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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사고로 재선거 했다'? 그럴 듯한 가짜뉴스, 기가 차다

'배달 사고로 재선거 했다'? 그럴 듯한 가짜뉴스, 기가 차다

요약

지난 3일 오후, 서울시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 시간이 연장되고 국민의힘 등 정치권에서 재선거 요구가 나오던 시점이었다. 혹여나 과거 선거에서 유사한 사례가 있을까 하고 구글에 이것저것 검색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구글 검색시 가장 상단에 뜨는 'AI 개요'에서 "일부 투표소가 일찍 문을 닫아 재선거를 치른 사례가 있다"고 알려줬다. 출처를 물으니 3일 보도된 온라인 매체의 기사의 링크가 떴다. 해당 기사는 "실제로 역대 선거에서는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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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효 투표 집계하는 개표사무원 6·3지방선거일인 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사무원이 무효 투표를 집계하고 있다.
▲무효 투표 집계하는 개표사무원6·3지방선거일인 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사무원이 무효 투표를 집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3일 오후, 서울시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 시간이 연장되고 국민의힘 등 정치권에서 재선거 요구가 나오던 시점이었다. 혹여나 과거 선거에서 유사한 사례가 있을까 하고 구글에 이것저것 검색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구글 검색시 가장 상단에 뜨는 'AI 개요'에서 "일부 투표소가 일찍 문을 닫아 재선거를 치른 사례가 있다"고 알려줬다. 출처를 물으니 3일 보도된 온라인 매체의 기사의 링크가 떴다.

 그러자 구글 검색시 가장 상단에 뜨는 'AI 개요'에서 "일부 투표소가 일찍 문을 닫아 재선거를 치른 사례가 있다"고 알려줬다. 출처를 물으니 3일 보도된 온라인 매체의 기사의 링크가 떴다.
▲그러자 구글 검색시 가장 상단에 뜨는 'AI 개요'에서 "일부 투표소가 일찍 문을 닫아 재선거를 치른 사례가 있다"고 알려줬다. 출처를 물으니 3일 보도된 온라인 매체의 기사의 링크가 떴다. ⓒ 해당 보도 갈무리

해당 기사는 "실제로 역대 선거에서는 관리 부실이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재선거로 이어진 사례들이 있다"면서 "지난 2002년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전남 강진군수 선거에서는 배달 착오로 인해 유권자 115명에게 투표통지표가 발송되지 못하는 행정 사고가 발생했다. 개표 결과 1위와 2위 후보의 격차는 단 75표에 불과했고 대법원은 투표 기회를 잃은 유권자 수가 후보 간 표 차이보다 크다는 점을 근거로 선거 무효 판결을 내렸다"고 했다.

또한 "지난 2004년 제17대 총선 당시 당진 지역구에서도 유사한 사태가 있었다"면서 "일부 투표소가 공식 마감 시간보다 수 분 일찍 문을 닫으면서 유권자들이 발길을 돌려야 했는데 당선자와 낙선자의 표 차이가 단 11표에 불과했다. 법원은 격차가 미미한 상황에서 단 몇 명의 투표권 박탈도 선거 결과에 직결될 수 있다고 판단해 선거 무효를 선고했다"며 이때도 재선거를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2002년 강진군수 선거에서 75표 차이로 재선거? 3천 표 이상 차이 났다

 먼저 2002년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강진군수 선거를 살펴보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당시 개표 기록을 확인해 보면 당시 당선된 무소속 윤동환 후보는 1만 2197표를 얻었고, 2위였던 새천년민주당 차봉근 후보는 9164표를 얻었다. 75표가 아닌 무려 3천 표 이상의 득표 차가 있었다.
▲먼저 2002년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강진군수 선거를 살펴보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당시 개표 기록을 확인해 보면 당시 당선된 무소속 윤동환 후보는 1만 2197표를 얻었고, 2위였던 새천년민주당 차봉근 후보는 9164표를 얻었다. 75표가 아닌 무려 3천 표 이상의 득표 차가 있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기사에 나온 내용의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 해당 선거들을 찾아봤다. 그런데 찾아볼수록 이상했다. 해당 기사의 내용과는 전혀 다른 사실들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AD 먼저 2002년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강진군수 선거를 살펴봤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당시 개표 기록을 확인해 보면 당시 당선된 무소속 윤동환 후보는 1만 2197표를 얻었고, 2위였던 새천년민주당 차봉근 후보는 9164표를 얻었다.

