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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면]탈원전에서 ‘유턴’한 이유

[점선면]탈원전에서 ‘유턴’한 이유

요약

깜빡이도 안 켜고 유턴점(사실들): 원전 완전 유턴선(맥락들): 기후 빼고, 환경 빼고, 에너지만 남았다면(관점들): 숙의하고 감시하자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 4월6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국민주권정부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이재명 정부 에너지 정책이 ‘유턴’ 중입니다. 당초 기후위기 대응, 재생에너지 확대, 탄소···

본문

깜빡이도 안 켜고 유턴

점(사실들): 원전 완전 유턴

선(맥락들): 기후 빼고, 환경 빼고, 에너지만 남았다

면(관점들): 숙의하고 감시하자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 4월6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국민주권정부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 4월6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국민주권정부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재명 정부 에너지 정책이 ‘유턴’ 중입니다. 당초 기후위기 대응, 재생에너지 확대, 탄소중립이 중심 기조였습니다. 반도체 생산시설과 AI 데이터센터 등을 대대적으로 조성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 이후 정책 기류가 달라졌어요. 미래 산업의 기반을 다지는 것은 중요하지만 환경이라는 가치는 절대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점선면이 이모저모를 정리했습니다.

점(사실들): 원전 완전 유턴

이재명 정부 에너지 정책이 최근 급전환했습니다. 먼저 원자력발전과 관련해 이재명 정부는 ‘탈원전’까지는 아니지만 원전 증설에는 원칙적으로 반대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원전 추가 건설 가능성을 언급했어요. 탈원전 인사이던 김 장관이 노선을 180도 바꾼 겁니다.

김성환 장관이 말한 추가 원전은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정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것과 별개입니다. 이재명 정부는 원전뿐 아니라 화석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확대도 검토하고 있어요. 재생에너지 전환 및 탄소중립이라는 목표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선(맥락들): 기후 빼고, 환경 빼고, 에너지만 남았다

이 같은 에너지 정책 ‘유턴’의 배경에는 3대 메가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반도체 생산시설과 AI 데이터센터에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거든요.

실제로 AI 산업은 ‘전기 먹는 하마’입니다. 미국 뉴욕주는 지난 14일(현지시간) 50개 주 중 최초로 신규 대형 데이터센터에 대한 주정부 환경 인허가를 1년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전력 부담이 너무 크고, 뉴욕 주민들의 전기요금이 급등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입니다. 미국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데이터센터 반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고요.

지난 5월23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의사당 앞에서 스트라토스 데이터센터 건립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GettyImages/이매진스

지난 5월23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의사당 앞에서 스트라토스 데이터센터 건립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GettyImages/이매진스

AI 산업이 미래 먹거리로 도약하는 시기에 우리나라도 정책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만 에너지 조달 논의만 있고 ‘기후’와 ‘환경’은 실종된 것이 문제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메가프로젝트 ‘속도전’을 주문하면서 환경영향평가 간소화를 언급했어요. 당초 이재명 정부는 기후 대응과 에너지 정책을 더 이상 따로 논의할 수 없다는 인식하에 환경부를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했습니다. 그런데 취지와는 달리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사실상 ‘에너지부’가 되어버렸고, AI 산업을 뒷받침하는 부처에 그치게 되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AI 산업에 오히려 재생에너지가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전기를 더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 인프라는 원전이 아니라 태양광이나 배터리라는 겁니다. 재생에너지 팩트체크 플랫폼 ‘리팩트’에 따르면 투자 결정 후 상업운전까지 걸리는 기간은 태양광이 220일(0.6년)로 가장 짧았습니다. 원전은 6.2년으로 10배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면(관점들): 숙의하고 감시하자

AI 산업 경쟁이 아무리 중요해도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보다 소중할 순 없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이라는 가치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급하다고 환경영향평가를 소홀히 하거나 기후·환경 논의를 제쳐두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중시하는 숙의와도 맞지 않고요.

AI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열을 배출하고, 막대한 수자원을 필요로 하고, 지속적인 소음을 유발해 동·식물과 인간 주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는 해외 사례들도 심각하게 눈여겨야 합니다.

최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기후특위)에서 의결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이 눈에 띕니다. 이 개정안은 2040년·2045년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특정 수치가 아닌 범위로 정했어요. 예를 들어 2040년 온실가스 배출을 2018년 대비 69~80% 줄이기로 했는데, 이렇게 되면 결국 69% 감축에 맞춰질 것이기 때문에 모자란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와요.

“감축이 어렵다는 이유로 계속 미룬다면, 감축이 더 어려워진 미래엔 누가 그 책임을 질 것이냐”는 아기기후소송 청구인의 한마디가 마음에 남습니다.

결국 시민 일반의 감시와 행동이 중요하겠습니다. 정치는 대부분의 경우 성급하고, 멀리 보기엔 한계가 있으니까요. K팝 팬들이 참여하는 기후행동 플랫폼이 탄소중립기본법을 놓고 기후특위 소속 국회의원 대상 ‘총공’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흥미로운 예시입니다. 모두가 함께 감시하고 지켜봐야 할 필요가 어느 때보다 큰 것 같습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주 월·수·금요일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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