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약
‘민선 9기’ 단체장에게 듣는다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이 지난 23일 대전 당선인 집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민선 7기 대전시장 지내…민주당 소속 유일한 ‘재선’ 광역단체장 “대전시 재정 사실상 파산 위기…가장 먼저 빚 갚을 대책 세울 것 도시철도 2호선 건설 표류 안 돼…미래산업 컨트롤타워 계획 중”‘민선 8기’에서 광역자치단체 행정 통합 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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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9기’ 단체장에게 듣는다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이 지난 23일 대전 당선인 집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민선 7기 대전시장 지내…민주당 소속 유일한 ‘재선’ 광역단체장
“대전시 재정 사실상 파산 위기…가장 먼저 빚 갚을 대책 세울 것
도시철도 2호선 건설 표류 안 돼…미래산업 컨트롤타워 계획 중”
‘민선 8기’에서 광역자치단체 행정 통합 논의에 처음 불을 붙인 곳은 대전과 충남이었다. 충청권 4개 시도를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묶는 ‘충청권 메가시티’ 구상과 행정 통합론은 이미 민선 7기 때부터 거론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61)은 ‘민선 7기’에 충청권 메가시티 추진 합의를 이끈 주인공이다. 올해 초 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지역 내 반대 여론과 정치권의 이견으로 행정 통합은 결국 무산됐지만, 그는 아직 불씨가 완전히 꺼진 건 아니라고 했다.
허 당선인은 25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대전과 충남 통합 실패 원인을 “시민 공감대가 충분히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 통합 논의가 추진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주민투표를 전제로 한 그의 통합 논의 재개 의지는 확고했다. 통합을 추진하되 서두르지 않고 공감대를 넓혀 가겠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허 당선인은 “수도권 일극을 넘어서려면 충청권이 더 큰 힘으로 묶여야 한다”며 “충청권 단체장 협의체에서 방식과 시기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통합 논의는 속도보다 시민 공감대가 우선”이라며 “공청회와 주민투표로 시민 뜻을 직접 확인하는 단계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허 당선인은 충청권 4개 시도가 2024년 12월 전국 최초 특별지방자치단체로 출범시킨 ‘충청광역연합’의 역할을 강화할 뜻도 밝혔다. 그는 “충청광역연합은 충청권이 힘을 하나로 모으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지만 지금은 협의 기구적 성격이 강하다”며 “교통, 산업, 관광 등 광역 현안을 실질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권한과 사무, 재정을 키워가면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4년 만에 시정 복귀, 숙제 산적
허 당선인은 민선 5·6기 대전 유성구청장, 민선 7기 대전시장을 역임한 지방 행정 전문가다.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연임에 실패했지만,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충청권 4개 시도를 포함한 민주당 소속 전국 광역단체장 중 유일한 재선 단체장이 됐다.
그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지난 4년 살림살이는 팍팍해지고, 시정 중심에서 멀어진 시민들의 답답함이 이번 선거에서 변화의 열망으로 나타났다고 본다”며 “구청장과 시장을 거치며 코로나19 위기를 헤쳐온 경험을 시민들이 믿어주셨고, 이재명 정부와 호흡을 맞춰 대전의 숙원 사업을 풀어달라는 기대도 반영됐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4년 만에 시정에 복귀하는 허 당선인 앞에는 풀어야 할 난제가 적지 않다. 시장직 인수위원회는 “대전시 재정이 사실상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허 당선인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할 일이 “빚 갚을 계획을 세우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재정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 민선 9기 공약을 집행하기보다 심각한 재정 적자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 대책을 먼저 세워야 한다”며 “무너진 재정을 바로 세우고, 어려워진 민생을 다시 일으켜 세운 뒤 대전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도시철도 2호선 건설 지연도 위기 요인이다. 노면전차(트램)로 건설되는 대전도시철도 2호선은 허 당선인이 민선 7기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로 추진 기반을 마련했다. 2028년 말 개통을 목표로 공사가 시작됐지만, 개통 시점이 2030년 하반기로 늦춰지게 됐다.
허 당선인은 “트램은 시민들이 가장 관심 갖는 사업인데 사업비가 늘고 수소트램 기종을 택하면서 변수가 많아졌다”며 “공정과 사업비, 기종 등을 면밀히 점검하되 공사가 멈추거나 표류하지 않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선 8기 추진 사업의 지속 여부도 시민들의 관심사다. 허 당선인은 “사업 지속 여부를 판단할 기준은 누가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시민 편익과 재정 건전성”이라며 “좋은 사업은 이어가고 무리한 사업은 바로잡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문산 케이블카처럼 막대한 비용과 손실이 우려되는 대형 사업은 신중해야 하고, 0시 축제 역시 여러 지적이 있는 만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며 “시민 피해와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민선 8기에서 추진했던 일부 토목·건축 사업의 재검토도 불가피하다. 허 당선인은 “문화예술관광국 업무 보고를 받았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다 건물을 짓는 것이었다. 문화관광건설국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음악 전용 공연장과 제2 시립미술관은 합해서 5000억원이 넘는데 사업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왔고,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가능성도 없는데 어떻게 추진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신속하고 효능감 있는 AI 정책 추진
허 당선인은 대전의 미래 먹거리를 인공지능(AI) 기반의 첨단산업에서 찾겠다는 각오다. 대전은 대덕연구개발특구와 27개 정부 출연 연구기관, 카이스트(KAIST) 등이 자리한 과학기술 중심 도시다. 허 당선인은 “AI 시대를 전면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지금 전국에 대전만큼의 잠재력을 가진 곳은 없다”며 “연구가 창업과 기업, 일자리로 이어지는 AI 선도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바이오·방산·소재부품·첨단센서 등 강점 산업도 함께 육성해 “대전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미래 성장 거점으로 키우겠다”고 했다.
허 당선인은 취임 후 조직을 개편하면서 AI와 미래산업 컨트롤타워를 만들 계획이다. 조직개편의 또 다른 축은 노동·청년·시민 참여다. 허 당선인은 취임 전 ‘시민의 광장’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 청년, 소상공인들과 현장 대화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노동정책 전담 조직의 승격 등을 약속했다. 현재 대전시 노동정책 담당 부서는 1개 팀 단위로 구성돼 있다.
허 당선인은 “조직을 위한 조직개편이 아니라 시민이 체감하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한 개편이 필요하다”면서 “노동정책을 책임 있게 챙길 수 있게 관련 기능을 강화하고, 청년정책을 한층 힘있게 추진할 체계를 갖추는 동시에 시민 참여와 감시를 뒷받침할 기반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민선 9기 대전시정의 모토 중 하나는 ‘유능한 행정’이다. 민선 7기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신속히 추진해 나가겠다는 게 허 당선인의 포부다. 그는 “민선 7기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임기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어려운 시기였지만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팬데믹을 극복하고, 온통대전으로 무너져가던 민생경제를 지탱했다”며 “그 경험을 자양분 삼아 민선 9기에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효능감 있는 정책 추진을 중심에 두고 어느 때보다 일 잘하고 유능한 시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