두 사람의 실제 표 차이는 기사에 적힌 75표가 아니라 무려 3033표에 달했다. 애초에 압도적인 격차였다. 75표라는 숫자는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것일까.

물론 2004년에 강진군수 재선거가 치러진 역사적 사실 자체는 존재한다. 그러나 그 원인은 기사가 주장하는 '투표통지표 미발송'과는 관련이 없다. 당시 윤동환 강진군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운동원과 유권자들에게 1천여만 원의 금품을 살포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상태였다. 이후 대법원이 벌금 700만 원의 원심을 확정하면서 당선 무효가 되어 군수직을 상실했고, 그 결과로 재선거가 열린 것이다.

2004년 당진군 총선, 투표소 일찍 닫은 적도, 재선거 이뤄진 적도 없어

2004년 제17대 총선 충남 당진군(현 당진시) 선거구에 대한 서술도 오류 투성이다. 투표소가 일찍 문을 닫아 유권자가 발길을 돌렸고, 11표 차이의 초박빙 승부에서 법원이 투표권 박탈을 이유로 선거 무효를 선고해 전면 재선거를 치렀다는 주장은 완전히 거짓이다.

당시 자민련 김낙성 후보와 열린우리당 박기억 후보가 피 말리는 접전을 벌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당선자와 낙선자의 표 차이는 기사에서 언급한 11표가 아니었다. 최초 개표에서는 25표 차이가 났고, 누락표 합산 과정에서 13표로, 그리고 선관위의 수작업 재검표를 거치며 9표 차이로 좁혀졌다.

패배한 박 후보 측이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당선 및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한 것까지는 맞다. 하지만 대법원이 직접 진행한 최종 재검표 결과, 두 후보의 격차는 7표 차이로 김 후보의 승리가 최종 확인되었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고, 김낙성 후보의 당선은 흔들림 없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기사에 언급된 투표소가 일찍 문을 닫은 일도, 재선거가 치러진 적도 없었다.

AI 환각으로 만들어진 거짓 내용을 사실 확인 없이 기사화?

 해당 언론사는 기사 말미에 "0000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해당 언론사는 기사 말미에 "0000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 해당 보도 갈무리

어떻게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틀린 내용이 기자의 손을 거치고 데스크의 승인을 받아 대중에게 여과 없이 전달될 수 있었던 걸까. 이러한 거짓말을 해당 기사를 쓴 기자가 만들어냈을까. 그렇진 않았을 것이다. 추측이지만, AI 생성 프로그램에 과거 재선거 사례가 있는지를 물었고, 사실이 아닌 정보를 그럴 듯하게 사실처럼 대답하는 현상인 'AI 환각'이 위와 같은 사례를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해당 언론사는 기사 말미에 "OOOO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AI를 사용해 교정교열이 아니라 아예 기사를 작성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다소 의심스럽다.

기자의 가장 기본적인 존재 이유이자 언론의 생명은 '사실 확인'이다. AI가 써준 글을 마우스로 복사해 붙여넣기만 할 거라면 기자와 언론사의 존재 의미는 사라진다. 누구나 쉽게 글을 써낼 수 있는 시대일수록 진짜 기자의 가치는 꼼꼼한 취재와 철저한 팩트체크에서 빛난다. 가짜뉴스 보도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AI#AI환각#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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