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약
도로 위 포트홀을 시민보다 먼저 찾아내고, 늦은 밤 공원을 인공지능(AI) 로봇이 순찰한다. 시청 홈페이지에서는 시민이 원하는 행정정보를 인공지능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고, 각종 고지서는 개인의 열람·납부 패턴을 분석해 가장 적절한 시점과 방식으로 전달된다. 인공지능이 수원시 행정의 '미래 구호'가 아니라 시민의 일상 속 서비스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18일 수원특례시에 따르면, 시는 올해 말부터 인공지능을 활용한 생활밀착형 행정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인다.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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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 포트홀을 시민보다 먼저 찾아내고, 늦은 밤 공원을 인공지능(AI) 로봇이 순찰한다. 시청 홈페이지에서는 시민이 원하는 행정정보를 인공지능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고, 각종 고지서는 개인의 열람·납부 패턴을 분석해 가장 적절한 시점과 방식으로 전달된다.
인공지능이 수원시 행정의 '미래 구호'가 아니라 시민의 일상 속 서비스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18일 수원특례시에 따르면, 시는 올해 말부터 인공지능을 활용한 생활밀착형 행정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인다. 도로 안전부터 공원 순찰, 행정정보 안내, 전자고지, 문화유산 방재까지 적용 분야도 넓다.
AD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 그동안 강조해 온 'AI 행정'이 구상 단계를 넘어 실제 도시 서비스로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준 시장은 지난해 7월 '2025 수원 AI 거버넌스 포럼'에서 AI를 시민·산업·행정에 적용하는 'AI 시민청·산업청·행정청' 구상을 제시했다. 당시 이 시장은 "AI 시민청, 산업청, 행정청을 준비해 시민과 기업, 소상공인에게 더 편리하고, 질 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AI를 특정 산업의 성장동력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직접 체감하는 행정혁신의 수단으로 삼겠다는 구상이었다.
포트홀을 AI가 찾고, 공원은 로봇이 순찰한다
가장 생활에 가까운 변화 가운데 하나는 도로 관리다.
수원시는 올해 말까지 '인공지능 기반 지능형 포트홀 탐지 플랫폼'을 구축한다. CCTV와 탐지 차량에 탑재된 카메라 영상을 AI가 분석해 포트홀을 자동으로 찾아내고, 발생 위치와 위험도, 처리상태 등을 지도상에서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포트홀 관리는 시민 신고나 차량 주행 과정에서 발견되는 정보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다. 수원시 전체 도로가 951㎞에 달하는 만큼 사람이 모든 도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AI 영상분석을 활용하면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관리자가 일일이 도로를 확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넓은 지역을 지속적으로 살피고, 위험 가능성이 있는 지점을 행정에 알려주는 방식이다.
'사람을 AI로 대체한다'기보다 한정된 행정 인력이 더 중요한 판단과 현장 대응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처리 방식을 바꾸는 셈이다.
공원 안전관리에도 AI와 로봇이 투입된다.
수원시는 올해 말 팔달구 효원공원에 4족 보행 기반의 인공지능 자율순찰로봇을 도입한다. 로봇이 야간 시간대 주요 산책로와 광장, 체육시설 등을 스스로 순찰하면서 이상 상황을 감지하는 방식이다.
시설물 파손은 공원 담당 부서에, 쓰러진 사람이나 화재는 소방에, 폭행이나 싸움 등은 경찰에 알리는 체계도 구축한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AI 로봇 실증사업 공모에 선정돼 국비 1억 원을 지원받는 사업이다.
수원시는 우선 효원공원에서 3년간 실증한 뒤 다른 공원으로 확대할 수 있는지를 검토할 계획이다.
"검색창에 키워드 입력"에서 "AI에게 물어보는 행정"으로
행정정보 이용 방식도 달라진다.
오는 12월 수원시 홈페이지에는 생성형 AI 챗봇인 '새빛봇'이 도입될 예정이다. 시민이 홈페이지 곳곳을 찾아다니며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자연어로 질문하면 AI가 질문의 의도와 맥락을 파악해 관련 정보를 찾아 답변하도록 하는 서비스다.
수원시는 홈페이지의 시정소식, 일자리, 정보통통, 수원관광, 행사·축제 등 이용률이 높은 핵심 콘텐츠를 중심으로 데이터를 정제해 AI 챗봇에 활용할 계획이다. 영어·중국어·일본어·베트남어 등 다국어 서비스도 지원한다.
이는 지난해 이재준 시장이 제시한 'AI 시민청' 구상이 실제 서비스로 옮겨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수원시는 지난 6월 이미 홈페이지 생성형 AI 챗봇 구축 착수보고회를 열고 사용자 의도를 반영하는 대화형 행정서비스 구축에 들어갔다.
전자고지도 AI를 입는다.
수원시는 2024년 11월부터 지방세 체납 및 자동차세, 과태료 등 33종의 고지·안내를 모바일 전자고지로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AI 기반 예측 모델을 추가해 개인별 발송·열람·납부 이력 등을 분석하고, 고지서를 언제 어떤 채널로 보내야 열람 가능성이 높은지를 예측할 계획이다.
