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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쏟아부은 ‘AI 안전’, 사고는 왜 줄지 않나 - 장비는 21세기, 관리는 20세기… ‘데이터 단절’이 부른 역설

수천억 쏟아부은 ‘AI 안전’, 사고는 왜 줄지 않나 - 장비는 21세기, 관리는 20세기… ‘데이터 단절’이 부른 역설

요약

서류 안전을 넘어 - 기록되지 않은 안전은 없다 ①AI 생성 이미지AI CCTV가 작업자의 안전모 착용 여부를 실시간으로 판별하고, 사물인터넷(IoT) 센서가 밀폐 공간의 산소 농도를 측정해 스마트폰으로 경보를 보낸다. 정부는 매년 수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중소·중견기업의 스마트 안전 장비 도입을 지원하고, 공공기관과 대기업은 수억 원을 들여 현장을 그대···

본문

서류 안전을 넘어 - 기록되지 않은 안전은 없다 ①

AI 생성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AI CCTV가 작업자의 안전모 착용 여부를 실시간으로 판별하고, 사물인터넷(IoT) 센서가 밀폐 공간의 산소 농도를 측정해 스마트폰으로 경보를 보낸다. 정부는 매년 수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중소·중견기업의 스마트 안전 장비 도입을 지원하고, 공공기관과 대기업은 수억 원을 들여 현장을 그대로 복제한 '디지털 트윈' 관제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 산업 현장의 안전 관리는 외형적으로 분명 첨단화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런데 통계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2024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전면 확대되고, 사망 사고 발생 시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게 됐음에도, 2025년 3분기 50인 미만 사업장의 산업재해 사망자는 전년 대비 10.4% 증가했다.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는 증가 폭이 24.5%에 달했다. 법은 강화됐고 장비는 늘었지만, 정작 사람은 더 많이 죽었다. 이 역설 앞에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무엇을 더 설치할 것인가가 아니라 왜 설치한 것이 작동하지 않는가를 물어야 한다.

답의 단서는 관제센터의 대형 모니터 뒤편, 안전 관리자의 책상 위에 있다. 그 위에는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종이 점검표와 복사·붙여넣기에 의존하는 엑셀 파일이 수북이 쌓여 있다. 현장의 장비는 최첨단을 달리지만, 안전 관리의 핵심인 업무 프로세스는 여전히 1990년대 아날로그 방식에 머물러 있다. 장비가 위험을 감지하고 알람을 울리는 단발성 기능에 머무는 사이 그 위험을 분석하고 대책으로 연결하는 일은 손으로 작성한 서류가 떠맡고 있는 것이다.

한 현장의 AI CCTV가 작업자의 위험 지역 무단 침입을 감지했다고 가정해 보자. 경고음이 울리고 작업자가 대피하면 상황은 종료된다. 관리자는 이를 수기로 작성해 상부에 보고하고 별도의 엑셀 파일에 입력해 보관한다. CCTV가 생성한 소중한 위험 징후 데이터는 그렇게 장부상의 기록으로만 남고 만다. 왜 그 지역에 침입했는가, 반복되는 위험 요인은 무엇인가, 이 데이터를 내일의 위험성평가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은 끝내 던져지지 않는다. 장비가 자동으로 생성한 데이터와 사람이 손으로 작성하는 법정 서류가 서로 연결되지 않는 '데이터의 단절'. 이것이 처리 속도와 대응 방식의 균형을 무너뜨린 진짜 원인이다.

데이터가 흐르지 않고 고여 있으면 경영진은 현장의 실제 위험을 알 수 없다. 우리 현장에 스마트 장비가 몇 대 들어왔는가가 안전의 척도가 되는 순간, 기업은 진짜 안전이 아니라 보여주기식 안전의 함정에 빠진다. 서류는 사고를 막기 위한 살아 있는 지침이 아니라 평가를 받거나 처벌을 면하기 위해 사후에 끼워 맞추는 박제된 기록으로 전락한다.

우리는 지난 수년간 수천억 원을 들여 현장에 장비를 설치해 왔다. 이제 그 장비들이 내뱉는 파편화된 데이터에 생명을 불어넣어야 한다. 데이터가 흐르지 않는 스마트 안전은 모래 위에 쌓은 성과 같다. 장비 중심의 스마트 안전을 넘어 안전 관리자의 뇌 역할을 할 업무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으로 눈을 돌릴 때다. 다음 회에서는 이 단절이 가장 깊게 자리한 곳, 학교와 공공기관의 서류 안전 현장을 들여다본다.

안영찬 동국대 교수. 중대재해처벌법·안전경영 연구가

안영찬 동국대 교수. 중대재해처벌법·안전경영 연구가

영문번역(English Trans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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