한 소통을 선호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전화 통화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응답자의 40.8%가 긴장이나 불안, 두려움을 느끼는 이른바 '콜 포비아'를 경험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들은 전화통화에서 '생각을 정리할 틈 없이 바로 대답해야 하는 점'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습니다.

온라인과 대면의 결정적 차이: 버퍼링의 시각화

온라인 소통과 대면 소통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생각하는 시간이 상대에게 보이는가' 입니다. 모바일 메신저로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으면 30초나 1분 동안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해도 그 시간은 상대에게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화면 너머의 정적은 그저 '답장을 작성하는 시간'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하지만 대면 대화의 경우는 다릅니다. 질문을 받은 순간부터 답을 찾기까지의 시간이 그대로 상대에게 노출됩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바로 떠올리지 못할 때 발생하는 몇 초의 공백, '젠지 스테어'는 바로 그 순간에 나타납니다.

대면 소통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 공백을 메우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사용합니다. "음… 그게요", "글쎄요, 확인해 봐야겠는데요"처럼 답을 찾는 동안에도 대화가 끊기지 않도록 말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반면 이러한 대처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답을 찾는 몇 초 동안 말문이 막히고 표정마저 굳어버리기 쉽습니다. 따라서 젠지 스테어에서 주목할 점은 '대답을 바로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답을 떠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화를 이어가는 데 익숙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반응을 개인의 성품이나 예의의 문제로 보는 것은 다소 성급한 판단일 수 있습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발달한 소통 능력이 따로 있듯, 예상치 못한 질문에 즉석에서 반응하고 대화를 이어가는 능력 또한 경험을 통해 익힐 수 있는 소통 기술입니다. 젠지 스테어 역시 비대면 위주의 환경에서 자라난 세대가 오프라인 대화에서 반응하는 기술을 다질 기회가 적었기에 나타나는 일종의 부작용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세대마다 성장한 환경이 다르고, 그 안에서 익숙해진 소통 방식 역시 다릅니다. 내가 당연하게 여기는 대처법이 누군가에게는 생소할 수 있고, 상대의 자연스러운 정적이 나에게는 무례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차이를 어느 한쪽의 결함으로 성급히 단정 짓지 않는 일입니다.

대답이 늦어지거나 난처해 보인다면 잠시 기다려주고 질문을 다르게 건네보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그 짧은 기다림과 배려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소통을 배워온 세대 간의 거리를 좁혀주는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참고
Northeastern Global News, "What is the 'Gen Z stare'?" (2025. 7. 23.)
알바천국 Z세대 소통 방식 설문조사 (2024년 10월 11일 자 매일경제 보도)


#젠지스테어#요즘의발견#트랜드#유행#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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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민희 (monetmomo) 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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