다만 이 같은 '맞춤형 행정'이 확대될수록 개인정보 보호와 알고리즘의 투명성은 함께 챙겨야 할 과제다. 시민별 데이터를 행정서비스 개선에 활용하더라도 어떤 정보가 어떻게 분석되고 활용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AI 행정의 성패는 기술의 정교함만이 아니라 시민이 그 시스템을 얼마나 신뢰하느냐에 달려 있다.
행정 내부에서도 AI…"사람은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
수원시가 AI 행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시민 서비스에만 있지 않다. 행정 내부의 업무처리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도 병행되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 1월 공직자들이 챗GPT, 제미나이, 퍼플렉시티, 클로드 등 생성형 AI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원 인공지능(AI) 업무 비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문서 작성과 민원 답변 초안, 번역, 홍보 콘텐츠 제작 등을 지원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AI 활용 교육도 추진하고 있다.
3월에는 공직자를 대상으로 생성형 AI를 행정 업무에 활용하는 'AI 스마트워크' 교육도 진행했다. 단순히 AI 프로그램 하나를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직자들이 실제 업무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조직의 일하는 방식까지 바꾸겠다는 접근이다.
이 같은 변화는 조직체계에서도 확인된다. 수원시는 2025년 10월 전국 기초지방정부 최초로 국 단위 AI 전담 조직인 'AI스마트정책국'을 신설했고, AI 관련 조례 5건을 제정하는 등 제도적 기반도 마련했다.
이재준 시장이 지난해 제시한 AI 행정청 구상은 결국 '공무원이 AI를 쓰는 행정'에서 더 나아가 'AI가 행정의 일부를 수행하고 공무원은 더 복잡하고 창의적인 문제에 집중하는 행정'으로 연결되는 셈이다.
산업을 넘어 도시 전체를 AI 실험장으로
이재준 시장이 AI를 도시정책의 핵심 의제로 삼은 배경에는 120만 대도시가 안고 있는 복잡한 도시문제를 기존 행정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자리하고 있다.
교통과 안전, 환경, 복지, 문화유산 관리 등 도시의 문제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지만 행정 인력과 예산은 무한정 늘릴 수 없다. AI를 활용해 도시 곳곳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위험을 조기에 발견한다면 제한된 행정 자원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시장의 판단이다.
실제로 수원시는 최근 중앙부처가 주관한 AI·스마트도시 관련 공모사업 7개에 잇따라 선정돼 총 846억 원 규모의 사업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국비 613억 원 등 전체 사업비의 약 80%를 외부 재원으로 확보했다. 수원시는 이를 인재양성뿐 아니라 도시 인프라와 시민 안전 등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기반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3월에는 한국피지컬AI협회와 협약을 맺고 로봇 등 현실 세계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 분야의 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나섰다. AI를 컴퓨터 화면 안에 가두지 않고 로봇과 자율주행 등 실제 도시 공간에서 구현하겠다는 방향이다.
수원화성 방재에도 AI가 활용된다. 수원화성 전체 구역을 가상공간으로 구현한 디지털트윈에 재난안전 인프라를 연계하고 AI 영상분석을 통해 무단 침입, 화재, 쓰러짐, 군집 등 위험요인을 감지하는 시스템이다. 장안문에는 경사계와 진동계, 열화상 카메라 등을 추가해 문화유산의 미세한 변화를 조기에 파악하는 체계도 구축한다.
결국 이재준 시장이 그리는 AI 도시는 거창한 미래도시의 모습과는 다소 다르다. 시민이 매일 이용하는 도로에서 포트홀을 찾고, 밤늦게 걷는 공원을 살피고, 필요한 행정정보를 찾아주고, 고지서를 제때 알려주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 시장은 지난해 AI 거버넌스 포럼에서 시민 연간 1만 명 이상과 공무원 1,000명 이상을 AI 전문가로 양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AI를 행정조직 안에만 두지 않고 시민과 공직자가 함께 활용하는 기술로 만들겠다는 의미다.
이재준 시장은 최근에도 "7개 공모사업 선정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지방정부가 국가 AI 산업 생태계를 견인할 수 있다는 점을 수원시가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확보한 국·도비를 바탕으로 첨단기업을 유치하고 AI 인재를 육성해 시민의 일상과 안전을 바꾸는 AI 혁신도시를 완성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번에 공개된 포트홀 탐지, 순찰로봇, 새빛봇, 맞춤형 전자고지, 수원화성 방재 시스템은 그 구상이 실제 행정서비스로 전환되는 첫 단계다.
다만 AI 도시의 성패를 '얼마나 많은 AI 서비스를 도입했는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AI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시민의 데이터를 과도하게 활용하면 오히려 행정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디지털 취약계층이 새로운 서비스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기존 행정창구를 함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원시가 AI 행정의 속도만큼 정확성과 책임성, 개인정보 보호, 시민 접근성을 얼마나 세심하게 챙기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그럼에도 수원의 AI 행정 실험은 지방정부가 AI를 단순한 홍보 수단이 아니라 도시 운영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이재준 시장이 내세운 "수원은 인공지능으로 시민의 일상과 안전을 획기적으로 구현하는 혁신도시가 될 것"이라는 목표 역시 결국 시민들이 체감하는 작은 변화에서 증명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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