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약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미래대응기금'에 담기로 결정했다. 눈에 띄는 건 재원의 이름이다. 정부는 그동안 통용되던 '초과세수' 대신 '추가세수'라는 용어를 공식화했다. 이는 매우 실용적인 판단이다. 현재 쓰이는 '초과세수'는 불안정한 개념이다. 그해 세입예산을 초과해 들어온 세수를 가리키는데, 정부가 이듬해 세입예산을 올려 잡으면 사라지는 숫자다. 반도체 호황이 지속되는 동안 발생할 재원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개념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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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I·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걷히는 초과 세수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여러가지 제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소개합니다. 아래는 오준호 기본소득정책연구소장의 글입니다.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미래대응기금'에 담기로 결정했다. 눈에 띄는 건 재원의 이름이다. 정부는 그동안 통용되던 '초과세수' 대신 '추가세수'라는 용어를 공식화했다. 이는 매우 실용적인 판단이다.
현재 쓰이는 '초과세수'는 불안정한 개념이다. 그해 세입예산을 초과해 들어온 세수를 가리키는데, 정부가 이듬해 세입예산을 올려 잡으면 사라지는 숫자다. 반도체 호황이 지속되는 동안 발생할 재원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다.
정부가 말하는 '추가세수'는 기존 중·장기 세입 전망을 웃도는 세수 증가분을 가리키는 용어다. AI 붐이 이끄는 반도체 호황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부터 3년간 올릴 영업이익이 2000조 원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세입 전망을 기준으로 보면 내년까지 예상되는 추가세수는 약 100조 원이다.
AD 필자는 추가세수 개념의 도입에 찬성한다. 이재명 정부가 이 재원을 일회성 지출이나 부채 상환에 써버리는 대신 국가 미래에 투자하기로 한 것은 옳다. 미래 투자의 방향으로 제시한 ▲3대 메가프로젝트 지원 등 성장 동력 발굴 ▲K자형 양극화 해소 ▲청년 주거·창업·일자리 지원도 하나하나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돈의 이름을 바로잡았을 뿐이다. 돈을 어떤 그릇에 담아야 하느냐 문제가 아직 남았다. 필자는 '미래대응기금'의 취지를 긍정 평가하면서도 거기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추가세수의 일부로 '국민배당형 국부펀드'를 조성할 것을 제안하려고 한다.
형식적 차이를 보면,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미래대응기금은 정부 재정에 설치되는 계정(별도의 회계 단위)이다. 법률로 정한 목적에 따라 지출되지만, 아무래도 정부 주도성이 강하다. 국민배당형 국부펀드는 재정 바깥에 설치하는 독립적 투자기관이다. 노르웨이 정부연금기금처럼 종료 시점 없이 활동한다. 단, 필자가 말하는 국부펀드는 투자 수익을 전 국민에게 직접 배당한다는 점에서 여타 국부펀드와 다르다.
구체안이 나와 봐야겠지만, 미래대응기금 계획에서 우선 걱정되는 건 성격이 전혀 다른 정책들을 한 데 섞었다는 점이다. 반도체·AI 등 메가프로젝트 지원은 최소 십 년 이상 밀고 갈 장기 과제다. 청년 일자리 지원은 AI 전환기 고용 충격 상황에서 시급한 과제다. 양극화 해소는 조세·복지·노동시장 등을 두루 포괄하는 훨씬 구조적인 과제다. 이 목표들을 한 기금에 묶어버리면 자칫 이도 저도 제대로 못할 수 있다. 실제 이 구상이 알려진 후 "미래는 있는데 설계는 없다"라거나 지출 칸막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한 부처마다 이 기금을 마치 '제2의 예산 주머니'처럼 자신들의 기존 사업을 위한 재원으로 갖다 쓰려 할 수 있다.
또한, 미래대응기금을 메가프로젝트 지원에 쓰자고 하면서 지원의 성과를 환류시키는 방법을 말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자칫하면 반도체 대기업에서 거둔 세금을 다시 같은 대기업에 고스란히 돌려줄 수 있다. 이는 반도체 산업과 여타 산업 간 격차, 초거대기업과 그 나머지 기업·노동자·국민 간 양극화를 더 악화할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미래대응기금이 근본적으로 '소진형 재원'이라는 점이다. 목적사업에 지출되고 나면 돈은 사라진다. 반도체 호황이 언제까지나 계속되면 기금 재정도 마르지 않겠지만 그건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몇 년 후 반도체 사이클이 꺾였을 때 기금이 소진되고 없다면 국가는 기금 목적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또한, 청년 지원과 양극화 해소는 물론 시급하지만, 국가의 장기 자산을 만드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지금 이 호황을 놓치면 다시 이런 규모의 재원을 확보할 기회가 언제 올지 알 수 없다.
'추가세수'에 멈춰선 안 된다
국민배당형 국부펀드는 이러한 우려를 해결할 방안이다. 반도체발 추가세수를 종잣돈 삼아 국부펀드를 조성하고, 3대 메가프로젝트 등 전략산업 육성에 투자한다. 일정 기간 수익을 재투자하며 자산을 불리고, 특정 시점부터는 수익을 국민 모두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한다.
필자는 저서 <사명이 있는 나라>(2023)에서 연 100조 원을 투입해 (가칭)한국연대기금을 적립하고 30년 뒤엔 전 국민에게 월 60만 원 '평생배당'을 지급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처럼 배당형 국부펀드는 한번 뿌리를 내리면 스스로 자라나 계속 열매를 맺는 나무다.
반면 지금까지 밝혀진 미래대응기금 구상은 목적사업에 필요한 물을 대주는 저수지다.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낼 수 있지만 나무는 공동자산이 되어 오래도록 열매를 국민과 나눈다.
단, 미래대응기금과 국민배당형 국부펀드는 서로 배척하는 관계가 아니다. 미래대응기금은 여러 계획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미래대응기금의 일부를 국부펀드 조성의 마중물로 출자하자. 청년 고용 안정 등 당장 필요한 지출과 국민 자산의 형성을 분리해 설계하자. 이는 정부의 정책 목표를 허물기는커녕 더 명료하게 하는 일이다.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 초과세수든 추가세수든, 지금까지 논의는 모두 현재 조세체계에서 걷힌 돈, 즉 결과로서의 세수만 바라보고 있다. 더 근본적인 것은 반도체 산업의 초과이윤 그 자체다.
기업 자체의 노력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익을 초과이윤이라 부를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기업의 이익에는 초과이윤이 상시적으로 포함돼 있다. 반도체 산업의 성공은 경영진과 직원, 투자자의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 대학과 공공교육 시스템이 길러낸 인재, 전력·용수·도로 같은 공공 인프라, 정책금융과 각종 세제 혜택이 그 성과에 들어갔다. 즉, 오늘의 반도체 이익에는 사회적 기여 몫, 곧 공유부 이익이 스며 있다.
이 공유부 이익 일부는 법인세를 통해 사회로 되돌아온다. 그러나 지금 법인세 체계는 온갖 감면으로 뭉텅 떼이고 쪼그라든 반면, 첨단산업에 대한 국가의 무상 지원은 갈수록 커졌다. 올 8월 시행되는 반도체 특별법은 산업단지 참여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그리고 필수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부 지원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그러나 공적 지원의 결실을 공공으로 환류시키는 장치는 없다. 미국만 해도 칩스법(반도체 지원법)에 의해 연방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횡재성 초과이익을 얻으면 보조금의 최대 75%까지 수익을 정부와 공유하게 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반도체 특별법을 추진할 때 민주당에서 이러한 이익환수 장치를 법에 넣자고 주장했으나, 추경호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완강하게 반대해 결국 무산시켰다.
산업 지원은 공세적으로, 이익환수는 소극적으로 하는 구조가 반복돼 왔다. 이 구조에서 국가는 위험을 떠안고 성과는 극소수 기업과 자산 보유층에 집중된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도 그 기로에 있다. '추가세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멈춰서는 안 된다. '사회가 함께 만든 산업 공유부 몫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확보할 것인가'로 나아가야 한다.
두 가지 핵심 방안이 있다. 하나는 초거대기업 법인세 인상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SK하이닉스처럼 영업이익이 수백억 원인 기업을 대상으로, 현 최고세율 구간(3천억 원 이상 영업이익에 25% 과세) 위에 새 과세구간을 만들 수 있다. 차원이 다른 영업이익을 올리는 초거대기업에게 거기 합당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공적 지원에 상응하는 초과수익 공유 장치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우, 반도체 기업 인텔에 대해 연방보조금을 지급하고 인텔 지분 약 10%를 확보했다. 이처럼 정부의 보조금 또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기업으로부터 '공익 지분'의 이름으로 신주를 인수할 수 있다. 이 신주의 경우 정부의 의결권 행사는 제한한다. 그리고 이러한 재원을 국민배당형 국부펀드에 넣어 혁신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그 수익은 국민에게 배당한다.
3대 메가프로젝트가 국민 공동자산으로 돌아오려면
이재명 정부의 미래대응기금 구상은 미래와 현재를 잇는 다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구상대로라면 일정 목표를 위해 사용되다가 점차 소진될 재원에 가깝다. 심지어, 성장 동력 발굴이라는 목표에 투입되지만 수익 환류 방안이 없어 양극화를 키울 우려도 있다.
그러나 미래대응기금의 일정 몫을 국민배당형 국부펀드 조성에 출자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미래 투자와 국민 환류 구조를 하나로 묶자는 것이다. 청년 일자리와 주거 등 시급한 지원에 지출하면서, 동시에 장기 수익을 낳는 자산을 키워나가자. 나아가, 추가세수 그 이상을 논의하자. 공적 산업 투자에 비례하는 공익 지분을 확보해, 초과이윤의 공유를 제도화하자. 이를 통해, 3대 메가프로젝트라는 야심찬 계획이 국민의 공동자산으로 돌아오게 하자.
미래대응기금은 출발점이다. 국민배당형 국부펀드라는 대안으로 한 걸음 나아가자. 반도체 호황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우리 모두의 미래를 떠받치는 구조를 만들자.
덧붙이는 글 | 필자 오준호는 기본소득정책연구소장이며, (2023), (2017), (2025) 지은이입니다.
#반도체추가세수#초과세수#초과이윤#국민배당형국부펀드#공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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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탈자 신고 네이버 채널구독 다음 채널구독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글 오준호 (interojh) 내방작가. 기본소득정책연구소장.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기본소득 쫌 아는 10대> <세월호를 기록하다>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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